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먼트 시카리아(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브로스 CEO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시브로스
헤먼트 시카리아(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브로스 CEO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시브로스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에서 배터리와 함께 ‘소프트웨어 혁신’을 일으킨 회사로 평가받는다. 업계 최초로 자동차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테슬라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이하 OTA)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중시했던 자동차 산업에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완성차 회사가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컴퓨터 같은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테슬라식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다른 브랜드의 완성차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테슬라에서 OTA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헤먼트 시카리아는 2018년 시브로스(Sibros)를 창업해 이런 생각을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그는 테슬라에서 OTA 시스템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으며, 테슬라의 상징으로 꼽히는 갈매기 날개 형태 문과 차 열쇠를 개발한 차체 및 차대 팀의 리더를 맡기도 했다. 현재 시브로스에는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시카리아를 필두로 테슬라와 우버 출신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다.

시카리아는 1월 6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테슬라에서 일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시브로스를 창업하기 전에 내 차가 고장 나서 여러 번 수리점을 오가느라 1년 정도 고생한 뒤로 이를 개선할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시브로스는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된 회사지만, 목표는 크다. 전 세계 1억 대의 자동차에 자사의 OTA 및 데이터 수집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약 15억 대다. 시카리아는 “테슬라에서는 테슬라 차량에 최적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시장 조사를 해보니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가 OTA 시스템을 개발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커넥티비티(연결성), 전동화, 자율화 트렌드로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브로스의 솔루션 개념도. 사진 시브로스
시브로스의 솔루션 개념도. 사진 시브로스

실제 차량용 OTA 시스템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OTA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은 2019년 6300만 대에 불과했지만, 2025년 3억5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존의 차량용 OTA 시스템은 인포테인먼트(오락성 정보 서비스)나 텔레매틱스(차량과 무선 통신을 결합하여 차량 운행 중 각종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영역에 한정적으로 적용됐다. 시브로스의 솔루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차량의 구조나 네트워크 형태와 상관없이 전자제어장치(ECU)와도 연동된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결함을 발견하고 주행 거리 기반 운전자 보험, 운전자 맞춤형 결제 등 새로운 형태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게 시브로스의 설명이다. 시카리아는 “OTA, 데이터 수집, 원격 진단·예측 기능을 하나의 솔루션에 구현해 복잡성을 줄였다”며 “클라우드와 연동된 솔루션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브로스는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히지 않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 스타트업부터 미국·유럽·아시아의 주요 부품 및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독일·일본·한국·중국에 진출하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 탓에 미뤄진 계획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시브로스는 자사 솔루션을 ‘딥 커넥티비티 플랫폼(Deep Connectivity Platform)’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와 같은 수십 또는 수백조원 가치의 대기업이 탄생한 것처럼 자사 솔루션이 커넥티드카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란 복안에서다. 시카리아는 “우리 플랫폼은 거대한 커넥티드카 생태계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우리 플랫폼이 확보한 차량 데이터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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