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정책은 의료 부문이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세계 1위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만큼 각 후보가 내놓은 의료 정책에 유권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반된 정치적 지향점을 지닌 만큼 두 후보의 의료 정책도 상반된다. 특히 2008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통과된 ‘오바마케어’ 존폐를 놓고 대립각이 날카롭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케어’ 부활을 주장한다. 오바마케어의 정식 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저소득층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의료보험 미가입 시 벌금을 부과해 전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바이든 후보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를 통해 미국인의 97%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피고용자에게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인의 63%가 가입한 민간보험이 기업을 통한 직장보험 형태다. 일자리를 잃어 민간보험료를 낼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은 ‘무보험자’로 전락하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경기가 안 좋아지자 무보험자가 속수무책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18~64세 성인은 2018년 2630만 명에서 지난해 2880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조사들은 코로나19로 신규 무보험자가 500만 명에서 1000만 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갤럽 웨스트 헬스케어코스트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금전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한 미국인은 응답자의 14%였다. 바이든 후보가 1965년 구축된 건강보험 체계를 바꾸고, 오바마케어를 확대하자는 이유다. 바이든은 국민들이 건강보험으로 메디케어를 민간보험사 옵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으며 메디케어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하향 조정하자고 주장한다. 이외 바이든 후보는 메디케어가 의약품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임기 1년을 채우기도 전인 2017년부터 오바마케어 폐기를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국가적인 건강보험이 아닌 시장 논리와 경쟁에 맡겨 약값 인하 등으로 국민의 혜택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6월에는 연방대법원에 오바마케어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정책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약값 인하 정책을 주장한다. 노인과 은퇴자를 위해 약 가격을 내리고, 제약사의 무분별한 특허권 남용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신약 승인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통해 약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자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의료 관련 지출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월 21일 미국 구겐하임자산운용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 수혜주로 예상되는 32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지난 2월 이후 26.6% 올랐다. 바이든 포트폴리오 32개 종목 중 10개는 HCA헬스케어, 존슨앤드존슨 등 헬스케어 업종이다. 같은 기간 트럼프 연임 수혜주 45개 종목은 평균 10.4% 하락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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