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농업 스타트업인 플렌티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플렌티는 공장형 건물 내부의 벽면을 따라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수직 농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플렌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농업 스타트업인 플렌티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플렌티는 공장형 건물 내부의 벽면을 따라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수직 농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플렌티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구글,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색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농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은 고용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농경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7년 유엔(UN)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까지 7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첨단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만큼 큰 시장을 보고 거대 IT 기업들이 속속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어그테크(argtech)’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농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 어그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어그펀드’에 따르면, 어그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2010년 4억달러(약 4700억원)에서 2019년 200억달러(약 23조5900억원)로 약 50배 급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산하 구글벤처스는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인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1500만달러(약 177억원)를 투자했다.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는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공공·민간 업체 작물 수확량, 날씨 패턴, 재배 방법 등 농업에 관한 제반 데이터를 평가·분석하는 업체다. 씨앗을 뿌릴 때부터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모든 데이터를 각 농장주가 입력하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농장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이를 비교해준다. 작물이 잘 자라는지, 비료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조언도 해준다. 구글은 다른 농식품 스타트업에도 연이어 투자하고 있다. 인공 음식 생산 업체 임파서블푸드가 대표적이다. 임파서블푸드는 100% 천연 식물성 원료로 치즈와 고기를 만든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농업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달러(약 2360억원)를 투자했다. 플렌티는 공장형 건물 내부의 벽면을 따라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수직 농장)’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건물 내 선반에서 작물을 키우는 데 반해 이 회사는 공장형 실내 농장 벽면에서 케일과 상추 등을 재배한다.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이 공장형 시스템은 농작물 재배에 가장 이상적인 유형의 조명과 습기·영양분 등을 제공한다. 플렌티에 따르면 전통적인 농장보다 특정한 장소에서 350배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MS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을 현재보다 70% 늘리는 계획인 ‘마이크로소프트 팜비트’라는 장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센스플라이와 정밀 농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드론을 통해 작물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목적이다. 양사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드론을 결합해 농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는 새로운 AI 및 기계학습(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한 미국인 농부가 구글이 1500만달러를 투자한 스타트업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의 플랫폼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
한 미국인 농부가 구글이 1500만달러를 투자한 스타트업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의 플랫폼을 활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

어그테크 투자 건수 10년 전보다 7배 증가

농업의 첨단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스마트 농업과 변화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어그테크 글로벌 투자 건수는 495건으로 2010년의 69건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다. 전통적 농업의 핵심 요소로 대표되는 토지·노동·자본·기술은 스마트 농업 시대에 접어들면서 첨단화한 시설·장비·데이터·센서로 바뀔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LG화학, LG CNS 등 일부 기업이 투자와 관련 사업을 시작한 정도다. 우리나라 경지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농업은 일부 작물(벼)에 치우친 공급 과잉 구조를 띠며, 우수 농업 인력 부족 등의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김수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업이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기·전자 기반의 농업 기술 개발 및 기존 농업에 투입한 자본 규모로는 역부족이다”라며 “스마트한 장비와 시설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스마트팜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팜을 통해 농장을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스마트 시스템으로 운영을 시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산·유통·소비 등 가치사슬(밸류체인) 전 단계에 걸친 빅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사 과정 전반에 걸쳐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플랫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plus point

[Interview] 이정화 LG CNS 블록체인사업 추진단장
“블록체인 기술 통해 식품 안전성 보장합니다”

이소연 기자

이정화 숙명여대 전산학
이정화
숙명여대 전산학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먹을거리 안전 문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LG CNS는 식자재 유통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 세이정보기술과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을 활용해 농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이력을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플랫폼을 올해 1월 선보였다. 현재 전남 무안과 고흥, 장성 내 222개 학교에서 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14일 서울 마곡동 LG CNS 본사에서 이정화 블록체인사업 추진단장을 만나 식품 업계 혁신 사례에 대해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나.
“블록체인의 원리는 모든 참여자가 플랫폼에 저장된 정보를 평등하고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파 한 망을 학교에서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양파 한 망마다 식품의 원산지, 배송 경로, 담당자, 배송 시간 등 정보를 담은 바코드가 찍힌다. 이를 이용해 입출고 관리를 할 때마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산에 기록되고, 식품을 재배한 농부, 식품이 한데 모인 집하장을 관리하는 공급 업체 관계자, 식품을 배송하는 운전사, 식품을 받아 조리하는 학교 영양사가 1~2분 안에 모든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도 전남도 학교 급식 홍보 시스템에 접속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얻게 되는 효과는.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내가 학교로 보내는 식자재가 친환경 제품인지, 어디서 재배됐는지 하는 모든 정보를 학교 관계자와 시도청에서 내부망으로 보고 있어 거짓말할 수 없다. 과거에는 농부, 수십 개의 공급 업체, 학교, 시·도청이 모두 따로 관리해서 비효율적이었던 식품 유통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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