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은 한국뿐 아니라 서로 힘겨루기가 한창인 미국과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현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정부와 정치권만큼이나 기업도 미국의 다음 대통령 자리에 어떤 후보가 오를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인하와 관세 부과라는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쥔 채 존재감을 과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과 트럼프보다는 덜 일방적이지만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바이든).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 기업은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을 만날 것이다.

‘이 후보가 당선돼야 이 기업에 유리하다’는 식으로 구분 짓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같은 기업 내에서도 정부의 특정 정책이 A 사업 부문에는 긍정적이고 B 사업 부문에는 부정적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코노미조선’은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미 대선이 국내 주요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정리해봤다. 많은 독자가 궁금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온양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온양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다.” 트럼프는 2019년 8월 16일(이하 현지시각)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틀 후 그 자리가 어땠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는 “쿡 CEO가 관세 이야기를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관세를 내지 않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관세는 취임 직후 줄곧 ‘강한 미국’을 외쳐온 트럼프가 다른 나라를 압박할 때 사용하는 무기다. 그는 “쿡 CEO가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미국 수출 시 관세를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쿡 CEO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은 미국의 대중 관세 대상에 포함되는데 삼성은 그러지 않아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점을 트럼프에게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할 경우 이런 장면은 반복될 수 있다. 관세 카드를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지금의 통상 정책 기조를 재임 후에도 이어 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국 기업을 달래기 위해 한국 기업에 관세 폭탄을 던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자체가 기업에는 커다란 스트레스다.

다만 ‘트럼프 재임’이라는 동일한 전제를 설정해도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 시장으로 넘어가면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가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인 화웨이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화웨이 압박이 재임 후에도 지속한다면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5G 인프라 시장이다.

희소식은 이미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대형 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G 통신장비·솔루션 납품 계약을 했다. 또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준비하면서 5G 통신 인프라 구축에 1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트럼프와 방법은 달라도 바이든 역시 대중 정책 기조를 이어 가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내세운 바이든이 자국 제품 사용을 민간 기업에도 강제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LG전자의 가전박람회. 사진 LG전자
LG전자의 가전박람회. 사진 LG전자

트럼프 당선 시 LG전자 또한 삼성전자와 함께 수난이 예상된다. 2018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한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이번 선거 유세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콕’ 찍어 견제했을 정도다. 8월 6일 미 오하이오주 월풀 세탁기 공장을 찾은 트럼프는 “나는 모든 외국산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자랑스럽게 서명했다”며 “이후 월풀의 9개 공장은 전에 결코 없었던 정도로 번창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LG전자 입장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진영의 증세 공약이 부담스러운 변수다. 바이든은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로 복원하겠다는 증세 방침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TV·가전·스마트폰 시장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가 2021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2021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LG화학 연구원들. 사진 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 사진 LG화학

현대차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당선·당락과 관계없이 꾸준히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과 무관하게 미국에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정에너지 보급을 전면에 내세우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면 좀 더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바이든은 대중교통 수단과 정부 구입 차량을 100% 친환경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2050년 탄소 배출 ‘제로(0)’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고,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맞물려 현대차는 2021년 아이오닉5, 제네시스eG80, 제네시스eGV70, 제네시스JW(SUV) 등 네 종의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 또, 최근 주목받는 수소 트럭도 2022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GM·도요타 등 경쟁사도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현대차보다 출시 시점이 늦다. 그만큼 현대차가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출하가 증가하면서 국내 3대 이차 전지 기업 LG화학(물적 분할 이전)·SK이노베이션·삼성SDI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바이든의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미국의 석유 기반 화학 제품 수출량이 감소하면서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전준범·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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