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한화솔루션

롯데·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한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등 재계 주요 그룹이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이미 오너 가문 3세가 회장에 오른 곳도 있지만 대부분 아버지 또는 어머니 아래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형제·남매 간 갈등을 겪는 그룹도 있다.


한화 김동관 사장, 그룹 태양광 사업 주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가(家)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미래 뉴 한화’를 이끌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2010년 한화에 입사한 김 사장은 그룹 회장실을 거쳐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화큐셀(현 한화솔루션) 상무를 지냈고 같은 해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지난해 말 부사장에 올랐고, 9개월 만인 올해 9월 그룹 화학·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재계에선 한화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의 고속 승진 배경은 호실적에 있다. 한화솔루션은 김 사장이 주도해 온 태양광 사업을 바탕으로 올해 1·2분기 연속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고 이에 따른 인사였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GELI)를 인수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4차 산업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8월에는 315㎿(메가와트) 규모의 포르투갈 발전소 사업권을 수주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진출했다.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과 함께 올해 초부터 ㈜한화 전략부문장도 맡고 있다. 현재 그는 ㈜한화 화약·방산, 무역, 기계 등 주요 사업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고 투자 계획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롯데, 3세 경영 준비 돌입

재계 5위 롯데그룹은 3세 경영 체제 준비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가 일본 ㈜롯데에 입사하면서다. 일본에서 태어난 신씨는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노무라증권 싱가포르지점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5년 3월 하와이에서 결혼을 한 후, 그해 11월 일본에서 피로연을 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계는 신 회장이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것처럼 신씨도 일본 롯데에 이어 한국 롯데에 입사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경영 수업을 받을 것으로 관측한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 사진 조선일보 DB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 사진 조선일보 DB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안정적

롯데의 유통 라이벌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정유경 남매 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 등 그룹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부문을,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백화점·패션 등의 계열을 각각 경영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2%씩 증여받았다. 증여 이후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늘었다. 업계에선 신세계의 남매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됐고 동시에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 등 계열분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정 부회장은 점포 리뉴얼과 신선·가공식품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그로서리 혁신’을 펼치며 이마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 3월 출범한 그룹 통합 쇼핑몰 ‘쓱(SSG)닷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도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해외 명품, 리빙 부문 등을 중심으로 실적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사진 조선일보 DB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사진 조선일보 DB

현대중공업, 오너 경영 체제 전환 준비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부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사업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앞서 2008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 기획팀 수석부장 등을 거쳤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한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경영권 승계 과정 중 갈등도

한진은 3세 조원태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는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4월 8일 별세 후 16일 만에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 그해 말 그룹 인사를 단행하며 대한항공·한진 등 주력 계열사 임원에 대한 세대 교체를 추진했다.

경영권 분쟁도 겪었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았고, 올해 초에는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합세한 이른바 ‘3자 연대’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현재 조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업계 위기 이후 화물 운송 사업에 집중해 대한항공의 2분기 1000억원 흑자 달성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유럽, 동남아 지역 본부 통합을 통한 조직 효율화,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 매각 등 사업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은 경영권을 놓고 3세 간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은 지난 6월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모두 승계하면서 일어났다.

이전까지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19.32%) 그룹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19.31%) 사장의 지분이 거의 같아 형제 경영 구조가 유지됐었다. 그러나 7월 장녀인 조희경(0.83%)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한정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성년후견제도의 하나다. 그러자 조현식 부회장이 지난 8월 말 누나 조희경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동참했고 조현식·조현범 형제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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