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

SK그룹을 이끌 리더는 당분간 바뀔 일이 없다.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며 30대에 그룹을 승계한 최태원 회장이 이제 60대초반인 데다 통신(SK텔레콤)과 반도체(SK하이닉스), 화학(SK이노베이션)이라는 그룹 3대 핵심축이 확고히 자리 잡으며 그룹 경영도 순항하고 있다. 당분간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SK그룹의 장점이다.

하지만 SK그룹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룹의 성장을 주도할 만한 사업이 많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1400억원)에 인수하는 것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중심인 통신 사업의 경우 내수 시장에 기반을 둔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이지만, 더는 회사의 성장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주축인 배터리 사업은 장래성이 좋은 사업이지만, 아직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탈통신’을 선언하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회사명을 ‘T스퀘어’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벗고 정보통신기술(ICT)로의 확장을 시도 중인 것이다. SK텔레콤은 크게 이동통신(MNO)·미디어·보안·커머스 등 네 개의 핵심 사업을 추진 중인데, 회사는 미디어·보안·커머스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일례로 미디어 사업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음원 서비스 플로 같은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도 SK텔레콤의 미래 핵심 사업이다. SK텔레콤은 10월 15일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과 T맵 택시 사업을 추진하는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우버테크놀로지와 합작 회사도 세울 예정이다. 2025년까지 연 매출 6000억원, 기업 가치 4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SK텔레콤뿐 아니라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전망할 수 있는 회사라 관심이 쏠린다.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강조하며 SK그룹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해온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소재와 ICT, 헬스케어, 배터리와 함께 모빌리티를 SK그룹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 SK는 2018년 3월에 동남아시아의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에 800억원을 투자했고, SK텔레콤은 2019년 초 그랩과 손잡고 합작 회사인 그랩지오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반도체의 경우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D램(D-RAM) 중심의 사업 구조였던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10월 20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D램과 낸드 플래시 양 날개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합시다”라고 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중국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거래처인 노트북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와 클라우드사(社)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 클라우드 설비 투자 증가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은 2015년에 반도체 소재 전문 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4800억원에, 2017년에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1조원에 인수했고, 2018년에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에 4조원을 투자했다.

바이오 사업도 성장 동력의 하나다. SK는 1993년부터 중추신경계 분야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SK는 2011년 SK바이오팜을 설립했고, 2015년 이 회사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SK바이오텍을 탄생시켰다. 2017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 시설을 인수했고, 2018년 7월에는 미국 의약품 생산 업체 앰팩을 80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SK바이오팜의 상장은 SK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꾸준히 투자했던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는 소비자 신뢰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는 소비자 신뢰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진 SK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은 과제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마쳤다. 당시 SK C&C가 지주사인 SK의 지분 31.82%를 보유해 논란이 있었지만, 2015년 두 회사가 합병하며 SK 중심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18.44%에 이른다. SK는 SK이노베이션(33.4%)과 SK텔레콤(26.8%), SKC(41.0%), SK머티리얼즈(49.1%), SK실트론(51.0%) 등의 자회사가 있다. 최태원 회장의 남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SK 지분율도 각각 2.36%, 6.85%에 달한다.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9.56%로, SK그룹 일가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권을 쥔 최 회장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이동통신과 ICT 사업을 나누고,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작업이다. SK텔레콤이 지주사(투자회사)와 사업 회사로 나뉠 경우 지주사가 SK하이닉스와 ICT 사업을 품어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 회사라 공정거래법에 따라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10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해 사업을 키우는 데 제약이 많다. 만약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이런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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