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열린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손을 들어 축하하고 있다. 사진 스탠퍼드대
2019년 6월 열린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손을 들어 축하하고 있다. 사진 스탠퍼드대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 정상회담 도중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던진 이 한 마디가 긴장감이 고조되던 회담장 분위기를 일시에 바꿨다고 한다. 장 전 정책실장이 미국 측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장 전 정책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스쿨을 나왔다. 두 사람은 와튼스쿨 동문이다.

와튼스쿨은 미국 최초의 경영전문대학원(MBA)이자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만큼 동문의 연대감이 특히나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역시 와튼스쿨 출신인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와튼스쿨 출신들이 주목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MBA 출신’이라는 간판이 과거보다 빛이 바랬다지만, 와튼스쿨과 함께 ‘톱 3’ MBA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SGSB),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등 유명 MBA 출신들은 전문성과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여전히 정·재계 요직을 꿰차고 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와튼스쿨 한국인 졸업생 면면을 보면 쟁쟁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김신배 전 SK 부회장을 비롯해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 구본걸 LF 회장,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등이 눈에 띈다. 금융계 인맥도 막강하다. 서울증권 회장 출신 강찬수 얼라이드인벤터스매니지먼트 사장과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를 비롯해 BNP파리바 한국법인장이었던 송경섭 SV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퀴티(PE)본부 대표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SGSB 출신 중에는 재벌 3세들이 많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LS그룹 3세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등이다. 특히 범(凡)LG가(家)의 스탠퍼드대 사랑이 두드러지는데, 허세홍·구본웅 대표뿐만 아니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도 동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07년 SGSB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업을 중단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특이한 이력의 SGSB 한국인 졸업생도 있다. 가수 김동률과 듀엣 그룹 ‘전람회’로 활동한 서동욱 알바레즈앤드마살 한국지사 대표와 고(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등이다. SGSB는 교육 과정에서 창의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며 특이한 이력을 가졌거나 괴짜형 입학생들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인연에서 사업 파트너로

‘경영인 코스의 정석’ HBS 동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명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인연을 맺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HBS는 유독 사모펀드 대표를 많이 배출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비롯해 홍콩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이철주 부회장, 이상현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 공동대표 등이 있다. 컨설팅 전문가 동문도 있었는데,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지낸 이성용 신한DS 사장과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대표 출신 송기홍 한국IBM 사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1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회사)으로 성장한 쿠팡은 김범석 쿠팡 대표가 2010년 HBS를 중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세운 회사다.

오너 일가가 특정 MBA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범현대가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 샌프란시스코대 MBA를 나왔으며, 롯데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나란히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땄다. 두산그룹 4세들은 줄줄이 뉴욕대 MBA 과정인 스턴스쿨을 나왔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석원 두산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이 학교 동문이다.


plus point

직원의 MBA 진출 독려하는 국내 기업들

김문관·김소희 기자

국내에도 2000년대 전후로 경영전문대학원(MBA) 붐이 불면서 기업들이 직원의 해외 MBA 지원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지원을 폐지한 곳도 있지만, 20년 동안 여전히 이를 지원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는 기업들이 차세대 핵심 인력 양성을 위해서 진행한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MBA 지원자를 매년 뽑고 있다. ‘차세대 Global 경영 리더 양성’으로 불리는 과정은 2년간 영어 또는 중국어권 소재 대학 MBA로 직원을 보낸다. 근속 3년 이상 영업·마케팅·경영지원 직무의 사원이 지원할 수 있다. 반드시 인사고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받아야 하며 어학 실력도 증명돼야 한다. 삼성그룹은 2021년 2월 새로운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에서만 MBA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예다. LG그룹과 한화그룹의 일부 계열사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직원들의 경영 역량 강화를 위해 제철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를 우대해 국내 MBA 입학을 지원한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영대학이 대상이다. 매년 1회 10여 명 내외를 지원한다.

금융권의 경우 동남아시아로 주로 인력을 보낸다. 이는 현지 사업 현황을 이해하고 인맥을 넓혀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카드의 글로벌 MBA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내 모집을 통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MBA 입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학위는 아니지만 ‘미니’ MBA 과정을 독려하는 곳도 있다. 카카오는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에서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등 MBA 관련 수업을 수강하면 강의료를 지원한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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