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9월 1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사고판 미국 주식은 1065억달러(약 126조원)에 이른다. 개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올해 초부터 9월 1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사고판 미국 주식은 1065억달러(약 126조원)에 이른다. 개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한국의 ‘개미 군단’이 주식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물론 주가 상·하한폭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까지 넘보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증시 거래액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의 영향이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1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사고판 미국 주식은 1065억달러(약 126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208억달러)보다 5배 정도 늘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테슬라와 애플 등 기술주(株)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반등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 초부터 9월 15일까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이하 나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매우 비슷하다.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바닥을 쳤지만, 이후 꾸준하게 회복하며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다만 최근 나스닥지수는 곤두박질쳤고,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를 이어 가며 두 지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추락한 시기는 2월 20일(이하 현지시각)부터 3월 23일까지다. 6860.67까지 떨어졌던 나스닥지수는 이후 상승 전환해 9월 2일까지 1만2056.4로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넘어섰다. 상승세가 이어졌던 3월 24일부터 9월 2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다. 무려 17억5219만달러(약 2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애플(8억318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1438만달러), 엔비디아(4억7456만달러), 아마존(4억1145만달러), 해즈브로(4억788만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장난감 업체인 해즈브로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르는 아이들이 늘면 이득을 보는 주식이다. 나머지 업체는 테크놀로지(기술) 사업을 하는 비대면 수혜주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에 투자하는 ETF였다. 순매수 규모도 2억달러에 그쳤다. 순매수 규모 상위 5개 주식 중 3개 종목이 ETF였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단 얘기다.

김일혁 KB증권 해외주식 담당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여러 종목으로 묶인 ETF에 투자가 집중됐다”며 “올해 들어 투자자가 개인으로 재편되면서 종목에 대한 관심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이에 따라 종목 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공격적으로 기술주를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테슬라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19.5% 하락한 데 이어 8일에도 21.1% 내렸다. 애플 역시 9월 초부터 15일까지 10% 넘게 하락했다.


내수주에서 IT주로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행보는 시장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한 3월 20일부터 9월 1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다. 순매수 금액은 3조3801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ETF로,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떨어져야 이득을 보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곱버스’라고 불린다. 코스피200 선물 지수 하락률의 두 배가 수익이 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락하며 코스피지수가 내릴 것으로 판단한 셈인데,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SK하이닉스(1조7959억원), 카카오(1조5596억원), 네이버(1조5335억원), 삼성전자우(1조3195억원) 등 정보기술(IT)주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전체로 봐도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와 올해 상승기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모두 주가 하락에 돈을 건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KT&G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이마트, KT, 롯데쇼핑 등이 그 뒤를 이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내수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IT 중심이었던 올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매체를 통해 양질의 투자 정보를 제때 받으면서 개인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처럼 외국인의 뒤를 밟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공모주에 90조원 몰려

공모주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두드러진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9월 24~25일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하고서 10월 5~6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최근 BTS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은 덕분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에도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2일에 끝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41만7000여 명이 몰려 152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만 공모주 청약 사상 최대인 58조5000억원이 몰렸다. 9월 10일 상장 첫날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2만4000원)의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 날에도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다만 14일 주가는 9% 하락했다.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도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주 일반 청약 경쟁률은 323 대 1, 증거금은 30조9889억원이 몰렸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인 7월 2일부터 6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14일 기준으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1조3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몰려든 증거금이 환급된 9월 4일(58조1313억원) 이후 열흘 만에 3조원 넘게 늘었다. 이 자금들은 다시 공모주 청약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9월 1일 증권사 CMA 잔고는 54조5000억원으로 전날보다 6조4000억원 줄었는데, 이날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영향 때문이었다. CMA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 계좌로,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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