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옵스펠트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 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비상임 수석연구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 / 사진 UC 버클리
모리스 옵스펠트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 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비상임 수석연구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 / 사진 UC 버클리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을 구매하라)’

2019년 7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인프라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을 최대 95%까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의 이름을 이렇게 명명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의 건설용 철강재인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세 배 가까이 올렸다. 전형적인 자국우선주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1년 후인 올해 7월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바이든)가 유세 과정에서 정확히 같은 문구를 외쳤다.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 구매 규모를 4000억달러(약 452조원)로 늘리자는 내용의 공약을 내건 것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무역 관계에서도 강경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를 닮아가는 바이든,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의 실체는 무엇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4년간 전 세계가 경험한 만큼 새로운 대선 후보의 경제 정책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시절 함께 일했던 경제 고문 모리스 옵스펠트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에게 서면으로 자세히 물었다.

2014년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옵스펠트 교수는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비상임 수석 연구원직을 맡고 있다. ‘국제 거시경제학의 기초(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공저)’와 ‘국제경제학(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공저)’ 같은 거시경제학 교과서 저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옵스펠트 교수는 한국과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대통령은 바이든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바이든의 대외 정책에 대해선 “트럼프는 모든 국가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을 이용해 중국을 고립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부하에선 아시아와 통상 관계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내 정책에 대해선 “바이든은 강력한 재정 정책을 쓰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높은 실업률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에 필요한 처방”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통상 정책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사들이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바이 아메리칸 기조의 신봉자가 아니다. 총무역 적자는 저축과 투자 결정의 결과물이다(경상수지=저축-투자). 바이 아메리칸 기조가 어떻게 두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미국 기업에 수입을 덜 하도록 강요한다면, 미국이 수출도 덜 할 것이다(달러화 평가 절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 정책의 요점은 도대체 무엇인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의 차이점이 있을까.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적 풍조를 띠지만,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관세 폭탄 대결에 앞장서고, 무역 파트너를 괴롭히는 경향성이 강하다. 트럼프는 무역 협정을 맺은 상대국마저 건드린다. 한국이 여태 당해왔기에 잘 아는 것처럼 말이다.”

바이든이 당선돼도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태 트럼프의 중국과 무역전쟁은 그가 내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미국 무역 적자는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관세 조치는 미국 소비자와 산업에 순손실을 입혔다. 반면 바이든은 중국 압박을 위해 유럽연합(EU)과 다른 국가를 동맹국에 포함할 것이다. 덜 파괴적이지만 결과를 내기 더 쉬운 방법이다. 트럼프는 그 대신 모든 전선에서 무역전쟁을 추구해왔다. 그런 전략은 결코 좋게 끝나지 않는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새로운 행정부하에서 미국은 아시아와 통상 관계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할 것이다. 더는 미국의 무역 적자에 대해 불평불만하고, 현존하는 무역 거래에 협박문을 보내고, 공동 방위 비용을 흥정해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재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 같다. 그러면 한국 입장에서 CPTPP에 가입할 유인이 좀 더 커진다. 슬프게도 미국 유권자는 이 길을 택하려는 공감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불평등과 같은 바이든의 정치 담론이 국제 무역 영역에도 적용되고 정치적 지지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바이드노믹스가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물었다. 바이든의 대표적 대내 정책은 증세를 통한 재정 확대 정책이다. 트럼프가 35%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를 28%로 올릴 계획이다.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이어진 ‘클린터노믹스(Clintonomics·클린턴의 경제 정책)’를 계승하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감세 정책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레이건의 경제 정책)’와 상반된다.

바이드노믹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바이드노믹스 같은 (새로운) 개념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불평등, 사회 복지, 건강, 교육, 특히나 인프라, 기후 변화, 기타 공공재 등에 집중하는 매우 전형적인 좌파적 접근법을 취할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바이든이 고소득자와 기업의 세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는 2021년에 출범하는 상원을 민주당이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증세가 경제 위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과 오히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위기 극복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뉜다.
“현재 미국의 경기 회복은 높은 실업률로 지연되고 있으며, 다음 분기는 코로나19가 재창궐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많은 가구가 임대료 같은 기본적인 생활비를 낼 돈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당한 재정 지원이 이미 이뤄졌어야 했다.”

바이든의 증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은. 클린터노믹스와 레이거노믹스 간의 논쟁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
“이런(증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는) 예측이 아주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마크 잔디와 버나드 야로스 이코노미스트가 선거 결과에 따른 바이든과 트럼프의 정책을 비교하는 유익한 분석을 내놨다. ‘민주당 싹쓸이’ 시나리오하에서 바이든 경제 정책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9%로 귀결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 예측한 향후 10년간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잔디와 야로스는 현재 트럼프 정책이 향후 10년 동안 오직 2.4%의 연평균 성장률로 이어진다고 예측했다. 공화당계 정책 연구 기관인 미국 기업 연구소(AEI)도 바이든의 증세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극히 적게 미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바이든과 트럼프, 누가 이기리라고 보는가.
“2016년 선거에서 보듯, 미국 대선을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별 투표에 따라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인단 조항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감염병이 투표를 복잡하게 했고, 미국의 우편 서비스에 문제가 있고, 법적 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올해는 평소보다 더욱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여론 조사 결과 바이든이 선방하고 있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지지율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지난번에는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현재 많은 미국인이 2017년 1월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고 느낀다는 기록이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트럼프가 매일 논란이 되는 행동이나 발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에 지칠 대로 지쳤다. 트럼프가 선거에 이긴다면, 2016년보다 더욱더 놀라운 소식이 될 것이다.”

김소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