경영전문대학원(MBA)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를 맞았다.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를 맞았다.

“스타트업에 경영전문대학원(MBA) 출신을 고용하라고 더는 조언하지 않습니다. MBA가 가르치는 스킬과 변화 주기가 빠른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것의 미스매치가 크기 때문이죠.”

기술 기업가이자 학자인 비벡 와드화는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그간 채용 시장에선 ‘MBA 위기론’이 빈번히 거론됐다. 2000년대 초반 MBA는 국내외에서 승진과 전업을 위한 등용문(登龍門)으로 작용했다. 풀타임 2년제 학비가 1억원을 넘어섰지만, 거액을 투자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러 학교가 중구난방식으로 MBA를 만들면서 학위는 보편화됐다. 학교보다 현장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반(反)학벌파’도 늘었다. 이에 따라 MBA 지원율도 감소했다. 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전 세계 371개 MBA의 총지원자 수는 전년보다 6.9%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MBA가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경제침체기엔 구직활동이 줄고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1~2년 과정의 MBA를 마치고 나면 경기회복기와 맞물려 구직이 수월한 덕분이다. 6월 2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개 학교 가운데 13개 학교의 지원율이 지난해보다 높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법을 준비하는 기업인이 몰린 것도 지원율 상승의 배경이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서 학교에서 다른 동문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학교 측에서도 이런 수요에 대처하고 나섰다. 8월 3일 ‘MBA 커리어서비스와고용주연합(이하 MBA연합)’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34개의 글로벌 MBA 중 58%가 취업센터 직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코노미조선’이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글로벌 MBA 7곳을 심층취재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준 상위 20위권에 들어가는 곳을 지역별로 고루 골랐다. 대상 학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SGSB·3위), 프랑스와 싱가포르의 인시아드(4위), 중국의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5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스쿨(6위),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국립대(NUS) 경영대학원(15위), 미국의 듀크대 푸쿠아스쿨(16위), 홍콩의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대학원(19위)이다. 학장과 부학장, 입학처장으로부터 답을 받았다.


응답 학교 71%, 올해 지원율 증가

‘이코노미조선’이 조사한 7곳 중 5곳의 학교가 코로나19로 올해 가을 학기 지원율이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비미국권 학교의 강세가 돋보였다. 가장 지원율이 많이 증가한 곳은 인시아드로, 66%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 뒤를 CEIBS(22.4%)가 이었다.

MIT 슬론스쿨의 올해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듀크대 푸쿠아스쿨은 풀타임 수업의 국내외 지원자 수가 모두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NUS 경영대학원은 올해 풀타임과 파트타임 수업 지원자 수가 지난해보다 한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8월에 시작하는 가을 학기를 내년 1월로 늦춰 지원 시기를 연장한 영향도 있다.

반면 소요사태를 겪은 홍콩의 학교는 외국인 지원자가 감소했다. HKUST 경영대학원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지원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MBA 계획을 미뤘다”면서도 “현지 지원자 수는 일정 수준 유지됐고 이 중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 커리어를 개발하려는 지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SGSB의 지원자 수도 올해 7342명으로 지난해(7797명)보다 5.8% 감소했다. 사라 술 SGSB 교무처장은 “스탠퍼드대의 지원자 수는 지난 5년간 7000~8000명대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맞춤형 교과과정도 신설

각 학교는 입학생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교과과정을 제공한다. CEIBS는 중국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서 코로나19 이후의 경영환경에 대비한다. 교수진이 △글로벌가치사슬(GVC) 변화 △조직 변화 △디지털 역량 △소비주도경제와 같은 코로나19 이후 경영환경에 관해 논의해왔다. 딩 유안 CEIBS 부학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가는 복잡한 기업의 지정학을 민첩성과 유연성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학교는 이런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과과정과 전달 모델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듀크대 푸쿠아스쿨은 코로나19로 복잡해진 경영환경과 관련된 교과과정을 새로 연다. △다양성의 시대에 공동의 목표 세우기 △기술 혁신 주도하기 △기업가정신이다. 각각 양극화 시대, 기술 혁신에 따른 윤리적 의사결정, 창업가 수준의 참여가 중요해지면서 생긴 과목이다. 빌 볼딩 듀크대 푸쿠아스쿨 학장은 “기업가정신 수업의 경우 학생이 직접 창업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즈니스 커리어에서 기업가처럼 생각하는 스킬을 키우도록 한다”고 말했다.

NUS 경영대학원은 디지털 비즈니스 특화 과정을 2년 전부터 도입했다. 이 수업이 현재 상황과 맞물린다는 입장이다. 해당 교과과정엔 ‘디지털 기업 전략과 함께 선도’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이 포함돼 있다. 니콜 티 NUS 경영대학원 연구 디렉터는 “추가적으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세계와 지역 단위의 경제와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관찰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장·단기 시사점에 관해 토론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음 학기는 온라인 강의 병행 “학비 변동은 없다”

지난 학기 코로나19로 도입한 온라인 강의는 유지될 전망이다. 자가 격리 중이거나 비자 문제로 현지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학생도 있는 탓이다. 이른바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보편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온라인 강의만 들어야 하는 학생도 학비를 똑같이 내야 한다. CEIBS, MIT 슬론스쿨, 듀크대 푸쿠아스쿨 모두 학비에 변동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커버 스토리는 지원율 하락이라는 내부적 위기와 경기침체,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위기를 글로벌 MBA가 어떻게 변화의 기회로 삼고 있는지 분석했다. MBA 교과과정 변화와 지역별 MBA의 위상 변화 등 MBA 업계의 현황을 다뤘다. 유럽·아시아권과 미국권 1위 MBA의 학장도 각각 인터뷰했다. MBA를 고민하셨던 분들이 많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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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이르는 말로 국내에선 경영전문대학원을 통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학문적 부문에 중점을 두는 일반적인 대학원 과정과는 달리 경영학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실질적인 경영자 수업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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