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공항에서 ‘라라랜드’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 AFP연합
11월 2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공항에서 ‘라라랜드’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영화 매체들은 ‘영화관의 마지막’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객을 잃어버린 영화관이 설령 코로나19에서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원래 자리를 찾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콘텐츠의 주도권은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거대한 공간과 이를 감당하기 위한 거액의 임대료가 드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도사리는 멀티플렉스에서의 영화 관람을 더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제임스 캐머런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대유행의 영향에서 영화관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올해 영화관 매표 수익은 전년보다 65.6% 감소한 155억달러(약 17조원)로 추정된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영화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AMC)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현금이 바닥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사이자 리걸시네마스의 모회사인 시네월드는 10월 초 영국과 미국 모든 영화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미국 영화 단체들은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중소 업체의 69%가 파산을 신청하거나 영구 폐업할 수 있고 극장 일자리의 66%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극장 폐쇄에 대한 정부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관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100년 넘게 대형 스크린과 암전(暗轉)된 공간에서 스크린 속으로 빠져드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영화관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단번에 끊어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극심했던 8월 미국에서 온라인 티케팅 업체인 아톰티켓이 진행한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업체가 1만60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면 응답자의 40%가 ‘즉시’ 영화관에 갈 것이라고 답했고, 34%는 ‘한 달 안’에 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영화관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1%였다. 시간 문제일 뿐이지, 대부분은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1│영화관은 실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관객들이 코로나19 두려움을 느끼는 실내 영화관 대신 드라이브인(drive-in) 방식의 실외 영화관을 운영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뉴캐슬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럭비팀 홈구장에 드라이브인 영화관이 문을 연다. 드라이브인 UK의 창립자인 칼럼 캠벨은 “초대형 화면을 영국으로 가져와 기쁘다”며 “마법 같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차 1대당 32유로(약 4만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선 ‘스트리트푸드 시네마’라는 이름의 드라이브인 극장이 열리고 있다. 차들은 6피트(약 1.82m)씩 떨어져 주차해야 하며, 직원들이 팝콘과 음료가 담긴 봉투를 건넨다. 아이스크림과 햄버거, 베트남 요리를 파는 10여 대의 푸드트럭도 있다. 관람객들은 20달러(약 2만원)에 추가로 1인당 8달러(약 8000원)의 음식값을 내야 하지만, 실내 극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 있어서다.


프랑스 파리에 2021년 개관 예정인 오마 시네마. 자리 배치와 프로젝터 배치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콘셉트로 지어진다. 사진 오마 시네마
프랑스 파리에 2021년 개관 예정인 오마 시네마. 자리 배치와 프로젝터 배치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콘셉트로 지어진다. 사진 오마 시네마

2│영화 대신 게임·콘서트 콘텐츠 상영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인 영국 오데온은 게이머들에게 극장 스크린을 개방했다. 가격은 100유로(약 13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약자에게는 10% 할인이 제공된다. 뉴욕 IFC 센터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관한 온라인 수업을 극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AMC는 개인에게 극장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대 20명 규모로 대여할 수 있으며 세금을 제외하고 99달러(약 11만원)만 내면 AMC 600개 극장을 대여할 수 있다. AMC는 미국에서 625개의 영화관을 운영 중이다. 극장 위치와 음식·음료, 영화에 따라 가격은 349달러(약 38만원)까지 올라간다. AMC는 이와 관련해 약 11만 건의 문의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엘리자베스 프랭크 AMC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일부 소비자는 친밀한 관계 아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반면, 다른 소비자는 거실을 청소할 필요가 없는 공간에서 친구와 가족을 맞을 기회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525개의 영화관을 보유한 미국 시네마크도 최대 20명의 관객이 ‘토이 스토리’나 ‘엘프’ 같은 영화를 99달러에 볼 수 있도록 영화관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까지 5만여 건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 있는 영화관 아레나 시네루즈는 특별한 팝콘을 판매하고, 이를 전국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가 있는 LA의 경우 실내 영화관을 열지 못한다. 이 극장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안 메올리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멀티플렉스는 몰입감을 키우고, 영화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며, e스포츠 같은 대체 콘텐츠를 상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A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솔스티스 스튜디오의 마크 길 대표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데몬 슬레이어’의 사례를 보면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야 한다는 억눌린 욕구가 분명히 있었다”며 “좋은 블록버스터 하나가 진정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3│수직형 영화관의 시대

2021년 프랑스 파리에 개관 예정인 오마 시네마(Ōma Cinema)는 독창적인 좌석·프로젝터 배치를 통해 관객이 새로운 영화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해지는 점을 고려해 수직적인 개념으로 설계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극장처럼 독립된 구역이 존재하는 게 특징이다. 일렬로 쭉 있는 자리 대신 몇 개의 좌석이 모여 있는 박스가 수직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영화관을 설계한 피에르 시칸은 “영화관의 미래와 디자인은 앞으로 ‘수직적’일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영화관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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