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유학생과 유학 준비생에게 큰 타격을 주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가 긴급히 철회했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은 7월 6일(이하 현지시각) 배포한 자료에서 “수업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교에 다니는 유학비자(F1·M1) 학생들은 미국에 계속 남아 있지 못할 것”이라며 “국무부가 이들 학교에 등록한 학생들에겐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을 것이며,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당연히 세계적인 명문대 하버드대를 위시한 미국 주요 대학들의 반발이 컸다. 이어 미국 정부는 100% 온라인 수업을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던 방침을 1주일 만에 철회했다. 이에 따라 100만 명이 넘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비자 취소의 위기에서 일단은 벗어나게 됐다. 다만 오락가락한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전통의 경영전문대학원(MBA) 강호’ 미국의 비자 정책이 흔들리자 기타 국가의 MBA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기타 국가의 MBA는 인기가 갈리고 있던 상황. 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MBA 해외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은 0.9%, 중국은 3.9% 각각 증가했다. 미국 MBA의 인기가 낮아진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학비와 졸업 후 미국 현지에서 직장을 구할 기회가 과거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BA ‘톱 50’에서 13곳이 아시아(일부 유럽과 합작 학교 포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에도 MBA는 있지만, 성균관대가 올해 54위로 글로벌 톱 100에 유일하게 진입한 상황이다(이하 파이낸셜타임스 기준). 최근 한국 유학생에게 가장 ‘핫’한 MBA가 있는 국가는 글로벌 톱 4 인시아드 등이 있는 싱가포르다. 요즘 뜨는 비(非)미국 4개 MBA별 특징을 정리했다.


아시아권 1위…미국 중심 탈피한 MBA

인시아드는 프랑스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나 학장은 싱가포르 캠퍼스에 있는 등 사실상 아시아권 MBA로 통한다. 이 학교는 올해 글로벌 톱 4, 아시아권 톱 1 MBA로 꼽혔다. 졸업생 46.3%는 컨설팅, 15.1%는 기술, 13.9%는 금융 분야로 진출한다. 학생 국적은 인도가 10%로 가장 많고 미국 8%, 중국 7%, 스페인 6%순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유명 MBA보다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인시아드 관계자는 “미국의 유명 MBA들은 훌륭한 학교지만, 여전히 매우 미국적이다”라며 “우리는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서 일하고, 세계적인 문화를 이해하려는 학생들이 몰린다”라고 했다. 실제 이 학교는 한 수업에 한 국가 인원이 10%를 넘지 않게 조정하고 있다.

인시아드 관계자는 “정치 분석과 윤리 그리고 공공 정책 과정도 최근 커리큘럼에 추가했다”라며 “특히 공공 정책 과정은 환경 지속 가능성, 사회적 불평등 등에 대해 논하는 과정으로 참된 기업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톱 5…“입학 지원자 20% 증가”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은 1994년 중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구조의 MBA다. 과거 경영 교육의 불모지 중국에서 배출한 최초의 세계적인 MBA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부지 등 학교의 물적 토대와 규제 완화 등 정책 서비스를 제공했고, EU는 우수한 교수진과 선진 교육기관 운영 기법 등을 전수했다. 올해는 글로벌 5위에 랭크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MBA 졸업생을 배출해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라고 강조했다. 2010년에는 서울에 동문 교우회도 설립했다.

최근 이 학교는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리더들이 복잡한 경영 환경을 민첩성과 유연성을 통해 헤쳐나가게 하는 리더십 기술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고, 커리큘럼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18개월 동안 협력 회사에서 실제 전략적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사례 연구와 회사 방문을 결합한 ‘실제상황학습법(RSLM)’이 바로 그것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입학 지원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고 전했다.


116년 전통…디지털 혁신 가속화

1905년 설립된 싱가포르국립대(NUS)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17위, 올해 15위로 떠오른 유서 깊은 강자다. 싱가포르의 메이저 3개 국립대학(NUS, 난양기술대학, 싱가포르 경영대학) 중 최고의 역사와 명성을 가지고 있다. NUS MBA 졸업생의 상위 3개 진출 부문은 기술, 금융, 컨설팅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기업의 디지털화 필요성을 가속했다”라며 “우리는 이미 2년 전 디지털 비즈니스 전문 과정을 도입했다”라고 했다. 이 과정에는 △디지털 기업 전략 △디지털 경제 글로벌 기업 운영 전략 등이 포함된다. 또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학생들을 포함, 더 넓은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이용할 수 있는 웨비나(웹 세미나) 등 비디오 콘텐츠를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학문적 요소와 경험적 요소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교육 과정이다. ‘MBA 서바이벌 키트’가 바로 그것. 이는 교수진의 감독을 받는 학생들이 새로 습득한 기술을 적용해 실제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골드만삭스, 보쉬, GE 등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기업과 학생들이 소규모 팀을 이뤄 공동 작업한다.


금융과 전자상거래 기술 분야 강점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대학원은 올해 19위를 기록한 곳이다.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인 만큼 금융 분야로 진출하는 졸업생이 36.9%에 달하는 금융의 강자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기술 분야에 대한 커리큘럼도 강화하고 있다. 졸업생 중 15.4%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한 기술, 12.3%는 컨설팅 분야로 진출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최근 졸업 3개월 후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맥킨지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는 학생들이 많다”라며 “그들은 기술과 금융에 대한 건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사 사업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plus point

한국인 많이 뽑는 미국 MBA는? 와튼·켈로그·컬럼비아 등

그렇다면 미국권을 고집하는 정통파 MBA 지원자는 어딜 노려야 할까. MBA 준비 학원 리더스MBA의 추산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등이 매년 한국인을 15~20명 정도로 많이 뽑는다. 톱 MBA인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는 각각 5~10명, 0~5명에 그친다.

인기 MBA의 영향력은 바로 동문회로 연결된다. 가장 유명한 건 와튼스쿨 한국동문회. 와튼스쿨은 1881년 미국 최초로 경영학과를 개설해 MBA의 원조로 불리는 데다 해마다 발표되는 국제 조사에서 5위권에 들어 모교에 대한 동문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명 ‘MBA계의 해병대 전우회’로 불릴 만큼 결속력이 탄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 수만 700여 명에 달한다.

켈로그스쿨 한국동문회는 1975년 첫 졸업생을 시작으로 현재 수백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총동문회를 비롯한 각종 소모임, 세미나 등을 통해 회원 간의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켈로그스쿨 한국동문회 사이트에 따르면, 이 학교 동문은 금융위원회, 통계청, 외교부 등 공직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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