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농업 산학 개발의 핵심인 ‘바헤닝언 푸드 밸리’의 바헤닝언 대학 내부. 사진 위키미디어
네덜란드 농업 산학 개발의 핵심인 ‘바헤닝언 푸드 밸리’의 바헤닝언 대학 내부. 사진 위키미디어

흔히 ‘식량 강국’이라고 하면 미국이나 호주, 중국 등의 드넓은 땅덩어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국은 남한 면적의 3분의 1 수준(약 415만㏊)에 불과한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일조량도 한국보다 적어 농사짓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64년에 걸친 정부의 일관된 농가 대형화 정책과 적극적인 산학협력, 시장 개방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농업 강국으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일본, 과테말라 등이 각각의 전략으로 성공한 농업 국가로 꼽힌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농업 분야에서 성공한 국가들의 비결을 살펴봤다.


성공비결 1│정부의 일관된 정책

네덜란드 정부의 꾸준한 규모의 경제 실현 노력이 가장 중요한 농업 부흥 원인으로 꼽힌다. 네덜란드 농업은 개별 농장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지난해 말 기준 네덜란드 농가의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28만㎡)은 한국 농가(1만5000㎡)의 19배에 달한다. 반면 농가 수는 6만5000여 호로 한국의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농업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47년 기준 네덜란드 농가 수는 40만 호, 농민은 75만 명이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후 기아를 해결해야 할 처지였던 네덜란드 정부는 농업 선진화를 위한 농지통합 정책을 실시했다.

정부가 농지를 사들여 규모를 키우고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농부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는 이들에게는 토지를 적정 가격에 쉽게 팔 수 있도록 지원했다. 중요한 건 60년 넘게 일관된 정책을 폈다는 사실이다. 현재 네덜란드 개별 농가는 농업 기업을 방불케 하는 규모로 커졌다.


네덜란드 웨스트랜드의 첨단 온실 단지.
네덜란드 웨스트랜드의 첨단 온실 단지.

성공비결 2│산학협력 통한 기술 개발

네덜란드 농업 부흥을 상징하는 것은 농식품업 클러스터 ‘바헤닝언 푸드 밸리(Wageningen Food Valley)’다. 이 클러스터 중심에는 바헤닝언 대학이 있다. 바헤닝언 푸드 밸리는 연 매출이 약 67조5000억원으로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 클러스터는 1995년 네덜란드 농업 장관의 바헤닝언 대학과 정부 농업연구청 합병 추진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1997년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네슬레·유니레버·하이네켄 등 거대 글로벌 식품 및 농약 회사들을 한곳으로 모아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는 20여 개의 연구소, 70여 개의 과학 기업, 1500여 개의 식품 관련 기업 등 2만 명이 넘는 농업 관련 종사자가 모여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대신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푸드 밸리를 통해 간접적인 지원책을 펼치면서 정부가 산업(기업)과 대학(연구)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해외 식량 거점 확보에 한창인 일본의 한 농지. 사진 코트라
해외 식량 거점 확보에 한창인 일본의 한 농지. 사진 코트라

성공비결 3│시장 개방 통한 경쟁력 제고

정부의 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도 주효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시장을 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자유무역을 통해 값싼 곡물을 들여와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여기서 나오는 우유를 재료로 치즈 등 유가공 식품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원재료를 수입한 후 가공해서 수출하는 가공무역을 발달시켰다.

농업의 대형화와 첨단화는 관련 산업 발전도 촉발했다. 네덜란드의 농업은 최근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천 개의 농축산 시설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인공지능(AI) 농장 시대로 도약하고 있다. 카길·하인즈·유니레버·미드존슨·콘아그라·마르스 등 세계적인 농식품 회사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가 네덜란드에 집결해 있는 이유다.


일본과 과테말라 농업 전략도 주목

이 밖에도 작은 농업 강국이 적지 않다. 가까운 일본은 자국 내 농축산업에 적합한 영토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 ‘식량 거점’을 1600만㏊나 확보했다. 식량 거점이란 원료 생산, 수확, 가공, 수송까지 일괄 시행하는 해외 지역으로 미쓰비시 등 민간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도하고 있다. 식량 거점은 주로 호주와 브라질 등 땅덩어리가 큰 국가에 있다.

중미 과테말라는 신기술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 농업은 과테말라 산업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과테말라는 세부 기후가 무려 300개에 달하는 나라다. 한 나라 안에 다양한 기후가 존재해 농사가 쉽지 않다는 것. 과테말라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면과 토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드론과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된 트랙터를 대규모로 수입했다. 다수의 소규모 농장들이 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필요한 기계와 기자재를 구매하고 대외적으로 물건을 공동판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 농업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이삼식 코트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역관 관장
“농민 1인당 생산성 월등히 높은 네덜란드”

이소연 기자

이삼식 성균관대 법학, 헬싱키경제대 경영학 석사 / 사진 코트라
이삼식
성균관대 법학, 헬싱키경제대 경영학 석사 / 사진 코트라

한국처럼 인구 고령화로 신음하는 네덜란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농업 분야의 강자다. 세계 각국에서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어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15일 이삼식 코트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무역관 관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네덜란드와 한국의 차이점 그리고 네덜란드 농업의 최근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었다.


네덜란드와 한국 농업 상황을 비교한다면.
“두 나라 모두 인구 고령화에 따른 농업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또 두 나라 모두 각각 한국은 중국·일본·아세안 국가,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가까이 있어, 농산물과 농업기술 수출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차이점은 네덜란드의 농업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 농가 수는 약 100만 호로, 6만5000호인 네덜란드보다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농가당 경지면적과 소득은 네덜란드가 한국을 압도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크다. 네덜란드 농부들은 자신을 기업인이라고 말한다. 첨단농업을 도입하고 각종 전시회 등에 참가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마치 기업인처럼 노력한다. 또한 산업계, 정부 기관, 학계 간 유기적인 협력이 농업에서 잘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 산업의 중심지인 바헤닝언 지역에는 농업 연구기관, 대학, 글로벌 식품 기업, 지방정부가 협력해 농식품 기업만 약 1500개인 식품 산업 클러스터 푸드 밸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최근 네덜란드가 집중하는 농업 혁신 방안은.
“유한한 자원을 최소한으로 소모하기 위해 곤충과 대체육(진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내는 인공 고기) 등 단백질원을 다양화하는 연구·개발 및 상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농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토양, 물, 에너지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재사용하는 ‘순환농업’ 역시 적은 비용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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