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용산아이파크몰 4DX 스크린관 내 스크린 3면에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 CGV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 스크린관 내 스크린 3면에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 CGV

11월 27일 서울 한강로동의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 스크린 영화관. 정면의 스크린뿐 아니라 양옆 벽면까지 극장은 바닷속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파도 소리가 바로 귀 옆을 번갈아 가며 선명하게 들렸고, 마치 튜브를 타고 몸을 물결에 맡긴 것처럼 좌석도 천천히 사선으로 왔다 갔다 움직였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면서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2016)’의 한 장면이 나왔다. 주인공인 마법사가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자 스크린 우측에서 번개처럼 빛이 번쩍였다. 콘서트 장면에서 화면에 꽃가루가 날리자 영화관 천장에서도 비눗방울 용액을 농축한 작은 방울 수백 개가 내려와 공간을 메웠다.

“파도 소리는 어느 장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더 커지게 만들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향은 어떤 원재료를 조합해서 언제 뿌려야 하는지, 좌우 면에 상영할 바다 컴퓨터 그래픽(CG) 영상을 어떻게 만들지… 모두 영화관에서 결정하고 준비한다.”

‘이코노미조선’과 함께 영상을 감상한 방준식 CJ 4D플렉스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본영화 콘텐츠와 별도로 영화관 측이 아예 새로운 콘텐츠를 또 만들어 극장에 온 고객에게만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영화의 몰입도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기술적 요소에 투자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따라 하기 어려운 최첨단 스크린과 소리 장비와 기술, 그리고 온라인으로는 접할 수 없는 추가 영상을 동원해 영화 영상물에 이은 제2의 ‘오감(五感)’ 창작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9년 한 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역대 최다인 2억2668만 명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1조9140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관객 수 증가와 함께 단가가 높은 특수상영관 매출이 많았고 ‘N차 관람(한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행위)’이 확대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OTT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극장은 체험형 특수상영관에 주력하고 있는데, ‘알라딘(2019)’의 4D 열풍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전체 영화 특수상영 매출은 전년의 826억원보다 5.6% 증가한 872억원을 기록했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영화관은 집에서 영화를 시청할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입장감(presence·특정 공간에서 음향 등을 동원해 마치 실내에서 가상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효과)’을 관객에게 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영화관이 이젠 적극적으로 ‘포스트 프로덕션(촬영된 영상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효과음을 입히고 시각적인 특수 효과를 주는 등의 후반 작업)’에 뛰어드는 등 창작 역할까지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를 하는 곳은 CGV다. 특별상영관 좌우 벽면에 투사할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투자·배급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영화 개봉 몇 주 전 단독으로 먼저 영화 영상을 공수해온다. 자회사인 CJ 4D플렉스 스크린X 스튜디오가 미리 받아 본 영화 최종 편집본을 수십 번 돌려보며 각 장면에 알맞은 CG 화면 등을 창작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B롤(최종 편집본에는 사용하지 않은 영상)’을 제공받아 좌우 면에 활용하기도 한다. N차 관람과 싱어롱 열풍을 이끌었던 ‘보헤미안 랩소디(2018)’는 스크린X PD가 직접 런던을 방문해 영화 편집팀을 만나 B롤을 공수해 온 경우다.

메가박스 역시 올해 7월 첨단 음향 기술을 적용한 특별상영관 ‘돌비 시네마’를 선보였다. 관객의 머리 위와 등 뒤까지 360도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음향 효과가 극대화되는 상영관이다. 롯데시네마도 좌석 진동과 모션 효과를 포함해 바람·빛 등 환경 효과를 활용하는 ‘4D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까지 변해야 오프라인에 모여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영화관이 영상을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경험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영화관이 OTT로 충족할 수 없는 오프라인 경험을 하려는 소비자의 N차 관람을 유도하듯, 앞으로 영화관은 테마파크처럼 변신해야 한다”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한 번 타도 또 타고 싶은 것과 똑같다”고 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OTT 경험은 단순한 ‘모니터’ 활동에 가깝다”며 “영화관은 반대로 한 번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차마다 그 경험이 다르고 가치 있는 ‘체험 기회’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김 문화평론가는 “미국에서 자리 잡은 컬트 극장 관람 문화에서 젊은이들은 B급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1975)’를 극장에서 관람하며 등장인물의 의상과 가발을 착용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한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오프라인 영화관은 한국에 아직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한 오프라인 단체 관람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방식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조진호 CJ CGV 영업담당
“온라인 콘텐츠를 영화관 스크린에 띄웁니다”

서울 한강로동의 CGV 본사에서 조진호 CJ CGV 영업담당이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서울 한강로동의 CGV 본사에서 조진호 CJ CGV 영업담당이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의 절대적인 양이 많아지고,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해지자 CJ CGV는 비(非)영화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영화관에선 볼 수 없었던 콘텐츠까지 제공해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e스포츠를 생중계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식이다. ‘이코노미조선’은 11월 23일 서울 한강로동 용산아이파크몰 CGV 본사에서 전국 CGV 극장 운영을 담당하는 조진호 CGV 영업담당을 만나 이러한 시도에 대해 들었다.


영화가 아닌 콘텐츠를 수급하는 방법은.
“지난 6월 론칭한 콘텐츠 브랜드 ‘아이스콘’에서  콘서트 실황 영상 등 영화가 아닌 콘텐츠를 수급한다. ‘월간오페라’처럼 해외 콘텐츠를 수입해 상영할 뿐 아니라 각 기획사 및 소속사에 아이스콘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해 콘텐츠를 함께 만들기도 한다.”

아예 새로운 콘텐츠를 극장 상영용으로 만드는 것인가.
“그렇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김호중의 팬 미팅 영화는 김호중 매니지먼트, 공연기획사 측과 함께 기획했다. 자회사인 CJ 4D플렉스 PD 등 인력이 팬 미팅 현장에 가서 3면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다. 공연 현장음 역시 CGV 측 녹음 인력이 직접 투입돼 음향 믹싱(음악을 영상에 맞게 조절하는 일) 작업을 진행했다. 음향 믹싱 감독이 영상 속 가수의 움직임에 따라 노랫소리가 영화관 안에서 따라갈 수 있도록 ‘사운드 디자인(음향 요소를 선별, 습득, 조작, 생산하는 과정)’을 별도로 하기도 했다.”

기대하는 효과는.
“온라인을 통한 영상 소비에 그치는 소비자들까지도 오프라인 영화관으로 끌어오고 싶다. 예컨대 최근 유튜브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유튜브를 보지만, CGV는 이를 극장용 콘텐츠로 훨씬 큰 스케일에서 제공해 이들까지 포섭하고 싶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인기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2’의 극장용 영상 역시 4D플렉스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측과 함께 촬영했다. 현재도 다수의 MCN(유튜브 등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과 다양한 콘텐츠를 계획 중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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