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승표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사업실장 상무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마드리드지사장 /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건국대 원예학과 학·석사,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골든 시드 프로젝트 운영위원, 한국원예학회 이사 / 김혜연 엔씽 대표 한양대 전자통신공학 전공, 우즈베키스탄 시설농업 합작법인 설립
왼쪽부터
홍승표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사업실장 상무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마드리드지사장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건국대 원예학과 학·석사,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골든 시드 프로젝트 운영위원, 한국원예학회 이사
김혜연 엔씽 대표 한양대 전자통신공학 전공, 우즈베키스탄 시설농업 합작법인 설립

우리 국토는 대부분이 산지로, 농지 비율은 16.2%에 불과하다. 농업인의 60%는 60세가 넘은 고령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빼앗긴 종자는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생산부터 유통까지 메이저 식량 기업이 주도권을 차지한 국제 식량 시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식량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여건인 우리나라지만, 매년 한 사람이 쌀 61.8㎏, 밀 32.4㎏, 콩 6.5㎏, 감자 3㎏, 돼지고기 24.5㎏, 닭고기 13.3㎏, 쇠고기 11.3㎏을 소비한다. 이런 국민이 5000만 명, 식량 안보는 우리의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한 나라의 식량 산업 경쟁력은 그 나라의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식량 산업 종사자들은 ‘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악조건에도 고군분투를 멈추지 못한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19일 국내 식량 산업 종사자 세 명을 인터뷰하고 지상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곡물 유통 분야의 홍승표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사업실장, 종자 분야의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스마트팜 분야의 김혜연 엔씽 대표다.


종사하고 있는 산업 분야는 식량 안보에서 어떤 중요성이 있나.

홍승표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사업실장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사료용 포함)이 22% 수준에 불과한 만성적인 식량 수입국이다. 시장 변동이나 감염병 확산 등 어떠한 비상 상황에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면 자체 식량 밸류체인(가치사슬)이 갖춰져야 한다. 세계 각국이 곡물 유통 사업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이유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종자는 일반적인 식물의 씨앗과는 다르다. 병충해에 강할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가 빠르고, 크기와 맛, 질감 등 모든 면에서 시장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도록 고도로 개량한 뒤 그 유전 정보를 고정시킨 상품이다.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특성 탓에 매번 구매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종자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에 하나 종자 보유국이 수출을 규제하면 농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식량 자급’은 ‘종자 자급’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 “스마트팜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생산비와 수확량이 일정한 농업 시설로, ‘식량의 벙커’로 비유할 수 있다. 자연환경 자체가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국가는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식량의 수급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강조되며, 스마트팜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홍승표 “식량 밸류체인의 핵심 시설은 필요한 곡물을 사전에 저장·보관하고 수요에 따라 출하할 수 있게 하는 곡물 터미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9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미콜라이프항에 연간 250만t 규모의 곡물 터미널을 완공하고 식량 안보 시스템 구축의 첫 삽을 떴다.”

류경오 “아시아종묘는 AGI(혈당 강하 성분)가 포함된 미인풋고추, 비타민E 함량이 높은 꼬꼬마양배추 등 기능성 품종을 성장 엔진으로 삼는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과 인도 등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설립하고, 현지 적응형 품종으로 개량해 판로를 넓히고 있다.”

김혜연 “엔씽은 버티컬팜(vertical farm)으로 분류되는 스마트팜 솔루션을 수출하는 회사로, 현지 파트너사와 연계해 아랍에미리트(UAE)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업계의 글로벌 시장 상황은 어떤가. 시장 경쟁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나.

홍승표 “국제 곡물 시장은 소수의 다국적 곡물 메이저 회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일본과 중국 등의 신흥 메이저사들은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같은 신규 업체는 최대 곡물 수출 지역인 북미와 남미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곡물 시장에서 전 세계적 생산과 소비 추세를 분석하고 이에 근거해 유통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질적·양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류경오 “종자 시장도 미국과 중국, 독일 3개국 기업이 전 세계 종자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농축산물에는 관세 장벽이 있지만, 종자는 농민 보호를 이유로 대부분 무관세 혹은 저관세가 적용된다. 상품성 있는 종자를 개발하려면 10년 정도는 걸리는데, 다국적 종자 기업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씨드밸리(seed valley)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국내에서 종자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서 중국 등에 위탁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자의 유전 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김혜연 “오일 머니를 노리고 미국·중국·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스마트팜 업체가 중동 국가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슈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시장 전망은 밝아졌고, 그중에서도 엔씽은 실제 생산과 품질 등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만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을 때, 해외 업체에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미국이나 일본 업체는 수천억원 투자를 업고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절실한 정책적인 지원은 무엇인가.

홍승표 “정부 차원에서 투자 업체에 재무적 지원을 제공하고, 식량 분야에서 상대 국가와 다양한 협약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곡물 유통 분야는 특히 사업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적 식량 안보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범적 민관 협력 사례로는 미얀마 쌀 밸류체인 사업을 들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균일하고 품질이 높은 원료 벼 생산 기술을 지원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지에 보유한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해 가공·유통을 담당한다는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류경오 “국내 종자 재배지 확보와 종자 데이터베이스 전산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지금도 우리의 귀중한 유전자원이 유출되고 있는데,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지 않아 유출된 유전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면 거대 종자 기업을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종자 기업 맞춤형 해외시장 개척지원이나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 후속 사업 등으로 연구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김혜연 “식량 산업은 안정성이 중요한 데다 특히 스마트팜은 기간 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스타트업 혼자 힘으로 현지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도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도 회사 규모를 보고 철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기관 차원에서 업무협약(MOU)을 병행해 지원 사격을 해주면 좋겠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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