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임웍스가 2017년 스위스 취리히 힌빌 지역에 완공한 DAC 공장. 이 공장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DAC 공장이다. 사진 클라임웍스
클라임웍스가 2017년 스위스 취리히 힌빌 지역에 완공한 DAC 공장. 이 공장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DAC 공장이다. 사진 클라임웍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Direct Air Capture)’ 기술은 현재 가장 혁신적인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 기술로 꼽힌다. DAC 기술은 나무 심기와 비교해 좁은 공간에서 즉각적인 이산화탄소 제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숲을 이룬 뒤에야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DAC 장치는 설치 즉시 제거할 수 있다. 특히 DAC 기술은 비용 절감과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최근 상용화에 탄력이 붙었다.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 캐나다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미국 글로벌 서모스탯(Global Thermostat) 등 3곳은 DAC 기술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세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클라임웍스의 경우 흡입기로 공기를 빨아들인 뒤 흡착제 성분이 들어간 필터로 이산화탄소만 포집한다. 카본 엔지니어링은 흡입기를 이용해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데 수산화포타슘 용액을 쓴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다공성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다.

이 중 클라임웍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DAC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자 가장 많이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2010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유럽에서 15개의 DAC 장치를 설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2000만달러(약 1304억원)에 이른다. 회사에 따르면 자사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t당 600~1000달러(약 65만~109만원) 수준이지만, 4년 내 200달러(약 22만원)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라임웍스는 DAC 장치를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비닐하우스에 제공해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돕거나, 코카콜라 등 탄산음료 제조 업체에 공급했다. 하지만 이는 애써 힘들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또다시 공기 중으로 날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클라임웍스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가둬서 완전히 제거하는, 진정한 의미의 탄소 네거티브 기술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슬란드에서 건설 중인 DAC 공장 ‘오르카(Orca)’ 프로젝트다. 오르카는 클라임웍스가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 업체 카브픽스(Carbfix), 지열 에너지 업체 온 파워(On Power) 등과 함께 짓는 세계 최대 DAC 공장이다. 클라임웍스의 기술로 걸러낸 순도 높은 이산화탄소는 카브픽스의 기술을 통해 2년 안에 탄산염 광물로 바뀐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광물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는 온 파워가 지열에너지로 공급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고 영원히 제거할 뿐만 아니라, 이 공정에서 일절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마술 같은 기술은 이제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 이 마술쇼를 보기 위해 누가 지갑을 열 것인가다. 클라임웍스는 과거 DAC 장치를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팔아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오르카 프로젝트에서는 기꺼이 이산화탄소 제거에 동참할 고객을 발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마치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을 내면 그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거해주는 구독 서비스 모델을 선보였다. 가령, 1년에 960유로(약 126만원)를 내면 클라임웍스를 통해 이산화탄소 1t을 제거할 수 있는데 이는 내연기관차로 1만4000㎞를 운행하면서 남긴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클라임웍스는 자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간편하고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클라임웍스의 이산화탄소 제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글로벌 기업도 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Audi)는 1000t,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는 3333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계약을 클라임웍스와 맺었다.


plus point

[Interview] 다니엘 에거 클라임웍스 마케팅&영업부장
“전 세계 10억 명이 탄소 제거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목표”

다니엘 에거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 경영학·생산공학 박사, 전 ABB 영업부장 / 사진 클라임웍스
다니엘 에거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 경영학·생산공학 박사, 전 ABB 영업부장 / 사진 클라임웍스

“카본 엔지니어링, 글로벌 서모스탯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DAC 업계 선두주자인 클라임웍스의 다니엘 에거 마케팅&영업부장은 12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DAC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파이를 다 같이 키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에게 업계 선두주자로서 클라임웍스의 강점과 비전을 물었다.


클라임웍스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클라임웍스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전문가를 확보한 회사이며, DAC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자,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광물화 기술을 결합한 최초의 DAC 기업이라는 점이다.”

나무 심기 대신 DAC 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우리도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인간은 지난 수십 년간 심는 것보다 더 많은 나무를 베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해 나무 심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무 심기는 토양 침식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부대 효과를 낸다. 하지만 많은 물과 넓은 땅이 필요하며, 나무가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DAC 기술은 나무 심기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DAC 장치를 판매하고 판매한 장치 중 일부를 운영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이산화탄소 제거 서비스도 판매한다. 구독 형태의 이산화탄소 제거 서비스 대상 고객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이나 기업도 해당된다.”

클라임웍스의 비전은 무엇인가.
“전 세계 10억 명의 사람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동참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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