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서울대 경제학,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 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전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전광우
서울대 경제학,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 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전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우리 국민은 위기를 타개하는 강한 DNA를 가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표적인 경제 위기를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잘 극복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우리 국민이 결집한다면 굉장한 힘을 발휘해 극복할 것이다. 한국 대표 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더욱더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의 저력이다.”

‘이코노미조선’이 2020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만난 전광우(71) 초대 금융위원장(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일선에 뛰었던 인물이다. 1998년 세계은행 재직 시절 정부의 요청으로 귀국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특보를 맡아 외환위기 조기 극복에 기여했다. 2008년에는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

굵직굵직한 경제 위기를 겪으며 그는 우리 국민과 대표 기업의 독보적인 위기 극복 능력을 믿게 됐다고 했다. 반면, 후진적 정치 체제를 우리의 한계로 지적했다. 가령 5년 임기 대통령 단임제로 인해 반대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이 한순간에 뒤집히고, 비슷한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도 바뀌는 정책 기조의 예측 불가능성이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이번 정부가 보이는 반기업적 움직임이 과연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합리적 수준에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유지하고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기 극복이라는 하나의 뜻 아래 우리 국민을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이 부재했던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치권에서 일었던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편 가르기’ 논란을 언급하며 “2020년을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사태는 다른 이슈와 연결돼 결과적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상황 판단력 부족도 두드러져 사태를 키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경제 위기와 비교해 방역과 경제 회복이라는 상충하는 이슈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조정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 문제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백신과 치료제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가 그 점에 대해 오판한 부분이 있고, K방역 성과 때문에 자만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최고의 경제 백신은 ‘부채 감축’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반복된다. 외연은 다르지만 모든 경제 위기의 도화선은 ‘부채’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부채가 금융을 통해 경제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가·가계·기업 부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경제 위기를 감내할 수 있는 튼튼한 체질을 만들기 위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형태의 경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백신은 곧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기 극복 초반에는 돈을 풀고(레버리지), 그다음에는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디레버리지가 이뤄진다. 이때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거둬들여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경제 백신을 확보하는 일, 즉 부채 감축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그는 정부가 정책 기조를 전환해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 등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 정부는 재정을 풀어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드는데, 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고 재정 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자생력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성과를 내서 계속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정부가 내세운 한국판 뉴딜 정책 ‘그린·디지털 뉴딜’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각 분야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민간 기업이 앞장서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며 “민간 전문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며, 민간 기업이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반등에 현혹돼선 안 돼

올해 경제 전망을 묻자 “단기적 반등과 근본적 회복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단기 전망에 비중을 두는 것은 자칫 왜곡된 생각을 야기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저효과, 경기 부양책 지속 등으로 올해 경제 지표가 통계상 개선세를 보이겠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감한 돈 풀기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감 있는 자세”라며 “올해 경기 반등이 일어난다고 해도 과대평가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재보궐선거, 대선 등 정치 일정상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면서 단기 성과를 내려는 유인이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라며 “여야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포퓰리즘을 걱정스럽게 봐야 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수로 교편을 잡으면서부터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사무실에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각종 해외 경제 매체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주며 “일생 경제·금융 분야에서 일하면서 매일 아침 한두 시간을 주요 기사를 분석하면서 정보를 얻는데,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라며 “세계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최장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 그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재직 당시 연못 속 고래가 되지 말자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후배들에게 항상 우물 안에 안주하지 말고 밖을 보자고 말한다. 글로벌 큰 그림을 긴 안목에서 보고 미래 포지셔닝을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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