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을 활용해 조림지를 관측하고 있다. 사진 랜드 라이프 컴퍼니
드론을 활용해 조림지를 관측하고 있다. 사진 랜드 라이프 컴퍼니

미국 월가의 유명 가치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또다시 네덜란드의 한 조림(造林·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 회사에 ‘베팅’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 최대 보험회사인 아크메아 등과 함께 600만유로(약 79억원)를 랜드 라이프 컴퍼니(Land Life Company)에 투자한 것이다. 이 회사가 2018년 여러 투자사로부터 350만유로(약 47억원)를 유치할 때도 그랜섬이 투자사로 나섰다. 그랜섬은 월가의 대형 운용사인 그랜섬 마요 앤드 반 오털루(GMO)의 공동 창업자이자 2000년과 2008년 증시 하락을 예견한 투자의 귀재로 꼽힌다.

그랜섬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랜드 라이프 컴퍼니는 2013년에 창업, 현재까지 1190만유로(약 157억원)를 투자받은 회사다. 창업 초기 황무지에서도 묘목이 잘 자라도록 물과 영양분을 담은 생분해 성분의 그릇 ‘코쿤(Cocoon)’을 판매해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직간접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을 지우려는 기관이나 기업을 대신해 나무를 심는 조림 회사로 변신했다. 특히 드론·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설계부터 시행·관리까지 조림 전 과정에 적용해 조림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랜드 라이프 컴퍼니를 비롯해 나무 심는 스타트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피니트 카본(Finite Carbon)은 지난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5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받았고, 호주 셀렉트 카본(Select Carbon)은 최근 유럽 최대 석유 회사 로열 더치 셸에 인수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나무를 베어서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업은 이제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베는 대신 그대로 둔다”며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가 강력해지면서 에너지 대기업은 자발적 탄소 상쇄의 일환으로 산림 보존에 나서고 있다”고 봤다. 규제에 앞서 선제적으로 탄소 상쇄를 위해 나무 심기를 선택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상쇄란 정부나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양을 외부에서 감축한 실적으로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탄소 상쇄의 3분의 1 이상이 조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랜드 라이프 컴퍼니는 현재까지 1304ha(헥타르)의 땅에 129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축구장 1800개보다 넓은 면적이다. 스페인·미국·호주의 황무지가 주요 조림지다. 스페인의 경우 유럽에서 가장 황폐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땅인 카스티야 이 레온주에도 나무를 심고 있다.

랜드 라이프 컴퍼니는 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림지 현지의 지자체와 단체, 주민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스페인에서는 카스티야 이 레온주 정부, 미국에서는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과 와일드랜드 보호구역, 호주는 부시 헤리티지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현장 인력으로 최대한 현지 주민을 고용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전 세계 20억ha의 황폐한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이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목표다.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레베카 브라스웰은 “탄소 상쇄를 고려하는 기업이 조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선언하는 국가와 기업이 늘면서 조림 시장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레베카 브라스웰 랜드 라이프 컴퍼니 COO
“MS 출신 CEO 선임…조림 기술 최적화 가속할 것”

레베카 브라스웰 미국 브라운대 정치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개발학 박사, 전 모니터 딜로이트 부파트너 / 사진 랜드 라이프 컴퍼니
레베카 브라스웰
미국 브라운대 정치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개발학 박사, 전 모니터 딜로이트 부파트너 / 사진 랜드 라이프 컴퍼니

“기술·규모·가시성.”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레베카 브라스웰은 12월 8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자사의 강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으로 대규모 조림을 수행하면서 눈에 띄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경쟁력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경쟁사와 비교해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강점은 무엇인가.
“조림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대규모 조림을 가능하게 했고, 조림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AI, 드론, 모니터링 솔루션 등을 통해 조림 설계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나무와 숲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수천㏊ 규모의 조림을 추진하면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었다. 우리 고객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누가 나무를 심으려고 하나.
“고객 대부분은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기술 및 솔루션 기업인 보쉬, 식음료 기업인 몬델리즈, 에너지 기업인 렙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우리와 함께 나무를 심었다. 이들 기업은 우리에게 돈을 내고 탄소 상쇄 등 나무 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 일체에 대한 권리를 사 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네덜란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른스트 얀 스티거가 내년 1월 1일부로 랜드 라이프 컴퍼니의 새 CEO가 된다. 기술 분야에서 2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림 기술 최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수준 높은 대규모 조림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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