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안 미호브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불가리아국립은행 자문이사,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 회원, 현 싱가포르경제개발청(EDB) 이사, 현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이사 / 사진 인시아드
일리안 미호브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불가리아국립은행 자문이사,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 회원, 현 싱가포르경제개발청(EDB) 이사, 현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이사 / 사진 인시아드

경영전문대학원(MBA) 붐이 일었던 2000년으로 시곗바늘을 되돌려보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MBA 톱 5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SGSB),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스쿨,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BS)으로 모두 미국 학교였다. 2020년 현재 미국 독식주의는 무너졌다. 프랑스·싱가포르 이중 국적의 인시아드가 4위, 중국의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이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시아드는 2000년대에도 줄곧 톱 10에 들었던 명문대지만, ‘MBA 트로이카’로 꼽히는 HBS나 와튼스쿨, SGSB를 위협할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다. 반격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년간 인시아드는 FT 랭킹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톱 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미국권 MBA 순위에선 대부분 1위를 차지한다.

인시아드의 경영 비결은 미국권 MBA와 다르다. 다중 국적으로 본국적을 숨기는 것이다. 1957년 HBS 출신 조지 도리엇 교수가 설립할 당시 인시아드는 ‘유럽의 MBA’를 지향했다. 설립 초기에도 14개국의 학교에서 입학생을 받았을 정도다. 이후 인시아드는 1999년 싱가포르, 2007년 아랍에미리트(UAE), 올해 2월 미국에 캠퍼스를 열었다. ‘세계의 MBA’로 지향점을 확장하면서 학교의 국적 특색을 지웠다.

8월 7일 싱가포르에 머무는 일리안 미호브 인시아드 학장을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줌으로 만났다. 불가리아 출신인 그는 2002년부터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근무했는데, 학장으로 선출되고 나서도 프랑스 캠퍼스로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 미호브 학장은 “인시아드의 캠퍼스는 완전히 통합된 형태”라면서 “각 캠퍼스를 경험해보는 교환 프로그램을 택하는 학생이 75%에 이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미국권 학교보다 유럽·아시아권 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인시아드는 매우 다른 경우라고 생각한다. 인시아드는 (유럽·아시아권 학교로서 정체성이 아닌) 진정한 국제 학교이기에 경쟁력이 있다. 미국에서 사업하고 싶다면 미국 학교가 매력적이겠지만, 세계 경제 속에서 일하려면 인시아드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에서 커리어를 원하는 학생은 인시아드와 함께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점을 깨닫는다.”

인시아드의 연 합격자 수는 1000명 남짓.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다양성’이다. 그 어떤 국가 학생도 합격자의 10%를 넘어선 안 된다. 모두가 소수자다. 설립 당시 14개국으로 시작한 학생 구성이 현재 90여 개국으로 늘었다. 인도(10%), 중국(8.5%), 미국(8%),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독일·브라질·싱가포르는 5%대다.

다양성 정책이 인기 비결인가.
“매우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시아드에서 공부하려면 영어·프랑스어·독일어를 모두 알아야 한다. 수업마다 각기 다른 언어로 시험을 치른다. 이것은 전 세계 여러 그룹의 학생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프랑스·싱가포르·UAE 캠퍼스를 오가는 교환 프로그램도 있다. 인시아드의 약 75%의 학생이 캠퍼스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글로벌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다른 학교도 학교 간 교류·교환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강의 품질의 격차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든 캠퍼스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

인시아드가 당초 싱가포르에 캠퍼스를 열었던 이유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학생을 받아 교육하겠다는 포부였지만, 이 또한 다양성 정책 속에선 무의미한 계획이 됐다. 미호브 학장은 “아시아 학생은 유럽 캠퍼스에, 유럽 학생은 아시아 캠퍼스에 가길 원한다”면서 “다른 나라 문화를 경험하면서 국제적 역량을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양성 정책을 추구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국제적 학교를 지향했다. 설립자 조지 교수는 프랑스인으로서 프랑스에 학교를 세우면서도, 그 학교가‘프랑스 학교’이길 원하지 않았다. 인시아드(INSEAD)가 유럽경영관리기관(Institut Europé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의 약자인 이유다.”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점인데, 현지 취업을 바라고 인시아드에 오는 외국인 학생이 많을 것 같다.
“오히려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취업하는 졸업생 수는 매년 70~80명 정도다. 싱가포르인 졸업생이 약 5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은 적다는 의미다. 바로 이 지점이 미국 학교와 차별점이다. 톱 컨설팅 기업 관계자가 내게 말해준 바로는 이들은 글로벌 채용 시 인시아드를 좋아한다. 미국권 학교 졸업생은 현지 취업을 고집하는 반면, 인시아드 졸업생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채용 조건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학생들이 인시아드에 오는 동기가 싱가포르 현지 취업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의 국내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인시아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까지 톡톡히 누렸다. 인시아드의 올해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66%, 지난 3년 평균치보단 51% 늘었다. 미호브 학장은 최근 MBA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는 ‘MBA 위기’에 대해 “톱 MBA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많다. 위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음 학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온라인 수업을 듣던) 학생들을 다시 캠퍼스로 불러들일 것이다. 비자 문제나 자가 격리로 오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줌을 통한 온라인 강의도 병행한다.”


plus point

인시아드의 온라인 교육 철학 ‘양방향 강의’

2010년대 초반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 붐’이 대학가에 번졌다. 무크는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고등 교육 강의를 의미한다. 대학별로 교수진의 무료 강의를 온라인상에 배포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인시아드의 선택은 다소 달랐다. 대중형 강의가 아닌 맞춤형 강의로 노선을 정한 것. 2014년 인시아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강의를 제공했다. 1000명의 학생을 동시에 교육했는데 그보다 많은 수강생을 가르치지 않았다. 온라인 강의도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교수진은 온라인 강의로 그룹 활동을 지시·감독했고, 프로젝트 제출을 요구했다. 일리안 미호브 인시아드 학장은 “교수진이 이미 참여형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으므로 코로나19 이후 줌 교육에 빠르게 적응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호브 학장은 온라인 교육이 대면 교육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교육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교육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면서 교육을 두 가지 요소로 나눴다. 첫 번째로 강사가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수직적인 전달’인데 이것은 온라인 교육으로도 가능하다. 두 번째 요소는 학생끼리 교류하는 ‘수평적인 전달’이다. 미호브 학장은 “방과 후 함께 일하고, 토론하고, 먹고 마시는 문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종종 저평가된다”면서 “직접 육성으로 말하는 과정에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온라인 교육보다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시아드의 경우 설립 당시 연구 중심 학교를 지향하면서 연구진 고용에 큰 비용을 투자했다. 일류 연구진이 커리큘럼을 짜면서 교육법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았다. 미호브 학장은 “오늘날 컴퓨터를 켜면 전 세계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서도 “완전히 최신 주제의 경우 훌륭한 연구진에게 직접 교실에서 배워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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