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런스(Robert Z. Lawrence) 예일대 경제학 박사, 예일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 사진 하버드 케네디스쿨
로버트 로런스(Robert Z. Lawrence)
예일대 경제학 박사, 예일대 교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 사진 하버드 케네디스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의 핵심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에서 만들지 않은 것은 사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도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럽다.

특히 철강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량 제한)’를 받아들이는 대신 관세에 대한 국가 면제를 받았다.

로버트 로런스(Robert Z. Lawrence)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1월 10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미 FTA를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의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 아메리칸 공약에 대한 우려에 대해 “바이든 측근들은 그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하에서 이를 추진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관세를 통해 무역장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국제 무역 질서를 지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의회장이기도 한 로런스 교수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와 전미경제연구소(NBER) 선임연구원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으로 활동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로런스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이 1988년 대통령 경선에 도전했을 때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며 그를 도운 인연이 있다. 로런스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은 똑똑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며 “일의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 타협할 줄 아는 중도적 민주주의자(centrist democrat)”라고 했다. 로런스 교수와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전망해봤다.


11월 10일 로버트 로런스(왼쪽)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안상희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11월 10일 로버트 로런스(왼쪽)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안상희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이든의 경제 구호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다. 재정 지출, 법인세와 부자 증세, 미국의 재건을 위한 공항, 도로, 통신 등 공공 인프라, 기후변화, 친환경 정책에 대한 투자로 요약된다. 당선인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고, 소득세율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부유층을 상대로 한 증세로 중산층을 지원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바이 아메리칸 공약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바이든 당선인이 WTO 규정을 어기면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펼치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조하며 이를 추진할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기에 세계 경제는 나아질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당선인이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과 동맹국과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을 펼쳤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국과 협력하고 타협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상징적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재가입하고 적당한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복귀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침체된 미국 경제의 해결책은 뭘까.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처에 최우선으로 나서겠다며 이 문제를 다룰 전문가 그룹을 임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2차 경기부양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는 게 적합할까.
“적합하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를 살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통화 정책은 효과가 없다. 재정지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 부양이 절실한 현 상황에서는 재정지출로 부채가 늘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기준금리가 높을 때는 부채가 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하지만,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에선 괜찮다. 다만, 당장 세금을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당장은 법인세 인상이 의회를 통과하지도 못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세제 정책은 반드시 재정지출 계획과 함께 고려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한 세금 인상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재정지출은 물론 단기적으로 부채를 야기하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이를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세금을 올릴 것이다.”

미·중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안보, 인권 등의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이때 중국의 반응은 어떨지 알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은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decouple·탈동조화)하지는 않아 관계가 부분적으로 나아지긴 할 것이다. 대립 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은 WTO 등을 통한 동맹국과 연대를 통해 중국을 함께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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