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 중견기업 연구원 이사 사진 서울대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대표, 시장경제 제도연구소 이사장 사진 명지대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서울여대
왼쪽부터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 중견기업 연구원 이사 사진 서울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대표, 시장경제 제도연구소 이사장 사진 명지대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서울여대

국내 재계 1~4위인 삼성과 현대차·SK·LG가 3세대 젊은 총수를 앞세우고 있다. 이들은 저성장 시대에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며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고령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국중심주의 등 악화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10월 28일 국내 경영학자들에게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이하 이동기),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이성봉),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하 조동근)가 참여했다.


3·4세대와 1·2세대 경영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동기 “1세대는 창업과 성장 기반을 구축했고, 2세대는 경쟁력 혁신과 글로벌 성장에 힘을 쏟았다. 3세대는 미래 디지털 시대를 위해 사업 구조와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이성봉 “3세대는 자유의 가치, 글로벌 역량,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조동근 “3세대가 1·2세대 경영인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1세대는 미국·일본의 뒤를 좇았고, 2세대는 1세대의 성과를 더 심화시키면 됐다. 이와 달리 3세대는 팔로어가 되면 안 되고, 예전처럼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스스로 캐시카우와 달러박스를 찾아야 한다. 더군다나 이전 세대가 이뤄놨던 실적에 대한 부담도 있다.” 


국내외 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3세대 경영인들이 지녀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동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발굴, 신속하고 유연한 혁신을 촉진하는 조직 구조 도입이 필요하다.”

이성봉 “그룹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룹 안팎의 인재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즐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만 그룹 성장을 위한 변화를 창조할 수 있다.”

조동근 “미래를 예측하는 직관과 고뇌가 필요하다.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키운 것처럼, 어떤 포트폴리오가 더 필요할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국내 기업 간 전략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생겨도 좋겠다. 서로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은 1세대에서 끝나야 한다.”


미래 먹거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동기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해서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팀 구축, 철저한 고객 중심 접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 모델 구축, 끊임없는 실험과 학습, 장기적 접근, 이익보다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접근 등이 필요하다.”

이성봉 “슘페터가 70여 년 전 제시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디지털 융합을 더하면 좋겠다. 2세대 경영인 사이에선 찾기 어려웠던 타업종 대기업 간 협력이 최근 봇물 터지듯 추진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융합·협력해 창조적 파괴를 추진한다면 미래 먹거리를 계속 찾아낼 수 있다.”

조동근 “‘업(業)의 본질을 알라’는 이병철 삼성 초대 회장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각 사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필요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과거 대우는 ‘더 많은 국가에 물건을 판다’라는 단순 사업 전략을 추구하다 무너진 반면, 삼성은 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질적 성장에 성공했다. 최근 현대차가 몸집을 불리는 대신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업의 본질을 잘 파악한 사례라고 본다.”


국내 상속세율(50%) 부담이 과중해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기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지배권 강화제도도 허용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경영권 승계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다음 세대의 경영권 승계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봉 “현행 상속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4~5세대 경영권 승계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 많은 학자가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대기업 덕분에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데, 대기업 오너 경영 체제 와해로 갈등이 커지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조동근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는 ‘사망세’다. 생물학적으로 죽은 사람을 사회적으로 한 번 더 죽이는 것이다. 얼마나 창피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3개국이 상속세를 시행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징벌적인 상속세를 빨리 폐지해야 한다. 기업이 이룬 것을 왜 국가가 강탈하는가. 기업가들이 실력만 있다면, 기업은 이어져야 한다.”


오너 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단점과 우리나라에 더 잘 맞는 체제는 무엇인가.

이동기 “오너 경영 체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경영하면서 전략적 인내가 가능하다. 하지만 후계자 적합성 문제, 가족 간 갈등과 분쟁, 오너와 소액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오너 경영 기업이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두 체제의 우월성을 따지기보다는 서로 경쟁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성봉 “한국만 놓고 어떤 체제가 좋은지 말할 순 없다.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갖춘 오너, 감독과 견제를 받는 뛰어난 전문경영인 모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전문경영인, 경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3·4세의 기업 경영은 문제다.”

조동근 “양자 간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두 경영 체제는 세모와 네모를 비교하는 것처럼 우열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문경영인 시장이 좁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나타난 게 기아자동차 사건이다. 노조와 결탁해 주주를 내팽개친다. GM이 왜 망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 활성화를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동기 “해외 주요 국가의 경우, 가족 경영 체제인 기업 다수가 상호 출자, 차등 의결권 제도, 재단·신탁을 활용한 자본 확충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권 약화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도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성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중심주의로 급속하게 회귀하고 있다. 자국 기업 이익이 가장 중요한 정책 어젠다가 됐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1등이 되도록 경영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은 그 나라 기업의 국내 및 해외 생산 역량을 합친 것과 같다’는 하버드대 경영대 마이클 포터 교수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조동근 “정부는 손 떼고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심판과 선수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가 선수로 뛰고 있다. 정부가 크면 민간이 쪼그라든다. 정부는 민간보다 도덕적이지도 않고, 유능하지도 않다. 기업을 그냥 둬야 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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