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석사,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전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전 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 전 정보통신부 장관, 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회장 겸 솔루스첨단소재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진대제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석사,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전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전 삼성전자 정보가전총괄(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 전 정보통신부 장관, 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회장 겸 솔루스첨단소재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소크라테스에게 물어봐야겠네요. (상황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진대제(68) 전 삼성전자 사장(전 정보통신부 장관·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회장)은 2020년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이하 스카이레이크)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2020년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음에도 역성장으로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며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한국 경제도 성장하겠지만 걸림돌이 있다고봤다. 진 전 사장은 “백신 접종으로 4~5월 세계 경제가 상당히 활성화되며 새로운 기회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한국은 백신 확보가 3~4개월 늦어 과실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지방선거도 앞두고 있어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당장 주요 산업 경쟁 분야가 겹치는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었지만,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경제 호황 효과를 그대로 누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진 전 사장은 ‘미스터 칩(반도체 사나이)’ ‘IT 카우보이’ 등의 별명을 지닌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1985년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끈질긴 러브콜을 받고 삼성전자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고속 승진하며 시스템LSI사업부장(부사장)·정보가전총괄(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아직도 산업전선에서 활발히 뛰는 현역이자 원로다. 2006년 투자 전문회사인 스카이레이크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솔루스첨단소재(전 두산솔루스)의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산업부총리’ 필요…사회구조 변화 봐야”

한국은 2012년까지만 해도 반도체, 디지털TV,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등 세계 시장에서 1등 하는 분야가 5개였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이 국내 주요 산업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해오며 선두자리를 흔들고 있다.

진 전 사장은 “한국은 50년간 꾸준히 키워온 전통 산업에 대한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제조업이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도 뒤처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강점을 보인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벤처, 바이오 등을 육성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 전 사장은 “정부의 바이오, AI, 뉴딜정책에 잘못된 것은 없지만, 각각의 정책을 따로 보지 말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구조와 기술 변화를 주목해 발 빠르게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동시에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될 일자리 종류에 대한 재교육, 기초고용소득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처방전으로 진 전 사장은 ‘산업부총리’ 제도 신설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에 분산된 산업 관련 정책을 합쳐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더 이상 경제를 금융과 재정만으로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위기관리·혁신 알아서 잘해”

진 전 사장은 경직된 노동 유연성과 포퓰리즘 심화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업 혁신과 성장에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에 대해서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과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똘똘한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데, 정부가 뭘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표적인 게 2019년 7월 한·일 갈등으로 일본이 자국의 소재·부품 산업 수출을 규제한 사건이다. 진 전 사장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곧장 일본으로 출국해 고위 관계자를 만나 알아서 문제 해결점을 찾았다”며 “위기감은 있었지만, 타격은 없었다”고 했다. 수출 규제는 국가 간의 정치적 문제였다는 결론이다. 중소기업은 몰라도 대기업은 놔두면 알아서 혁신하고 위기관리를 잘한다는 이야기다.


“삼성 5년 내 견고한 반도체 세계 1등 확신”

진 전 사장은 외부자의 시각으로 본 친정인 삼성전자에 대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5년 안에 인텔을 확실히 따돌리고 견고한 1등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과 인텔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반도체 왕좌’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샅바싸움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비메모리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진 전 사장은 “삼성이 그동안 많이 안 한 비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반도체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가 점유율 54%로 세계 1위인데 삼성전자가 현재의 점유율 17%를 20~30%로 끌어올리면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텔 칩을 사서 쓰던 아마존, 구글이 전용 칩을 만들어 쓰려 해 파운드리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 했다.

진 전 사장은 내년에도 반도체 산업 상황이 계속 좋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려 하지만, 미국이 견제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10년도 반도체가 국내 수출을 이끌 것”이라 했다.


“이재용 부회장, 아버지 못지않을 것”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인연도 깊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는 천재급 인재는 없어도 준천재급 천재는 3명이 있다”며 그중 한 명으로 진 전 사장을 꼽기도 했다. 진 전 사장은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에 대해 “1~2세기에 한두 번 나올 만한 통찰력과 선견력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삼성 임원진에 위기가 상시로 존재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펼친 점을 회상했다. 그는 “망한다는 가정하에 대처 방안을 매일 수립했다”며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말했을 당시 삼성이 체질 변화를 잘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되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진 전 사장은 함께 출장을 다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국제 감각도, 대외관계도 좋다”며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챙겨보는 신중한 성격으로, 아버지 못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