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텔레비전, 비디오, DVD,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새로운 미디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영화관이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관은 사라지기는커녕 이들과 공생하며 매년 성장했다.”

‘이코노미조선’은 11월 28일 이메일과 화상으로 해외 영화 관련 석학 세 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온라인 영화 시장의 성장은 오히려 영화관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OTT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영화 콘텐츠와 관람객이 분화되는 현상은 영화관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 도허티 미국 브랜다이스대 미국학 교수와 앤서니 팔롬바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전문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시몬 페리아니 런던대 카스 경영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영화관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도허티 교수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다.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도 미국 영화 산업에 대해 강의했다. 팔롬바 교수는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 산업을 경영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페리아니 명예교수는 영화 등 문화 분야에서의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탐구한다.


11월 28일 토머스 도허티 브랜다이스대 미국학 교수가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11월 28일 토머스 도허티 브랜다이스대 미국학 교수가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많은 영화가 OTT에서 상영되면서 영화관이 영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앤서니 팔롬바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제작사가 제작비를 보전하기 위해 OTT에 영화를 과하게 많이 팔아넘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해결되고 영화관 상영이 보장되면, 오히려 영화 콘텐츠라는 재화의 수명이 길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영화관에도 고무적이다. 영화 제작·배급사와 영화관이 함께 떠안아야 했던 영화 흥행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OTT가 분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 유통 구조상 1차 시장인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경우,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2차 부가판권 시장의 규모가 대폭 커진 것이다. 영화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기민한 경영이 가능해졌다.”

아예 OTT로 직행하는 영화가 지금보다도 더 많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앤서니 팔롬바 “앞으로는 영화관 상영을 아예 포기하고 OTT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한정적일 것이다. 코미디·로맨스 등 특정 장르의 저예산 영화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경우 제작비가 적다 보니, 영화관이라는 1차 시장에서 추가수익을 기대하며 영화관에 계속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비경제적이다. OTT에 영화를 넘겨버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액션·히어로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거금을 들인 투자사들만 해도 얼마나 많겠나. 이들 입장에서는 OTT 가입자 수에 제한받지 않고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고, 구독형 플랫폼과는 달리 관람 횟수에 따라 추가수익을 보장받는 영화관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영화관이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
시몬 페리아니 “오히려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체질 개선의 기회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영화관을 정리하고, 영화관의 규모 및 구조를 효율화·합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영국과 미국 등지의 영화관 체인은 과잉공급됐다. 상영관을 다수 확보해 배급사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영화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임대료 등 여러 비용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익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오히려 영화관 체인이 불필요한 영화관은 일부 팔아넘기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정부와 영국영화협회(British Film Institute)가 오프라인 영화관 산업 혁신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거대 스크린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영화가 오프라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영화관이 없어지고 OTT만 몸집을 불리는 건 아닐지.
토머스 도허티 “텔레비전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를 틀어주기 시작했을 때 미국 극장주들은 영화관이 고객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며 시위를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됐나? 오히려 영화관 산업은 더 커지기만 했다. 애초에 소비자는 텔레비전과 극장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경험이 달랐다. 또 이를 간파한 영화관이 ‘벤허(1959)’ 등 큰 스크린에 최적화한 영화를 고르고 오프라인 경험을 더 쾌적하게 하는 등의 시도를 했기에 되레 극장 산업은 성장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각각 OTT와 영화관에 기대하는 가치는 편리성과 체험·관계 중심의 경험이다.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 한 소비자가 각 미디어 채널로부터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고객을 빼앗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 고객의 다른 니즈를 채워준다고 보면 된다.”

그럼 영화관이 배급사와 계약에서 협상력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시몬 페리아니 “미래의 영화관은 과거처럼 단순히 상영관 수로 협상하는 사업체가 아닐 것이다. 단순 영화 티켓보다 부가가치 높은 다양한 이벤트, 사람과 교류를 제공하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또 복합적인 소비 공간으로서 가치가 더 주목받을 것이다. 온라인이 강조될수록 오프라인 플랫폼의 중요성도 커진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온·오프라인 투트랙을 택해야 하나.
앤서니 팔롬바 “그렇다. 제작·배급사와 영화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함께 진행할 수도 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의 경우, 최근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협의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홀드백(Hold Back·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영화관 스크린이 아닌 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을 통상 90일에서 최소 17일로 줄였다. 대신 VOD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제작·배급·상영 측면에서 모두 미뤄 판단했을 때 수익성이 부족한 작품은 빨리 온라인으로 넘겨버릴 수 있게 됐다. 영화 산업 전체가 모두 함께 효율적으로 작품을 취사선택하고 유통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 영화관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토머스 도허티 “한국에서는 특히 투트랙 중에서도 오프라인이 중요하기도 하다. 한국에 머무르면서 1980년 한국의 단관 영화관부터 2000년대 중반 초대형 멀티플렉스까지, 나는 모두 경험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놀이 문화가 부족한 한국에서 영화관은 유통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문화생활의 매우 중요한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은 작은 동네 영화관(neighborhood theater)의 비중이 크다. 단순히 영화를 관람만 하는 영화관보다 복합적인 소비·문화 경험을 보장하는 한국의 멀티플렉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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