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서울대 경제학,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8·19대 국회의원, 전 국토교통부 장관, 현 건국대 석좌교수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유일호
서울대 경제학,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8·19대 국회의원, 전 국토교통부 장관, 현 건국대 석좌교수 / 사진김흥구 객원기자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적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일호(65)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건국대 석좌교수)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열’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강점인 ‘결집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집은 부(富)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집 특히 아파트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해 세상을 바라본다. 집이 없는 사람이 집값 폭등으로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의 ‘벼락 거지’란 말도 등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집단 간의 갈등, 분열도 일고 있다. 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노사 갈등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인한 국론 분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조선’은 2020년 12월 21일 서울 정동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유 전 부총리를 만나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해 물었다. 그는 현재 건국대에서 부동산 경제 정책을 강의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지내며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양질의 공급 확대가 답”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등 수요 억제에 집중했다.” 유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현 부동산 시장은 집값 폭등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삶의 박탈감을 느낄 정도다. 정부는 연일 ‘집값을 잡겠다’라고 했지만 어떠한 정책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유 전 부총리는 “정부가 수요 억제와 공급 정책을 함께 펼쳐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수요를 세금 인상 등으로 막는 것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 확대 측면에서 신도시 조성은 의미가 있지만, 국민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 효과가 떨어진다”고 했다.

정부 정책이 항상 옳고 의도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유 전 부총리는 “아무리 완벽한 정책이라고 판단해도 실행하면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했던 좋은 결과는 극대화하고, 원치 않았던 문제는 최소화하는 등 보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리더는 정책·전략을 펼칠 때 누구보다 신중해야 한다. 또 모든 것을 자세히 알 수 없으므로 전문가를 통해 정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주위의 비판, 지적에도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18·19대 국회의원(2008~2016년)을 지낸 정치인이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경제학자인 유 전 부총리는 ‘정치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경제가 정치적 논리에 망한다’ 등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조국 사태와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인한 한국 경제·사회의 분열 현상이 대표적이다.

유 전 부총리는 정치적 혼란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혼란 또는 분열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분열은 과거 한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결집’에 반하는 요인이다. 유 전 부총리는 “한국이 과거 빠른 속도로 산업화·민주화 등을 거치며 성장한 과정을 보면,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게 큰 역할을 했다”며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기업·국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결집해 힘을 발휘했고, 이런 에너지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경제부총리였다. 그는 “탄핵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 최소화에 집중했다”며 “당시 굉장히 어려웠지만, 혼란에 대비하는 등 한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른 장관들과 함께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사실 그의 행보는 2016년 1월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위기의 연속이었다. 취임 후 박근혜 정부 마지막 부총리라는 생각으로 그간 정부가 펼쳤던 경제 정책을 이어 가고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해 7월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 예상치 못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새로운 위기와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는 중국 수출 감소를 고려한 수출국 다변화, 새로운 대미 관계 구축 등 빠르게 대응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유 전 부총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는 한 번에 극복할 수 없다”며 “어떻게 위기를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뒤덮은 한국 경제…2021년 회복은 ‘글쎄’

유 전 부총리는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덮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 경제가 좋지 않았는데, 이후 더욱 나빠진 것은 물론 모든 악재가 코로나19로 가려졌다는 것이다. 2021년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1년은 2020년보다는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기저효과가 크고,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의 기업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유 전 부총리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 시장도 우려하며 “어떤 형태로든 노동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한국 노동 시장은 자본(기업)이 노조에 양보하는 고전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일부 기업 노조는 회사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이런 분열된 노동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유 전 부총리의 생각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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