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통령이던 2015년 9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서 있다.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통령이던 2015년 9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서 있다. 사진 AP연합

통상 분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4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려는 트럼프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일방적이었다.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에서 미국이 얻는 게 없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했다. 대신에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미국에 유리한 양자 간 무역 시스템 구축에 힘썼다.

트럼프는 11월 3일(이하 현지시각) 대선을 앞두고 별도의 통상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재선에 성공하면 기존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오직 미국 이익만 생각하겠다는 그의 고집은 통상뿐 아니라 제조업 정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고 내건 2020년 대선 슬로건이 트럼프 행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를 대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바이든)의 통상·제조업 공약은 트럼프 대통령과 얼마나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가까운 표현을 찾자면, ‘방향성은 같고, 방법론은 다르다’ 정도가 될 것이다. 통상과 제조업은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의 핵심축이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바이든의 시각이 구체적으로 트럼프와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면에서 다른지 살펴보자.


1│방법 달라도 중국 압박은 계속

트럼프 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가장 강경했고, 그래서 크고 작은 마찰을 종종 일으킨 정책이 ‘중국과 무역’ 정책이다. 중국에 대한 태도는 바이든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다. 바이든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 탈취, 사이버 절도, 환율 조작 등 불법적인 관행이 미국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미국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바이든은 대중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삼는 트럼프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바이든은 종종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는 노동자가 아닌 대기업 이익만 생각한 조치”라며 “중국과 무역 갈등 이후 미국인 일자리가 30만 개 이상 감소했고 수많은 농가가 파산에 직면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관세 정책은 제한적으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중국 다루기’ 계획의 핵심은 동맹국과 연대다. 견고한 동맹국 연합을 만들어 여러 나라가 압박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망가뜨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한다는 것이 바이든 캠프의 전략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분쟁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다자 협력 회복해 中 압박 효과 극대화

바이든이 중국 압박 카드로 고려 중인 동맹국 연대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택한 고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4년간 트럼프는 TPP나 WTO 같은 경제 관련 다자조약뿐 아니라 파리기후협약, 유네스코, 유엔인권이사회, 이란핵합의, 중거리핵전력조약, 항공자유화조약 등에서도 탈퇴했다. 대부분 미국 이익에 반하는 조약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다자주의에 회의적인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이 시스템을 기반 삼아 이뤄지는 글로벌 자유무역에 호의적이다. 두 후보의 입장이 크게 갈리는 부분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이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 생각이 같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KITA)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KITA 통상 리포트’에서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경력이 있어 동맹과 관계 개선, 미국의 리더십 회복 등을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통상 문제를 외교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설 연구원은 “바이든은 산업 보조금, 기후 변화 등 중국과 대립하는 이슈와 관련해 유럽연합(EU)·캐나다 등 동맹국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 다자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불공정 무역 이슈가 아니더라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앞세워 전 세계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동맹국과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설 연구원은 미국이 경쟁 우위에 있으나 중국의 도전을 받는 디지털 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디지털 산업의 새로운 무역 규범을 미국 주도로 제정하는 데 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바이든은) 다자무역 체제를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나란히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발표한 건 경합주 표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은 대표적 경합 지역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트럼프와 바이든이 나란히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발표한 건 경합주 표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은 대표적 경합 지역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3│궁극적 목적은 둘 다 “최강 미국”

그렇다면 제조업 공약은 어떨까. 우선 장면 하나를 보자.

“연방정부는 세금으로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 자주 접해온 트럼프 연설의 일부처럼 들린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언이 아니다. 2020년 7월 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던모어의 한 금속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이 한 말이다. ‘미국인이 미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 정부가 구매해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 인상과 중산층 재건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다를 바 없다.

바이든이 이런 정책을 발표한 건 정치적인 이유에서다.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경합 지역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따지고 보면, 두 후보의 대중 정책 방향이 일치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표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최근 미 외교 분야 여론 조사 기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 국민의 호감도는 32점(100점 만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을 중대한 위협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이번에 바이든이 내놓은 ‘바이 아메리칸’ 공약을 뜯어봐도 철저히 자국민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오프쇼어링 추징세(Offshoring Tax Penalty)’는 일자리를 해외로 옮긴 미국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미국 내에서 판매될 경우 연방정부 법인세 28%(최고 세율 기준)에 징벌적 과세를 추가해 최대 30.8%를 추징하는 정책이다. 또 바이든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에 10%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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