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미국 예일대 의대 졸업, 미국 듀크대 의대 전문의 취득, 휴먼 백신 프로젝트 과학운영위원회 위원, 미국 국립군의관 의과대학 겸임교수 /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이 12월 7일 서울 낙성대동 IVI 본부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제롬 김 미국 예일대 의대 졸업, 미국 듀크대 의대 전문의 취득, 휴먼 백신 프로젝트 과학운영위원회 위원, 미국 국립군의관 의과대학 겸임교수 /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이 12월 7일 서울 낙성대동 IVI 본부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낯선 질병은 인류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가한다. 그 자체로 인체에 직접 침투해 목숨을 위협하는가 하면, 사회·경제 활동을 마비시켜 우리 생계를 간접적으로 흔들기도 한다. 확진자도 비(非)확진자도 한마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을 기다려온 이유다. 최근 영국·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는 희망에 들떴다. 그러나 정확한 접종 시기조차 가늠하기 힘든 한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의 길목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12월 7일 서울 낙성대동 국제백신연구소(IVI) 본부에서 만난 제롬 김 IVI 사무총장은 감염병 백신 개발과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1748조원에 이른다”며 “글로벌 백신 개발·보급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감이 절정에 도달했다. 백신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백신이 등장해도 바이러스 퇴치에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현 상황에서 사태 진정의 최선책은 백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백신만 충분히 활용해도 연간 250만 명을 살릴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B형 간염 백신을 맞는 이유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과거 치사율이 30%에 이르던 천연두를 물리친 주인공도 백신이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의 현재 확산세로 볼 때, 코로나19 백신은 그 이상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일상을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경제적 기대 효과가 엄청날 것 같다.
“세계은행이 추정한 21세기 감염병 창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총 1조6000억달러(약 1748조원)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400억달러(약 44조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국제 학술지 ‘헬스 어페어스(Health Affairs)’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에 1달러를 지출하면 미래 의료비나 소득 감소, 생산성 손실 등에서 16달러가 절감된다. 이런저런 간접 비용까지 모두 포함하면 절감액은 44달러까지 오른다. 백신의 투자 수익률이 4300%나 된다는 말이다. 여러 아시아 국가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배경에도 ‘백신 접종 프로그램’ 도입이 있었다. 백신이 교육 수준 향상에 기여해서다. 예컨대 어린이가 백신을 맞으면 함께 사는 부모까지 보호할 수 있다. 질병 감염을 피한 부모는 일터로 나가 돈을 번다. 돈을 벌 수 있는 가정은 빈곤에서 벗어나고, 아이는 교육 기회를 얻는다. 또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백신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항생제 내성과 백신의 경제적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항생제 내성은 인류에게 엄청난 위협 요소다.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이 작성한 ‘항생제 내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연간 70만 명에 이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연간 약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은 100조달러(약 11경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생제 내성을 막으려면 항생제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 질병 예방이 중요해진다는 말인데, 예방에는 백신이 최선이다. 2018년 파키스탄에서 2000명 넘는 사람이 약물 내성 장티푸스균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없던 이 균은 파키스탄 여행자를 통해 일부 다른 나라로 확산하기도 했다. 만약 이때 장티푸스 백신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기업 입장은 다를 듯하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바이러스에 대비해 백신부터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그렇긴 하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은 신종 감염병이 등장한 이후 시작된다. 문제는 백신을 개발하는 동안 질병이 수그러들면, 여론과 정부 관심이 식고, 연구비는 바닥나고, 결국 개발이 중단된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제약 업계가 반복적으로 겪은 일이다. 그러다가 2014~2015년 에볼라 유행을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국제적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2017년 국제 민간 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에볼라 사태 당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존슨앤드존슨·머크 등의 글로벌 제약사가 에볼라 백신 개발에 나섰는데, 이 기업들은 미국 육군과 국립보건원(NIH)이 보유하고 있던 백신 후보들을 활용해 단기간에 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성공 경험을 계기로 탄생한 CEPI는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백신 후보를 미리 만들어두고, 감염병 창궐 시 제약 업체와 힘을 합쳐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CEPI가 역할을 했나.
“그렇다. CEPI는 미국 모더나와 이노비오, 독일 큐어백, 호주 퀸즐랜드대,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각국 공조로 14억달러(약 1조5302억원)를 모금한 데 이어 WHO·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과는 74억유로(약 9조8256억원) 출연을 약속받기도 했다. 이런 국제 백신 공조 체제가 앞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여기에 미국 정부도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무려 180억달러(약 19조6740억원)를 지원했다. 덕분에 제약사들은 10억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과 90% 넘는 실패 확률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다.”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나 물량 확보 경쟁에서 선진국에 뒤처진다.
“한국의 생명공학 산업은 후발주자이긴 해도 역동적이다. 미래가 기대된다. 또 감염병 백신 개발 분야에서 다소 뒤처진 건 사실이지만, 대신에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우수한 품질의 백신을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다. GC녹십자·SK·제넥신 등의 기술력도 뛰어나다. 이 기업들이 해외 제약사와 협업하며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또 한국은 CEPI 같은 공조 체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백신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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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백신연구소(IVI)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1997년 10월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핀란드·스웨덴·중국·인도 등 36개 국가가 가입했다. IVI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한 백신 개발·보급에 집중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취약 지역 주민이 백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IVI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본부는 서울 낙성대동 서울대 캠퍼스에 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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