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서울대 법학 학사,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 동서대 영화예술학 명예박사,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 전 문화부 차관, 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김동호
서울대 법학 학사,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 동서대 영화예술학 명예박사,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 전 문화부 차관, 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영화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온라인과 공생을 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동호(83)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12월 1일 오전 경기도 광주 자택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관의 위기가 커질수록 좋은 영화가 많아지면 관객은 떠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확대 추세는 단편 영화 등 다양성 확대를 통한 전체 영화 산업 진흥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961년 스물네 살의 나이로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 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거쳐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원로 인사로 꼽힌다. 75세 때 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주리(jury)’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11월 지난해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은 강릉국제영화제를 통해 글로벌 포럼을 주최했다. 주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화제의 차이점이었다. 이 자리에선 온라인 영화제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마에다 슈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온라인 영화제는 진정한 의미의 영화제는 아니다”라며 “영화제는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고, 상영 후 감독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영화의 주전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더라도 소비자의 콘텐츠 수용 형태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 관객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라며 “그러나 이는 온라인에 적합한 단편 영화 등 보다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장기적으로 전체 영화 관객 수를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한국 영화 산업 역사에서 영화관의 역할은.
“한국 영화 산업은 영화관의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특히 1998년부터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스크린 수가 대거 늘었다. 한국 최초의 1000만 관객 영화 ‘실미도(2003)’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도 스크린 수 확대가 있었다. 이후 한국 영화는 산업적으로나 질적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은 존속할 수 있나.
“영화제로 빗대어 말하겠다. 대부분의 국제 영화제들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3월부터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권위 있는 프랑스 칸 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의 장고 끝에 개최 일정을 연기했다가 아예 올해 행사를 취소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라는 예술은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켰다.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의 경우도 해외 인사는 초청하지 않고, 초청 작품의 배우와 감독만 일부 초청해 오프라인 행사를 강행했다. 오래된 원칙을 지킨 것이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게 영화관이라는 매체는 영향력과 기능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영화 소비 패러다임은 변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 지난해까지 세계 통계를 보면 극장 수는 늘었다. 아직 결산 전이지만, 올해는 대폭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관객들은 극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영화관의 큰 화면과 집과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간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왜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가야 하나.
“영화관에서 주는 체험과 경험이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화면으로 보는 경험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몰입감의 차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한 번밖에 못 갔지만 매년 해외 영화제 등에 평균 20번씩 출장을 간다. 한 번도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서 봐야 영화를 제대로 감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영의 문제도 있을 듯하다.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주요 영화 제작사 대부분은 작품성 있는 영화든 상업적인 영화든 온라인으로 영화가 우선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여러 제한 장치를 둔다고 하더라도 불법 복제가 가능하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다. 실제 올해 온라인으로 전환한 영화제들에서는 정작 좋은 영화는 상영하지 못했다. 제작사들의 반대에 따른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를 포기한 칸 영화제의 경우에도 56개 작품을 온라인 마켓을 통해 선정·발표했으나, 거장들의 작품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위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코로나19 사태로 CGV나 롯데시네마 등 주요 극장들은 큰 손해를 봤다. 스크린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내년에는 지점 폐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 관련 매출을 보면 디지털과 온라인을 통한 부가수입이 총 5000억원 정도, 극장 수입은 총 1조9000억~2조4000억원 정도다. 아직 절대적으로 극장 수입이 많지만, 디지털과 온라인을 통한 부가수입은 최근 계속 느는 추세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영화 산업에서 수익은 극장이 아닌 온라인과 디지털 분야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기회는 없나.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온라인의 성장은 단편 영화 쪽에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5월 말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공동창립자인 제인 로젠탈이 칸, 베를린 등 유럽의 영화제들과 공동으로 마련했던 ‘위 아 원-어 글로벌 필름 페스티벌’은 유튜브를 통해 며칠간 방송했다. 장편영화는 보다가 중간에 끊는 사람이 많았다. 가장 선호하는 건 단편, 다큐멘터리 그리고 코미디 영화였다. 단편 영화가 온라인에서 더 ‘먹힌다는’ 증거다. 온라인은 아직 문제는 있지만, 장점을 살리고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현장감과 몰입감이 주는 강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단편 영화에는 어떤 기회가 열리나.
“단편 영화 시장이 사실상 아직 없다. 가끔 극장에서 3~4편을 조합해서 상영하기는 하지만, 횟수는 매우 적다. 단편 영화는 영화제 수상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정도가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이조차도 바늘구멍이다. 단편 영화는 온라인 쪽에서 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재능을 갖춘 인적 자원의 발굴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오프라인을 포함한 영화 산업 전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정책 제안을 한다면.
“독립 영화나 단편 영화 등 저예산 영화들을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서 상영하는 걸 체계적으로 수행할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정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또는 제작자나 배급자들이 공동으로 투자해서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단편 영화를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상영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단편 영화 또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많이 틀어주면 관객을 만날 기회가 늘 것이고, 자리가 잡히면 해외 판로도 열릴 수 있다. 정부 지원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능 있는 인재가 영화판에 더 유입될 것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생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광주(경기)=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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