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3·4세 경영이 대두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소유구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경영·소유권이 분리된 영미권 기업을 예로 들며 국내 기업의 세습 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국가별로 경제 발전 역사와 상황, 법, 제도 등이 다른 데다 두 체제 모두 빛과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오너 경영 체제도 ‘융합형’ 인기…전문경영인도 적절히 활용

스웨덴·덴마크·핀란드 같은 유럽 내륙 국가와 한국·중국·홍콩 등 동아시아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제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거나, 전문경영인·오너 경영 체제를 오가는 융합형 방식을 택하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오너 경영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발렌베리 가문은 1856년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을 창업한 후 160년간 가족경영을 해왔다. 5대째 가문에서 후계자가 나왔지만, 기준은 여느 기업보다 까다롭다. 먼저 후계자는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나오고, 해외 유학과 해군 장교 복무를 마쳐야 한다. 이 중 경쟁을 통해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두 명이 후계자로 선정되며, 각각 금융·산업 분야를 나눠 맡아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발렌베리 가문은 가족경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문경영인도 활용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 재단을 소유하고, 재단 산하 자회사는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한다. 전문경영인 재임 기간은 13년에 달해 일관성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

일본 대표 자동차 그룹인 도요타도 80년 넘게 오너 경영을 이어오면서 전문경영인을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도요타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11명 중 오너가는 6명, 전문경영인은 5명으로 비슷하다. 오너 일가가 입사 후 CEO가 되는 데 걸린 시간도 평균 31년으로, 전문경영인(35.8년)과 큰 차이가 없다. 오너 가문이라도 경영 능력이 없으면 교체되고, 이 자리는 전문경영인이 차지한다.


전문경영인 위주였던 영미권…창업가형 CEO 활약 돋보여

영국, 호주,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많은 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경영인의 전문성이 뛰어나고, 민주적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의사결정 과정이 지체되고, 단기 실적에 집착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제너럴모터스(GM), US스틸은 근시안적인 투자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제조 업체로 꼽힌다. 한때 미국 할인소매점 업계 선두였던 K마트도 잦은 전문경영인 교체로 파산 신청에 이른 기업 중 하나다. 

최근 영미권에서는 소유 경영 체제의 일종인 ‘창업가형 CEO’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그 예다. 이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 뒤,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위계질서나 오랜 협의보다는 ‘빠른 결정’을 중시하는 셈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들은 관리 능력이 뛰어나지만,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편”이라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CEO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이 중요해져 해외에서도 오너·창업자 CEO들이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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