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문학·경영학, 전 영국 정부 총리 전략팀 정책자문관, 전 국무조정실 선임 정책자문관 / 사진 옥스퍼드대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문학·경영학, 전 영국 정부 총리 전략팀 정책자문관, 전 국무조정실 선임 정책자문관 / 사진 옥스퍼드대

“평생 직장을 보장받던 전문가들은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반면 이들의 업무 일부를 보조하던 준전문가들에겐 오히려 무한한 기회가 열렸다.”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 대니얼 서스킨드는 10월 9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와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의 저자인 서스킨드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술 발전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뒤처지고 있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강제적인 혁신과 인식 전환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앞에서 보수적인 전문직들의 ‘나중에’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대면 진단만을 고집했던 60대 의사도, 컴퓨터 사용법을 잘 모른다며 고개를 돌리던 70대 교수도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진료와 화상회의 앱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을 어쩔 수 없이 시작해야만 했다. 그는 보수적인 전문직종도 이제 모두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해야만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열려있던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면서 그는 기술적 실업(기술 진보로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실업)이 본격화할 것을 우려했다. 다만 그의 주장은 ‘기술 때문에 인간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다’라는 단순한 의견 그 이상이다. 서스킨드 연구원은 높은 교육 수준과 그에 걸맞은 경력을 갖춘 이들이 미래에는 그만한 직업을 찾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때 자신이 만족할 수 없는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를 가질 바에 차라리 자발적 실업을 선택하는 ‘마찰적 기술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를 몰고 온다. 서스킨드 연구원은 기존 전문직의 업무까지도 기계에 위임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간호사 같은 준전문가나 교사는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 해박한 일반인에게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 역시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의 사용 방법을 익혀 커리어를 더 넓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문직의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나.
“방금 그 질문을 수정해보면 어떨까. 전문직의 ‘일자리(job)’ 그 자체가 위협받는다기보단 전문직의 일, 즉 ‘업무(task)’가 기계로 대체될 위험에 놓였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전문직의 일자리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수십 개의 개별 업무가 합쳐진 것이다. 이 중 해당 업무를 할 때 규칙적이고 반복 가능한 방식이 있는 전문직의 업무는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면, 부속 작업으로 나뉘어 서비스에 요구되는 품질과 본질을 충족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낮은 비용에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에게 외주 형태로 위임될 것이다. 예컨대 영국에서 대형 법무법인이 변호사의 법률 업무를 분해한 후 소송 서류 검토, 실사 업무, 표준계약서 초안 작성, 기초적 법률 조사 등 비교적 규칙적인 작업을 준전문가에게 외주 및 하청으로 주거나 해외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소송을 준비할 때 많은 양의 문서를 검토해 가장 관련 있는 문서를 찾아내는 일은 이제 하급 변호사보다도 지능형 검색 시스템이 더 잘한다.”

이들에게 실업은 어떤 모습일까.
“기계가 갑자기 인간 일자리를 모두 없애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 수요가 많은 일거리를 뻔히 눈앞에 두고도 많은 사람이 그 일을 얻지 못할 것이다. 기술을 전혀 다루지 못하는 문과 전문직이 갑자기 정보통신(IT) 업종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숙련 기술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인공지능(AI) 등 현재의 기술 진보에 필요한 기술은 빠른 시일 내 습득이 불가능하다. 또한 정체성 불일치 문제가 있다. 명문 대학 졸업자들은 갑자기 이전보다 인지 능력과 숙련 기술이 덜 필요한 직무를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기가 취업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자신이 맡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 없고 불안하고 지위가 낮은 일자리라면 차라리 실업자를 택한다.”

즉 전문직 자격증 하나로 커리어가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무조건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전문가의 일을 기계나 사람이 특정한 규칙만 익히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상황. 서스킨드 연구원은 팬데믹을 계기로 전문직과 준전문직이 모두 기술 활용 능력을 배양해 이를 커리어 확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이러한 준전문가·전문가 비즈니스 협업 모델에서는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전문직과 이를 서비스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준전문가 모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이 10월 9일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이 10월 9일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전문직은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할까.
“자신의 업무를 다각화해 커리어를 넓혀야 한다.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문제가 개별 전문 분야 중 하나로 깔끔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드물며, 고객들은 필요한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단일 조직과 일하고 싶어 한다. 예컨대 기업 인수·합병 업무에서 회계사, 변호사, 기업금융 전문가, 컨설턴트의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분야 종합 업무 방식을 갖추는 게 좋지 않나. 코로나19 이후 격변의 시대에선 이러한 추세가 더 빨라질 것이다. 전문직 간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고객의 전반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상업성을 확보한 사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 관련 분야를 받아들여 자신의 전문성을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기 전문 영역을 인접 분야까지 새로 확장해야 한다. 여기서 이들을 재교육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며, 사회 전반에 교육은 젊을 때 대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직과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열렸다. 기존 사회 구조에선 전문직에만 할당됐던 업무가 상대적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도 기술 덕에 넘어가게 됐다. 기존 전문직의 업무를 기술의 도움으로 유사하게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정서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이들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다. 이전의 역사에서 전문직 위임이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준전문가를 도울 만한 도구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으며, 경험과 자격이 부족한 개인을 불신하는 문화도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팬데믹으로 인해 준전문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한 컴퓨터 과학자는 1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환자의 주근깨만 보고도 암에 걸렸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이 기술과 함께라면 의사 없이도 간호사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의사들은 친절하지 않다거나 환자를 충분히 안도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듣지 않았나. 간호사가 공감하는 태도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해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래에 오히려 의사 없이 진료를 더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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