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일론 머스크는 엄밀히 말하면 테슬라 창업자가 아니다. 테슬라는 2003년 엔지니어 출신인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설립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두 사람은 1997년 e북 리더기 업체 ‘누모 미디어’를 공동창업해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당시에는 골프 카트에나 사용하는 수준으로 여겨졌던 전기차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회사가 바로 ‘테슬라 모터스(이하 테슬라)’다.

이후 2004년 이안 라이트와 머스크, J.B. 스트로벨이 줄줄이 합류해 이들 5명을 테슬라 공동창업 멤버로 분류한다. 머스크를 뺀 이들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머스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의 사업가다.

2004년 당시 테슬라에서의 직함은 최고경영자(CEO) 마틴 에버하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마크 타페닝, 최고기술책임자(CTO) J.B. 스트로벨, 자동차 개발 부사장 이안 라이트 등이었다. 머스크는 최대 주주 겸 회장이었다.

그러나 2005년 라이트, 2007년에는 에버하드가 퇴사했고, 2008년 타페닝도 회사를 떠났다. 2019년 스트로벨까지 테슬라를 떠나면서 현재는 머스크만 테슬라에 남았다.

일각에서는 공동창업자들의 연이은 퇴장에 대해 테슬라가 과거와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들 외에도 2019년 엔지니어링 책임자 더그 필드가 ‘모델 3’ 생산을 앞두고 퇴직했고 2020년 장기간 회사 재정을 맡아온 최고재무책임자(CFO) 디팍 에이후자도 테슬라를 떠났다.

‘포브스’는 “연이은 테슬라 고위직의 퇴직은 테슬라가 실리콘밸리의 흔한 스타트업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업체로 이행하는 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평했다.

현재 테슬라를 떠난 공동창업자들은 크게 친(親)머스크파와 반(反)머스크파로 갈린다. 친머스크파의 대표주자는 스트로벨이다. ‘머스크의 복심’으로 불렸던 스트로벨은 전기차 배터리 재료를 재활용·재유통하는 회사를 세웠다. 반대로 에버하드는 머스크와 10여 년간에 걸친 소송전을 벌인 후 2017년 다른 전기차 회사를 설립했다.

친머스크파인 스트로벨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스타트업에서 전기차 개척자로 이끌도록 도운 주역이다. 그는 테슬라에 적을 둔 상태에서 2017년 네바다주에서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배터리 셀 등에서 회수한 재료를 재활용·재유통한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머스크의 머릿속에 있었던 상상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했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그의 말을 들었고, 그는 실제로 좋은 성과를 냈다. 미국 컨설팅 회사 ‘파이퍼 제프리’의 알렉산더 포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서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인물은 스트로벨”이라며 “그의 사임은 모든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라고 했다.

스트로벨은 친머스크파답게 테슬라의 경쟁 상대인 전기차 회사를 만든 테슬라 퇴직자들과는 다른 방향을 정했다. 그는 향후 전기차 배터리 재료 재활용·재유통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리서치 앤드 마켓스’에 따르면 배터리 재료 재활용·재유통 시장은 2020년 170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서 2025년 230억달러(약 25조원)로 5년간 86.5%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레드우드 머티리얼스’는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적인 사업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임팩트 투자(재무상의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 회사인 ‘카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으로부터 4000만달러(약 435억원)의 자금도 유치했다. 이에 대해 스트로벨은 “인류는 아직 전기차 배터리 폐기물로 인한 ‘쓰나미’에 직면하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라고 했다.


머스크와 갈등 겪은 에버하드

머스크와 갈등을 겪은 테슬라 공동창업자도 있다. 오랜 소송전을 겪은 에버하드가 대표적이다. 에버하드는 2004년 당시 우주 개발 회사인 ‘스페이스X’ CEO였던 머스크를 투자 유치를 위해 만났다. 에버하드의 설명을 들은 머스크는 투자하는 대신 회장 자리를 요구했고 에버하드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문제는 에버하드와 머스크는 전기차에 대한 비전이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사실이다. 에버하드는 현실적인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는 선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자 했고, 머스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주의를 추구했다. 머스크의 생각에 따라 제품 출시가 계속 늦어지면 투자자로부터 추궁을 당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주로 CEO인 에버하드였다.

에버하드는 회장이자 유일한 대주주인 머스크와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결국 2007년 그는 CEO 자리를 내놓았고, 이사회에서 축출당했다. 에버하드와 함께 테슬라를 공동창업했던 타페닝도 이듬해 회사를 떠났다. 현재는 스페로 벤처스 벤처 파트너를 맡고 있다.

이 과정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에버하드는 명예훼손 및 계약위반 등을 주장하며 머스크와 오랜 시간에 걸쳐 소송전을 벌였다. 에버하드는 테슬라에서 나온 지 10년 만에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인에빗(inEVit)’을 만들었다. 2019년 배터리 스타트업 ‘티베니(Tiveni)’도 만들었다. 그가 테슬라에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그가 꾸준히 전기차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폴크스바겐에서 전기차 연구소장으로 일하다가 테슬라의 강력한 전기차 경쟁사인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에서도 근무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이안 라이트는 새로운 전기차 분야를 발굴하고 있다. 그는 2005년 테슬라를 나와 2006년 대형차용 파워 트레인을 개발하는 회사 ‘라이트스피드(WrightSpeed)’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전기 버스와 전기 쓰레기 트럭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뉴질랜드 최대 도시 버스 서비스 사업자인 ‘NZ 버스’와 3000만달러(약 325억원) 상당의 장기 전기 시내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라이트는 2018년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테슬라와 같은 종류의 전기차를 개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전기차라는 큰 방향 안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셈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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