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왼쪽 첫 번째) 셀트리온 회장이 12월 18일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 연구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첫 번째) 대표에게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정진(왼쪽 첫 번째) 셀트리온 회장이 12월 18일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 연구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첫 번째) 대표에게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셀트리온│‘기술력·생산력·추진력’ 삼박자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전무) 고려대 농화학 학사, 고려대 발효 및 생화학 석사, 전 녹십자 종합연구소 연구원 사진 셀트리온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전무) 고려대 농화학 학사, 고려대 발효 및 생화학 석사, 전 녹십자 종합연구소 연구원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항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의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량 생산 시설과 창업주(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까지 존재한다.”

12월 15일 인천 송도동 셀트리온 본사에서 만난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전무)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국제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연구 경쟁력, 그 경쟁력으로 만든 의약품을 생산해줄 시설,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리더의 카리스마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은 올해 초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조짐이 나타나자마자 완치 환자의 혈액 확보를 지시하고 항체 치료제 ‘CT-P59’ 개발에 나섰다. CT-P59는 이미 허가받은 약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이 아닌, 전에 없던 신약이다. 권 전무는 “앞서 메르스 항체 치료제(CT-P38)와 인플루엔자 항체 신약(CT-P27)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이번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CT-P59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솟아있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항체를 감염자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넣어주는 방식이라 화학 치료제와 비교해 부작용도 적다. 권 전무는 “방어 능력이 뛰어난 항체를 찾기 위해 25억 개 이상의 조합을 만들어 비교·분석했다”라고 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셀트리온은 임상 1상을 거쳐 최근에는 임상 2상도 거의 끝냈다. 신약 개발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권 전무는 “서 회장의 결단으로 모든 연구 인력이 여러 단계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타임라인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2월 15일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치료 목적 사용을 승인했다. 서 회장은 국내 확진자에게는 치료제를 원가 수준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임상과 별개로 셀트리온은 3개월 전에 1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초기 물량 생산을 끝냈다.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면 연간 150만~200만 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권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 승인을 받으면 유럽과 미국 등에도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하고,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 3상도 개시할 것”이라고 했다.

권 전무는 한국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후발주자이긴 하나 점점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며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가운데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받았고, 유럽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많이 처방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현재 ‘바이오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라고 했다.


제넥신 연구원이 의약품 실험을 하고 있다. 제넥신은 현재 자체 기술력을 이용해 코로나19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
제넥신 연구원이 의약품 실험을 하고 있다. 제넥신은 현재 자체 기술력을 이용해 코로나19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넥신

제넥신│21년 쌓은 DNA 백신 연구 역량

윤진원 제넥신 연구기획 상무 연세대 생화학 학·석사, 포스텍 바이러스 면역학 박사, 전 뉴욕혈액원 바이러스실 실장, 전 CJ헬스케어 백신부문 리더 사진 제넥신
윤진원
제넥신 연구기획 상무 연세대 생화학 학·석사, 포스텍 바이러스 면역학 박사, 전 뉴욕혈액원 바이러스실 실장, 전 CJ헬스케어 백신부문 리더 사진 제넥신

“선발주자를 무리하게 쫓아가는 것보다 미래의 재감염 사태에 대비해 더 우수한 효능의 백신을 신중히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선보이겠다.”

12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윤진원 제넥신 연구기획 상무는 최근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후보물질 ‘GX-19’를 ‘GX-19N’으로 변경한 사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넥신은 올해 6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임상 승인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10월에 1상을 끝낸 제넥신은 이후 2상 진입 소식이 아닌, 후보물질을 바꿔 다시 1상에 착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예기치 못한 발표에 제넥신 주가는 잠시 출렁였다.

윤 상무는 회사가 더 멀리 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나 변이에 따른 백신 무력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GX-19N의 경우 항원 보존성이 뛰어난 내부 항원을 추가 탑재하는 방식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변이까지 차단하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의미다.

윤 상무는 “약간의 일정 지연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원래 목표 기한인 2021년 하반기까지는 긴급 사용 승인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N은 ‘DNA 백신’이다. D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기존 백신보다 안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넥신은 1999년 회사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DNA 백신 연구에 매진해왔다. 특히 자궁경부암 DNA 백신 개발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물론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다. 연구 초반에는 면역반응의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제넥신이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백신 효력 검증에 나선 건 2014년의 일이다. 15년 동안 꿋꿋하게 이어진 도전은 제넥신을 DNA 백신 분야 강자로 만들었다.

윤 상무는 “효력과 안전성이 입증된 자궁경부암 DNA 백신의 방법론을 코로나19 백신에 적용하면 인류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라며 “백신 디자인과 생산 공정 수립의 용이함 외에 상온에서 안정성도 뛰어나 향후 해외 시장에 백신을 보급할 때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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