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서울대 정치학 학사, 미국 뉴욕대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14회, 전 산업자원부 차관보, 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전 KOTRA 사장, 현 전남대 석좌교수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조환익
서울대 정치학 학사, 미국 뉴욕대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14회, 전 산업자원부 차관보, 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전 KOTRA 사장, 현 전남대 석좌교수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최근 3~4년간 대한민국의 에너지·경제 정책은 ‘불균형 포비아(phobia·공포증)’에 사로잡혀 있다. 정책은 균형과 불균형이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정부가 불균형한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시장에 역동성이 생긴다.”

조환익(71)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020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한 시간 남짓 ‘이코노미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전 사장은 평생을 경제·산업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전문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인물이다. 1974년 1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등을 거쳤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3대 공공기관인 한국수출보험공사(현 무역보험공사) 사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역임한 후 2012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인터뷰 중 “앞으로는 빚을 내서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은 땅이 좁고 바람과 태양이 강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에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능형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이 발달했고, 전국 전력망이 촘촘하다는 장점이 있어 해볼 만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현 정부의 에너지와 경제 정책이 ‘불균형 포비아’에 사로잡혀 있다고 그는 여러 차례 지적했다. 누구나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이란 없기 때문에 균형과 불균형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최근 한국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허상 같은 정책이 남발한다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 경제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 경제 선방의 원인은 정부가 아닌 대기업의 저력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2020년 경제가 그럭저럭 선방한 것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따른 반도체 D램과 스마트폰 수출 그리고 LG화학(현 LG에너지 솔루션)이 여러 희생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투자한 배터리 덕”이라고 했다.

조 전 사장은 중소기업계의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독자적인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도 안 된다”며 “대부분은 대기업 협력을 통해 수출하는 경우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한국 정부는 대기업을 억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계속 이렇게 되면 초격차 등 초월적인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민감한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비위 의혹이 발견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탈원전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한국 원전의 탁월함과 탄소중립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종합적인 생태계를 조성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당장의 경제성만 따지면 안 된다는 것. 조 전 사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월 중 취임하면 2050년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 산업계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지만, 힘들어도 반드시 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 현재 정부의 그린 뉴딜을 통해 8조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 정도로는 어렵다. 더 지원해야 한다”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을 만들어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게 해야 한다. 탈탄소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례로 전기와 통신의 패키지 요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의 디지털화와 스마트화가 진행돼 많은 투자자와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 전 사장은 특히 2050년 탄소중립 과정에서도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을 한 가지 잣대로 풀고 나머지를 그 잣대 안에 가둬 놓으면 안 된다”라며 “지금처럼 에너지 정책의 이념화, 정치적 프레임화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목소리 듣고 기업 활력 키워야

그는 또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장님 코끼리 만지듯’하고 있다고 본다.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사실 에너지 정책은 역대 갈등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과거 이른바 ‘주탄종유(석탄 중심)’를 ‘주유종탄(석유 중심)’으로 전환할 때도 갈등이 매우 컸다”라며 “이 분야는 진짜 전문가들이 모여서 정교하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조 전 사장에게 가장 큰 위기 극복 경험에 관해 물었다. 그는 한국전력공사 사장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10년이나 곪아온 밀양 송전탑 갈등도 더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대책본부를 만들며 밀양 지역을 40여 차례 방문해 현장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 의견을 직접 수렴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조 사장은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라고 간결히 말했다.

그는 경제가 심리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트라 사장으로서 ‘역샌드위치’론을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로 표현된다. 기술은 일본보다 못하고 가격은 중국보다 비싸다는 비관론이다. 그러나 이를 돌려 말하면 우리는 일본에 비해 기술과 품질은 나쁘지 않지만 가격은 매우 저렴하고, 중국은 한국보다 그리 저렴하지도 않으면서 품질은 확 떨어진다는 의미다.”

끝으로 조 전 사장은 새해에는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말기가 되면 아무래도 정치권에서는 업적을 빨리 보여주려고 한다. 성과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의 이야기를 잘 듣고 언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기업의 사기와 활력도 중요하다”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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