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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국내 경제계는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을 구분하느라 바쁘다. 미국은 통상·유가·환율·산업 등 거의 모든 경제 관련 키워드에서 한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자신들의 주력 사업 흐름에 어떻게 작용할지 분석하고, 개인은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 고심한다. ‘이코노미조선’이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분야 공약과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산업계의 희비(喜悲)를 정리했다.

1│신재생에너지

많은 전문가가 바이든 승리에 따른 최대 수혜 업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는다. 사실 그의 기후변화 대응 공약을 들여다보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환경적 정책을 규탄하며 기후변화 관련 산업에 4년간 2조달러(약 222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태양광 지붕 800만 개, 태양광 패널 5억 개, 풍력 터빈 6만 개를 설치해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고, 2030년부터는 신축 빌딩의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또 바이든은 강력한 자동차 연비 규제 시스템도 도입해 친환경 교통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그린 산업 육성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원칙하에 이뤄질 예정으로, 중국 업체의 진입을 막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라며 “미국에 진출했거나 상대적으로 진입이 자유로운 국내 관련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1위 풍력 타워 업체인 씨에스윈드의 경우 올해 8월 중순 7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현재 12만원을 웃돈다.


2│전기차·배터리

미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규제를 사실상 없애버렸고,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 에너지 100% 시대를 약속한 바이든의 당선은 전기차 업계에 큰 축복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오는 2050년 카본 제로(Carbon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인구 10만 명 이상인 모든 미국 도시에 친환경 대중교통을 도입하고, 300만 대 규모의 정부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된 친환경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에 나선 현대차와 친환경차 공조 시스템 부품 공급사인 한온시스템 등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선방하는 배경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11월 9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 수소차 연료 공급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시장도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미국 전기차 시장까지 부활한다면 세계 선두권에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특히 LG화학은 현재 미국 미시간주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고,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중시하는 바이든 기조에도 호응할 수 있는 여건이다.


3│반도체·IT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중국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은 트럼프보다 강경하다”라며 “중국에 관해서 만큼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훌륭한 정책 계승자”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반도체·통신기기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 중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직간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올해 5월 18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에 참석해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뿐 아니라 화웨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손해를 끼친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바이든의 증세 공약은 한국 업체들에도 부담스러운 변수다. 증세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면 이는 TV나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바이든이 ‘빅테크 기업 저격수’라고 불릴 만큼 대형 IT 업체에 부정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국내 IT 업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수 있다. 다만 네이버·카카오 등의 미국 시장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4│건설·철강

전통 산업군에 속하는 건설과 철강 업종은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정부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석유·가스를 원료로 하는 정유·화학 플랜트와 석탄·복합화력 발전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 철강재도 송유관, 유정용 강관 등의 에너지용 강관을 중심으로 미국 수입 철강 시장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다만 이들 업계가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진작부터 해왔다는 점에서 상황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경영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넘어간 건 바이든 등장 이전의 일이다. GS건설의 경우 해외 수처리 사업에 투자하고, SK디앤디는 풍력·태양광·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세아제강도 2017년부터 유럽·대만 등지의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후육관을 납품하고 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별 회사의 전체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회사들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회복이 기대된다”고 했다.


5│전통 에너지

2018년 초 4만원을 넘나들던 한국전력 주가는 현재 약 2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글로벌 탈(脫)탄소 흐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유럽이 탄소에서 수소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세계의 공장’ 중국마저 2060년 탄소 배출 제로를 선언한 상태인데, 미국 대통령 바이든까지 등장하면 전통 에너지 산업은 더 험난한 시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의 원흉으로 찍힌 석유화학 업계는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의 9차 전력 계획에 현재 국내 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을 적용해 발전량을 산출하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전히 2억4000만t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정부 목표 배출량이 1억9000만t이므로 전통 에너지 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비용도 당분간은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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