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행정고시 8회, 전 주미 대사,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 전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한덕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행정고시 8회, 전 주미 대사,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 전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과도한 국수주의에서 탈피해야 대한민국이 더 발전한다. 분열과 반목을 넘어 국민과 정부 모두 더욱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는 여전히 해외에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1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한덕수(72)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에서도 중용된 보기 드문 고위 관료로 꼽힌다. 관료 후배들에게는 부드러운 성품과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기억된다.

그는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거쳐 2004년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2007~2008년 제38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2009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를 지냈다. 당시 현지에서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

한 전 총리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 대해 “그간 인류가 겪지 못한 거대한 위기로 1980년 제2차 석유파동 후 40년 만에 가장 위험한 경제 위기를 동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 사회 일각에서 감지되는 과도한 국수주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국수주의가 굉장히 강하게 남아 있다. 한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우리가 더 개방되고 더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데 저해가 된다면 과감히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한 전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장기적인 기후 변화 문제에 제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우선 앞으로 코로나20, 코로나21 등 다른 바이러스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자연을 상당히 소진했거나 균형을 깬 결과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후 변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느냐 아니면 부담을 감수하고 정면으로 맞서 제대로 해결하느냐는 문제를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이어 “2020년은 비상 전쟁을 한 시기로 정부와 중앙은행 등이 결사적으로 비상조치를 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라며 “향후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중요한 분야는 산업 구조조정이다”라며 “정부 주도보다는 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1월 중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미·중 갈등 시대 한국의 통상 방향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은 원칙적으로 다자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바이든은 물론 미국 여야를 막론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국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중국의 세계 무역 질서 편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현실화하지 않았다”라며 “바이든은 WTO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과 힘을 모아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9일 미국 대선 결과 코멘트를 통해 ‘미국은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든든한 동맹, 둘도 없는 우방,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이라고 발언했다”라며 “미국이 국제 사회와 함께 중국에 대해 공정함과 투명성을 강화할 때 한국도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메가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해서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입 타이밍은 조금 더 검토해야겠지만, 메가 FTA의 효과는 산술적으로 ‘1+1 =2’가 아니다. 기하급수적으로 국익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은 자유 경쟁을 하면 승리를 거둔 국가이기 때문이다”라며 “앞서 걱정했지만, 결국 한·미 FTA도 사실상 우리가 미국보다 유리한 결과를 끌어냈다”라고 했다. 이어 “다만 관세를 조정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취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충분한 이행 기간을 두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CPTPP에 가입하고 한국이 빠지면, 가장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라고도 했다.


분열 타파하고 기업 경쟁 촉진해야

한 전 총리는 인터뷰 중 위기 극복 경험도 들려줬다. 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09년 주미대사로 부임했을 때다. 그 전에 한·미 FTA는 이미 국내서 진통을 겪고 협상 타결을 이뤘지만 미국에서는 비준 절차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미국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자동 절차로 진행되는 것으로 기대했다”라며 “막상 대사 취임 직후 미국 의원들을 만났는데 분위기가 너무 냉랭했다. 미국이 더 큰 손해를 보는 협정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라고 했다.

그의 해결 방안은 열린 자세와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그는 “미국 의원들을 계속 만나겠다고 결심하고 2년간 거의 매일 두 차례씩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을 설득했다”라며 “이후 이를 아예 캠페인 프로그램화해서 각 주(州)를 돌면서 지역 의원은 물론 현지 기업인, 언론인, 지방 정부 관계자들까지 만났다. 2년간 26개 주, 53개 도시를 방문했다”라고 했다. 이후 미국 의회 비준 분위기가 조성돼 의회의 비준을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인터뷰 말미에 최근 한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미래 한국은 강한 국가, 국민이 행복한 국가가 돼야 한다”라며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히 대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는 내국 기업 간은 물론 내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유효 경쟁이 일어나게 해주는 게 급선무다”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흔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이를 막연히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업들과 유효 경쟁이 일어나게 해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잘못된 경영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강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노동 시장 유연화와 평생교육 강화도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무엇보다 한국의 기회는 항상 세계 속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방성을 강화하고 경쟁을 활성화해 새로운 도약을 꾀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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