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서울대 농경제학 석사, 루이지애나 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TF 자문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서울대 농경제학 석사, 루이지애나 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TF 자문위원

“WHAT! REALLY? Trump again!?”

11월 3일(현지시각) 펼쳐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된다면 맨 처음 나오는 반응이 아닐까? “뭐! 정말? 또 트럼프야!?” 이런 반응은 대선 전 많은 여론 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세하다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리라. 한편으로는 기존 대통령의 행보와는 많이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올해다. 확률이 높은 사안보다는, 낮은 확률이어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미국 경제 정책 및 경기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을 돌아보자.


코로나 이전까지 경제성장률 2%대 호실적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의 우려를 안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한 시간에도 몇 개씩 날리는 트위터나 횡설수설하는 연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대통령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치밀했고 매우 일관되게 중도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를 펼쳐왔다. 그동안 소외됐던 미국 중부·남부의 백인 노동자들과 중도 보수층은 해외로 빼앗긴 일자리들이 미국 본토(American Soil)로 돌아올 것 같은 기대감에 열광했다.

글로벌 리더로서는 실망스러운 면이 있지만, 지지자들에게 환영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실제로 추진했다. 선거용이라고 생각했던 공약들이었다.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실제로 올렸고, 파리기후협약 같은 국제 협의 기구에서 탈퇴했다. 독립성이 생명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에 대해서는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자유무역을 신봉하고 세계 경찰이라고 자처했던 미국이었기에 실망을 넘어 연민의 감정까지 느꼈다. 그중에는 경제학자가 보기에 꽤 괜찮은 정책도 있었다.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정책이었다. 법인세는 35%에서 15%로, 소득세는 최고 세율을 40%에서 25%로 낮출 것을 내걸었다. 결론적으로 법인세는 21%로, 소득세 최고 세율은 소폭 인하에 그쳤지만,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분명 이전보다는 더 열심히 일할 기분이 날 수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경제 성적은 좋았다. 성장세가 서서히 가라앉는 중국,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 화려했던 시절만 자랑하는 유럽과 달리 오직 미국만 경제가 괜찮았다. 그렇다. 좋았다. 2020년 상반기에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33%라는 성장률도 나왔지만, 그건 코로나19 사태 때문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너무 많은 숫자다. 코로나19 충격 이전까지 최장기간의 경기 확장 사이클이 진행 중이었다. 다우존스나 나스닥과 같은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실물 경제 성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도 2% 이상씩 나왔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0배 이상 되는 국가가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비율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통령은 트럼프, 의회는 민주당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자신의 정책에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미국 대통령 재선은 기본적으로 ‘지금 이 사람을 계속 그 자리에 앉혀도 될 만한가’에 대한 선택이다.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을 유지해도 좋다는 의미다.

물론, 대선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예상과 다른 결과에 따르는 금융시장의 불안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대세를 뒤바꾸는 강한 변동성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책의 연속성이 신규 정책에 대한 기대감·불안감의 교차를 덮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민자들로 세워진 국가라는 정체성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반이민 정책이 지속할 것이고, 그에 기반해서 해외로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반이민까지의 극단적인 행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리쇼어링(reshoring∙해외 미국 기업의 미국 본토 회귀) 트렌드에 입각한 미국 제조업체의 회귀 정책, 해외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바이든 후보도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리쇼어링 움직임이 있었는데,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생산 공장을 소비지 근처에 이전시키려는 움직임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중 바이든 후보와 가장 대조되는 것은 조세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반면, 바이든 후보의 민주당은 이와 대조적으로 복지와 환경 분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작은 정부 및 자유로운 시장 경제 시스템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추진했던 세율 인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바이든 후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더 반기는 속내가 분명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의 법인세율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으며 연구·개발비에 대한 공제 혜택도 유지하고 설비 투자는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세금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감세 정책으로 인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 미국 경기 기대감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 공화당 측에서 당선되는 것이 아닌 의회 구성 역시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는 구조가 돼야 정책 추진 동력이 확보되면서 경기 기대감을 더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경우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주요 사안마다 대통령과 의회가 대립하면서 정책 시행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3일 열리는 의회 선거 결과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빈 수레 요란했던 미국 우선주의 이어질까

눈을 미국 국내에서 해외로 돌려보면, 트럼프 취임 당시 분위기는 위협적이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통상 압박은 예상보다 심하고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소리가 요란한 것에 비하면 그에 비례할 정도의 큰 효과는 없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것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이 타격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위협도 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한국 입장에서도 불공정 무역협정이라고 비난받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과 교역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2019년에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15% 늘어났고 양국 수입 시장에서 상대방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세부 산업별로 보았을 때 반덤핑 관세 부과 및 업황 부진 등의 이슈가 있었던 철강 부문에서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할당량을 못 채우는 결과도 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 기조 강화 흐름이 유지될 것이다. 더 이상 3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므로 중국과 갈등 관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트럼프 1기 때 나타났던 강한 압박에 비해 실제 취해진 조치가 완화된 수준이거나 실효성도 위협적이지는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통상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바로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기존의 미국 국내 경제 정책이 유지된다는 점, 감세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미국 이야기다. 지금까지 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언행이 가져올 불확실성, 한국 입장에서의 껄끄러운 미·중 갈등 악화 등이 지속한다는 점은 또 다른 4년이 도대체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감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짙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위 내용은 현대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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