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여 물의를 빚었다. 사진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분식회계로 실적을 부풀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여 물의를 빚었다. 사진 연합뉴스

‘기아차부터 대우조선해양, 대한전선까지.’ 기업사 흥망성쇠가 있다지만, 세 기업의 역사는 유독 부침이 심하다. 한때 우리나라 재계를 주름잡았던 이 기업들은 한순간에 무너졌다가 재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진 모델로 불리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지만, 되레 뒤통수를 맞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세 기업의 몰락은 감지할 수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수년이 지나도 이 기업들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불투명한 경영이 기업 몰락으로 이어져

1997년 기아차의 회계 부정 사건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당시 분식회계를 이끌었던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은 말단사원에서 회장으로 올라선 뒤, 기아차를 재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린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과도한 시설·사업 투자로 빚이 지속해서 늘자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외환위기로 자금이 경색되자 적자가 드러났고, 김 전 회장은 1998년 분식회계 혐의(횡령 등)로 4년 형을 선고받아 2년간 복역했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뒤에야 정상화될 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제2의 기아차’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남상태 대우조선 전 사장은 금품을 수수하고 회삿돈을 횡령했고, 고재호 전 사장은 수조원대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자, 분식회계를 감행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국책은행의 유동성 지원을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 중이었던 탓에 회계 조작을 감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기업이었던 대한전선의 침몰 뒤에도 전문경영인이었던 임종욱 전 대표이사가 있었다. 그는 오너인 설원량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경영을 맡은 뒤, 배임·횡령, 이해 관계자와의 거래 등을 잇달아 저질렀다.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지인들의 사업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회사에 수백억원의 보증을 서게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011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뒤에야 7년간의 불법 행각을 멈췄다.


단기 전략에 급급해 성장 동력 못 찾아

세 기업의 경영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무리하게 이끌었다는 점도 닮았다.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은 신차 개발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기아특수강에 1조원을 쏟아부으며 부채를 키웠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2014년 선박 건조 대금을 미리 받는 대신 값을 깎아주는 방식의 ‘저가 수주’를 진행해 수익성이 떨어졌다.

대한전선은 임종욱 전 대표의 무책임한 투자의 희생양이 됐다. 임 전 대표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무주리조트와 선인상가, 남부터미널 부지, 쌍방울, 남광토건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자신의 투자를 막지 못하도록 사업부에 측근을 전면 배치하고, 통제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다. 미래를 좀먹는 투자에 2조원이 소요됐고, 대한전선의 자산 부실화까지 벌어졌다. 대한전선은 2009년 5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자율 협약, 자산 매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하려면, ‘대리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전문경영인의 재임 기간은 3년에 못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을 짜기보다는 당장의 이해관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기업처럼 성과 보상을 주식으로 지급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짤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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