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J.B. 스트로벨 당시 테슬라 CTO, 요시히코 야마다 파나소닉 컨설턴트가 2016년 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기가 팩토리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J.B. 스트로벨 당시 테슬라 CTO, 요시히코 야마다 파나소닉 컨설턴트가 2016년 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기가 팩토리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부(ATG)를 매각한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가 들썩였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20년 12월 7일(현지시각) 우버가 자율주행 자동차 업체인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이하 오로라)’에 ATG를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오로라에 4억달러(약 4350억원)를 투자하고 오로라 지분의 26%를 확보한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오로라의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오로라 600여 명의 직원에 700명 직원 규모의 ATG가 합류하면 좋은 인적 자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일정이 늦춰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오로라에 우버의 투자는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오로라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 스털링 앤더슨은 테슬라 출신이다. 앤더슨은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 프로그램 총괄을 맡다가 테슬라를 떠난 직후인 2017년 1월 오로라를 설립했다.

앤더슨처럼 테슬라 출신 인물들은 전기차, 자율주행,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창업을 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기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 베이스’에 따르면 1월 5일(현지시각) 기준 테슬라 출신들은 59개 회사를 창업했다.

눈길을 끄는 곳은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자동차 판매 플랫폼 스타트업 ‘테키온(Tekion)’이다. 설립 4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에 등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테키온은 1억5000만달러(약 16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았다. 테키온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자동차 판매 전 과정을 온라인에 옮겨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채택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테키온 창업자 겸 CEO 제이 비자얀은 2012년부터 4년간 테슬라에서 일하며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역임했다. 테슬라를 나온 직후인 2016년 2월 테키온을 차렸다.

이 밖에 테슬라 출신이 세운 스타트업은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포진해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가 대표적이다. 노스볼트는 테슬라 구매 담당 부사장 출신인 피터 칼슨 CEO가 유럽에도 ‘기가 팩토리(테슬라의 배터리 공장)’를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2016년에 공동 창업한 배터리 생산 회사다. 현재 폴크스바겐, BMW, 스카니아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까지 공장 건설 및 연구개발(R&D) 목적으로 3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으며 2021년 양산 목표로 스웨덴에 연간 40(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테슬라의 7번째 직원’으로 알려진 진 베르디체브스키가 2011년에 창업한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nologies)’도 주목받는 배터리 스타트업이다.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는 실리콘 기반 나노분자로 배터리 음극재를 만든다. 흑연 대신 실리콘 음극재를 쓰면 에너지 밀도(저장 능력)가 높아져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며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를 비롯해 삼성과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 CATL이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에 투자했다. 창립 이후 누적 투자 유치액이 3억달러(약 3428억원)로 뛰었다. 테슬라에서 배터리 기술자로 일했던 커트 켈리도 지난해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에 합류했다. 이 밖에도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으로 스마트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티베니(Tiveni)’, 스마트 충전 기술을 보유한 ‘월박스(Wallbox)’ 등이 있다.


테슬라 출신 피터 롤린슨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루시드 모터스’의 전기차. 사진 블룸버그
테슬라 출신 피터 롤린슨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루시드 모터스’의 전기차. 사진 블룸버그

경쟁 또는 협업 통해 산업 생태계 조성

테슬라 출신 CEO들은 테슬라와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 테슬라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가 있다. 테슬라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J.B. 스트로벨이 2017년에 설립한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 셀 등에서 회수한 재료를 재활용·재유통한다. 테슬라 엔지니어 출신이 세운 ‘시브로스(Sibros)’ 역시 테슬라와 협력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 대항마’를 자처하는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테슬라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는 테슬라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 출신 임직원이 2007년 설립한 ‘아티에바(Atieva)’에서 사명을 바꾼 회사다. 현 CEO인 피터 롤린슨 역시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지난해 9월 첫 양산 승용차인 루시드 에어의 세부 사양을 공개하면서 올해 봄부터 차량을 인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루시드 에어가 ‘주행 거리가 가장 긴 전기차’라고 강조하며 1회 완충 시 최대 약 832㎞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주행 거리가 가장 긴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S(약 647㎞)를 겨냥했다. 루시드 에어 사양이 공개된 직후 테슬라는 미국 내 모델S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CNBC는 “루시드 모터스가 루시드 에어를 발표하자 테슬라가 가격을 내린 것”이라고 두 기업의 경쟁 분위기를 전했다.


plus point

전기차 밖 도전도 활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출신 디자이너들이 만든 휴대용 조립식 쉼터. 사진 주프
테슬라와 스페이스X 출신 디자이너들이 만든 휴대용 조립식 쉼터. 사진 주프

테슬라 출신들의 스타트업 창업 영역은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로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테슬라 내 에너지 사업부에서 일했던 아치 라오는 2018년 4월 테슬라에서 나온 뒤 같은 해 6월 주거용 스마트 에너지 패널 개발 스타트업인 ‘스판(Span)’을 창업했다. 테슬라 에너지 사업부 부사장 출신인 마테오 자라밀로 역시 2017년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스타트업인 ‘폼 에너지(Form Energy)’를 공동 창업했다.

전기차와 동떨어진 분야에서 창업해 성공한 테슬라 출신으로 마이클 마크스도 있다. 그는 테슬라 초기 창업자 중 한 명으로 2015년 콘테크(contech) 스타트업 ‘카테라(Katerra)’를 세웠다. 콘테크는 건설(construc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해 건설 공정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 기술을 말한다. 카테라는 IT 솔루션과 생산 공장을 활용해 건물을 문, 벽 단위의 반조립품 형태로 설계하고 필요한 자재를 사전에 계산해 즉시 조달하는 방식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설립된 스타트업 ‘주프(Jupe)’는 공상 과학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휴대용 조립식 쉼터를 제작한다. IBM 출신인 제프 윌슨 CEO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출신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제품을 설계했다. 오래 빛을 지속하는 소재로 제작된 텐트 모양의 이 쉼터 안에는 태양 전지 배열기, 개인용 와이파이 네트워크 등이 탑재됐다. 올해 1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다.

김문관·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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