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석탄을 캔다(Trump Digs Coal)’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석탄 화력 발전 방식에 우호적이다. 사진 AFP연합
‘트럼프는 석탄을 캔다(Trump Digs Coal)’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석탄 화력 발전 방식에 우호적이다. 사진 AFP연합

미국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 내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에서 올해 5월부터 세 달 동안 유전 개발 허가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다. 퍼미안 분지는 고생대 말기 페름기에 형성된 토지로, 셰일가스 및 천연가스 생산지다. 에너지 데이터분석 기업 엔베러스에 따르면 8월 24일(이하 현지시각) 기준 앞선 90일 동안 미 연방정부로부터 셰일기업들이 따낸 유전 개발 허가권은 404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225건, 2018년엔 11건에 불과했다.

셰일기업들이 유전 개발권 따내기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11월 미 대선을 의식해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된다면 셰일 업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울 예정이다. 바이든 후보는 천연가스 추출 관행 일부에 제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로써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 개발과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으로 촉발된 2010년대 미국의 ‘셰일 혁명’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을 에너지 강국으로 이끌었던 셰일기업에 바이든 후보가 규제를 가하는 이유는 바로 친환경주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2035년까지 미국 전력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전 세계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바이든 후보는 석유, 석탄, 정유 관련 회사들로부터 후원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신 바이든 후보는 신성장 동력으로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을 7월 14일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 고효율 주거 단지 150만 곳 건설 △기존 빌딩 400만 채와 주거 시설 200만 채 업그레이드 △정부 이동수단 전기차로 변경 △자동차 업계에 친환경 자동차 생산 인센티브 제공 △주택 소유자에게 친환경 가구 도입 지원 △자동차 소유주에게 친환경차로 변경 시 인센티브 등이 담겼다. 이 공약으로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단기간에 더 큰 규모로 청정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점차 공약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며 “청정 에너지·인프라에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 투자에서 4년간 2조달러 투자로 수정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0)’ 공약도 2050년까지에서 2035년까지로 기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친환경주는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의 에너지 투자 계획 발표(7월 14일) 이후 현재(10월 21일)까지 태양광 제조 기업 ‘퍼스트솔라’, 태양 에너지 공급 기업 ‘선런’, 재생에너지 전력 기업 ‘브룩필드리뉴어블파트너스’의 주가가 각각 36%, 85%,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친환경 기업으로 구성된 와일더힐 청정에너지 지수(WilderHill Clean Energy Index)는 약 47% 상승했다.

유가 또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상승할 전망이다. 10월 12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세금 인상으로 배럴당 석유 생산 가격이 최대 5달러까지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셰일 기업 규제로 원유 공급이 감소하면서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7월 14일(현지시각)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AP연합
7월 14일(현지시각)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AP연합

원전 친화적인 온건 친환경주의자

바이든은 친환경주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방식이 급진적이지 않아 합리주의자라는 평을 듣는다. 우선 셰일 기업을 상대로 반시장주의적 강경책을 펼치진 않는다. 민주당의 다른 경선 후보였던 급진주의자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은 수압파쇄법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달리 바이든은 ‘신규’ 수압파쇄법에 대해서만 제한을 걸었다.

서부 텍사스의 대형 석유 업체 파슬리 에너지의 맷 갤러거 대표는 “바이든의 계획에 석유와 가스 업계의 보호와 발전에 관한 정책이 들어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도 가까운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소머스 대표는 “바이든의 공약은 우리와 일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원전에도 우호적이어서 급진론자들과 결이 다르다. 공화당은 ‘친원전’, 민주당은 ‘탈원전’이라는 고전적인 공식을 타파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의 파트너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는 미래 기술로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개발을 추진한다. 그의 청정 에너지 투자 계획에는 SMR 원자로 건립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 비용 10분의 1로 절감, 순 비용 ‘제로(0)’ 에너지 빌딩 개발 등의 연구·개발(R&D)과 더불어 총 4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SMR은 기존 원자로보다 전력 생산 규모는 20분의 1 수준이지만, 땅을 파고 그 안에 냉각 설비를 포함한 원자로를 묻는 방식이어서 안전도가 높고 설비 투자 비용이 적다. 청정에너지의 보완재로 떠오르고 있는 발전 방식이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이 미 에너지부(DOE)의 SMR 사업을 담당하는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원전,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으로 글로벌 에너지 산업 트렌드가 바뀌며 위기를 맞았다”면서도 “미국 뉴스케일과 소형 원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사업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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