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생산공장에서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생산공장에서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제약 업체 중에선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이오) 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3상 임상시험을 마친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 제약사와 비교하면 개발 속도가 느리지만,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한 백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넥신, SK바이오 백신 개발 주도

제넥신은 DNA 백신 ‘GX-19N’을 개발 중이다. 최근 임상 1상을 마친 백신 후보 물질 ‘GX-19’의 효능을 업그레이드했다. D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DNA를 몸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형태의 백신이다.

제넥신은 지난 10월 정부로부터 백신 개발 자금 93억원을 지원받았고, 12월 11일에는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내년 내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긴급 사용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안전한 백신 개발에 성공해 백신이 필요한 국민에게 공급하고, 정부 차원의 백신 비축을 돕는 등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는 11월 23일 식약처로부터 코로나 백신 ‘NBP2001’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NBP2001은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투여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는 NBP2001이 단백질 배양과 정제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합성 항원 백신이란 점에서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는 또 다른 코로나 백신 ‘GBP51

0’도 개발 중이다. NBP2001과 같은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5월부터 미국 워싱턴대 항원 디자인 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면역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의 항원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12월 9일 식약처에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했고, 같은 날 국제 민간 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추진하는 차세대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젝트 ‘웨이브2(Wave2)’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며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SK바이오에 따르면, GBP510은 CEPI가 11월 코로나 백신 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초의 지원 대상이다.

웨이브2는 CEPI가 빌&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가동하는 프로젝트로, 차별화된 코로나 백신 후보를 선정해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SK바이오는 CEPI로부터 GBP510의 1, 2상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개발비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지원받게 됐다. 또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 CEPI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의 주도로 한국을 포함한 18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다국가 백신 확보 연합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안재용 SK바이오 대표는 “해외에서 출시되는 코로나 백신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검증된 백신을 만든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며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성공 가능성을 차츰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백신 전용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SK바이오는 코로나 백신 자체 개발과 동시에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백신 위탁생산(CMO)도 진행 중이다. 안동 공장의 백신 연간 생산량은 5억도즈(도즈는 1회 접종분)다.

SK바이오는 6월 CEPI와 시설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안동 공장 L하우스 원액 생산 시설 일부를 CEPI가 지원하는 기업의 코로나 백신 생산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월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 백신 공정 개발과 생산, 글로벌 공급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생산을 진행 중이다.

7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해 임상 3상 시험 중인 코로나 백신(AZD1222) 원액과 완제를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해 생산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공장 내 의약품 생산라인.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공장 내 의약품 생산라인.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국산 치료제 이르면 내년 초 사용 가능

GC녹십자, 셀트리온 등은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C녹십자의 코로나 혈장 치료제 ‘GC5131A’는 올해 10월부터 의료 현장에서 위급한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식약처로부터 ‘치료 목적 사용’을 승인받으면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10월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제를 사용한 이후 12월 15일 현재까지 총 21건의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받았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치료제로, 현재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GC녹십자는 올해 내 의미 있는 임상 2상 데이터를 도출하고, 내년 초 식약처로부터 중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조건부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 항체 치료제 ‘CT-T59’의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인체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셀트리온은 11월 11일 식약처로부터 치료 목적 사용을 승인받았고, 올해 안으로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미 인천 송도 생산시설을 통해 10만 명분의 초기 물량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plus point

코로나 치료제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일라이릴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코로나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각각 1800억원, 4400억원이다. 12월 15일 기준 올해 수주액은 1조9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로 자사 의약품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했으나, 코로나 치료제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MO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상황을 전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인 36만2000L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2022년에는 신공장을 건설해 생산 능력을 총 62만L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CMO 시장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코로나 치료제를 짧은 기간 내 생산·조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더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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