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조선일보 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조선일보 DB

정의선 시대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은 명확하다.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고, 중장기적으로는 움직이는 모든 장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월 14일 회장 취임사에서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를 더욱 빠르게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 회장의 행보에서도 이를 구체화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다음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했다. 10월 13일에는 화상으로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 기공식에 참석했다. 34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생애 주기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다.

현대차는 이미 수소차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 대형 트럭 양산에 성공했고, 2030년까지 유럽과 미국·중국 등에 수소 전기 트럭 6만여 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앞서 2018년 ‘수소연료전지차(FCEV)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생산량을 50만 대 수준까지 확대하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연간 생산 능력을 70만 기 규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수소 생산과 유통, 수소 충전소 운영까지 수소 생태계 전반을 구축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회사가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과실을 모두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제철과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의 사업 변화도 전망된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동차 산업도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차 시장의 ‘키’를 잡고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했을 때부터 이용, 처분하기까지의 모든 활동을 현대차가 만든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투자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경우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하거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처럼 수조원 규모의 거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진 않는다. 하지만 도심형 소형 상용 전기차 업체인 어라이벌이나 자율주행 업체인 옵시디언,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업체인 코드42 등 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 올라 등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그림을 어떤 식으로 그리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도 그동안 현대차가 주목받지 못했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부문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10월 15일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수소차 ‘넥쏘(NEXO)’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10월 15일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수소차 ‘넥쏘(NEXO)’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보완하는 방안에 관심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는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지분 승계는 완벽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가 해결되지 않았다.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상대적으로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도 취약하다. 2018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며 현대차그룹을 뒤흔든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차(33.88%)→기아차(17.28%)→현대모비스(21.43%)→현대차 △현대차(33.88%)→기아차(17.2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21.43%)→현대차 △현대차(4.88%)→현대글로비스(0.69%)→현대모비스(21.43%)→현대차 △현대차(6.8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21.43%)→현대차 등이다.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배력을 높여야 하지만, 정작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상속받거나 정 회장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지만, 세금 부담이 매우 커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경우 각종 법 개정에 따른 외풍,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 등에 지속해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서 이를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각각 17.3%, 5.8%, 0.7%다. 지분 가치만 약 5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가진 재산만으론 이를 취득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과 정 회장이 23.2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등의 방안이 금융투자 업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경우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핵심 부품 사업과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으로 나누고서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짤 계획이었다.

현재 금융투자 업계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을 재상장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거나 분할 비율을 수정하는 방안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하면서 미래 차 경쟁력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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