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재무부 전경. 사진 위키미디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재무부 전경.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재정·통화 정책 공약에서 가장 큰 대척점은 바로 조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강조한다. 트럼프는 2017년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재임 기간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1.6%에서 0.6%로 1%포인트 낮아졌다.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증세를 경제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증세를 통한 ‘큰 정부’를 공약한 것. 그는 최고 법인세율과 최고 개인소득세율을 각각 28%, 39.6%로 인상하고, 사회보장 급여세율 역시 12.4%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증세하면 경기 부양이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든을 비판한다. 그는 10월 15일(이하 현지시각) 타운홀 미팅에서 “바이든이 당선돼 세금을 올리면 미국 기업들은 고국을 떠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강력한 재정 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모색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증세 정책의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10월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법인세 인상이 경제 성장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증세를 통한 재원 활용 문제와 누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바이든은 증세를 통해 늘어난 세수를  2021~2030년 중 기후 1조7000억달러, 인프라 1조3000억달러, 보건 8000억달러, 교육 1조5000억달러, 주택 6000억달러, 방역 1000억달러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 보수적인 싱크탱크는 법인세 인상이 미국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미국 후버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의 증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2030년까지 49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GDP는 2조6000억달러(약 2969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경제 정책),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클린터노믹스(Clintonomics·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비견한다. 전자는 감세, 규제 철폐, 작은 정부라는 세 개의 핵심 가치를 내걸었다. 후자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를 전제로 정부 지출 증대와 인적 투자 확대를 기본 축으로 한다.


전통적 통화 정책 영향력 줄 것

통화 정책 쪽에서 바이든은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을 주장한다. MMT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비주류 경제학 이론이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철칙과는 상반된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론이다. 민주당은 이 이론을 기반으로 재정 확대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아울러 월가에서는 바이든이 저금리 기조도 이어 갈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 기조 유지는 경기 활성화를 꾀하는 트럼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바이든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연준에 꾸준히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해온 트럼프와는 온도 차가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전통적인 통화 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MMT의 치명적인 약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라며 “바이든이 당선 되면 향후 과다 부채와 인플레이션 방지가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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