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보 고려대 경영학,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하스스쿨 MBA / 사진 이소연 기자
심현보
고려대 경영학,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하스스쿨 MBA / 사진 이소연 기자

“한국 기업들은 이미 다국적 거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곡물 시장보다는 아직 스타트업이 대다수인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민첩하게 움직여야 미래 식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커니의 심현보 유통산업 리더(전무)는 8월 14일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심 전무는 식품 업계를 포함한 유통산업 컨설팅을 총괄하고 있는 파트너로 다수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여러 식품 회사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책에 대한 강연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심 전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식품 기업 관계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물론 식품 원재료 가격이 예상보다 큰 변동 없었고 업계도 영업이익에는 당장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식량을 수출입하는 국경이 봉쇄되고,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가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품 업계의 시름은 깊어졌다는 것이다.

심 전무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수 없다며, 승산이 있는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과포화된 곡물 시장 대신 몇몇 스타트업만 경쟁하는 가운데 아직 승자가 없는 대체육 시장으로 돌진하라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른바 곡물 메이저라 불리는 다국적 기업 ‘ABCD’, 즉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Company),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는 전 세계 곡물 유통량 중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대체육 시장은 콩으로 만든 고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 등 소수의 회사만 있을 뿐이다. 다음은 심 전무와의 일문일답.


왼쪽부터 대표적인 식물성 육류 생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미트의 제품과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버거. 사진 임파서블미트·비욘드미트
왼쪽부터 대표적인 식물성 육류 생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드의 제품과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버거. 사진 임파서블푸드·비욘드미트
동물 세포를 활용해 실험실에서 육류를 배양하는 기술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동물 세포를 활용해 실험실에서 육류를 배양하는 기술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식품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나.
“가격 변동에 민감한 식품 업계에 다시 한번 외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한국 식품 기업은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어서 국제적인 이슈와 대외적 요인에 민감하다. 사람이 섭취하는 곡물은 물론이고, 도축용 동물 사료로 쓰이는 곡물 사료도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곡물 가격을 기초로 설계된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안전망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더 안정적인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명확해졌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식품 시장은.
“단연 대체육 시장이다. 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이 코로나19 발생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보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건강한 식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 미국 등에서 글로벌 육가공 공장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지로 지목되면서 연이어 문을 닫자 대체육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앞서 말했듯이 곡물 시장은 이미 과포화됐기 때문에 감염병 등 리스크가 아무리 커져도 한국 기업은 방어적인 태도 이상을 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시장 진입 장벽이 커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대체육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해서 중장기 국가 정책으로 대체육 공급이 장려될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지를 받는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고기 도축용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고, 가축 분뇨로 인한 토지 자원 및 수질 악화도 심각하다. 환경 비용 분담을 위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고기에 이른바 ‘육류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방안이 독일 사회민주당 등 유럽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육류 산업을 겨냥해 소비자의 식습관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한다면, 환경보호를 위해 각국이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 개발과 사용을 장려하듯이, 미래에는 대체육 시장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게 지지받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대체육을 포함해 동물 종자를 활용한 연구·개발(R&D)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식물 종자는 다국적 곡물 메이저 기업과 연결돼 이미 큰 사업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반면, 동물 종자 연구는 식물 종자에 비해 경쟁 강도와 진입장벽이 낮아, 틈새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기업이 특히 작은 기업을 인수·합병(M&A)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 관련 기업을 인수해, 소비자가 어떤 고기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해 대체육 생산에 반영할 수도 있다. 다만 식물성 육류의 경우 맛과 식감, 영양은 일반 육류와 동등한 수준이지만, 가격이 아직 일반 육류의 두 배이므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배양육 역시 아직 고가의 배양 영양성분 등으로 인해 생산단가가 높으며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므로 이를 극복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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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alternative meat) 진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내는 인공 고기. 콩, 버섯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만드는 식물성 고기와 소나 돼지 등 살아 있는 동물의 단백질 세포를 추출해 만드는 배양육이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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