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블룸버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블룸버그

“이런 업적을 달성한 테슬라 팀이 자랑스럽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2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테슬라가 2003년 창립 후 최초로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 50만 대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머스크가 ‘팀’을 언급했지만, 테슬라는 조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인재 용광로’다. 준비된 인재를 잔뜩 모아 성과를 낸다. 성과가 없으면 가차 없이 내쫓는다.

테슬라의 조직 문화는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에 입사하면 작은 핸드북을 한 권 받는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난해 2월 공개한 4쪽짜리 핸드북이다. 제목은 ‘안티-핸드북 핸드북(Anti-Handbook Handbook·이하 핸드북)’이다. 명칭부터 독특하다.

핸드북의 첫 문장은 “우리는 테슬라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We are Tesla. We’re changing the world)”다. 근무지침과 규칙 등 세부 사항보다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기대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코노미조선’은 핸드북의 주요 내용을 키워드로 정리하고, 일론 머스크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테슬라의 조직 문화를 엿봤다.


키워드 1│신뢰
“우리는 모든 팀원에게 전적인 신뢰와 책임감을 부여한다.”

테슬라 조직 문화의 핵심은 모든 조직원을 전적으로 믿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바탕이 되는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실제 핸드북에서 ‘테슬라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 중 맨 처음 등장하는 소제목이 신뢰다.

핸드북은 다른 회사의 각종 규정과 정책에 대해 “그런 것들은 당신이 어디까지 엉망으로 일할 수 있는지, 바닥이 어디까지인지만 알려줄 뿐이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 테슬라 핸드북은 뭘 해도 되는지, 뭘 하면 안 되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테슬라는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이라고 전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신뢰를 배신하면 그 결과는 가차 없다. 핸드북에는 “아예 내보낼 것”이라고 명시됐다.


키워드 2│소통
“회사 전체에 이익이 되고 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두 번째 키워드는 소통이다. 전체의 이익이 커진다면 누구라도 다른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라는 것. 핸드북에는 심지어 “일론에게 직접 말하라(You can talk to Elon)”라고 적혀 있다. 이렇듯 관리자는 물론 회사 대표와도 직접 소통하는 것은 테슬라식 소통의 정수다. 핸드북에서는 의사소통에 대해 “누구나, 누구와도,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키워드 3│자율성
“회사가 당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다.”

“당신의 팀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

세 번째 요소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율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핸드북은 계속해서 “여기는 회사다. 학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일할 환경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 즉, 이 문제는 다시 신뢰와 소통으로 이어진다. 결국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묶여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영원한 스타트업”

익명을 요청한 한 테슬라 출신 CEO는 “테슬라에 ‘인재 양성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테슬라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스타트업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인재 양성소가 되려면 사람들을 데려다 열심히 가르치고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데 테슬라는 ‘준비된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라고 했다. 해외에서 차세대 자동차 개발 경험이 있거나 학교에서 실력을 보이는 사람을 고용하는 전략이라는 것.

그는 “테슬라가 완성된 인재를 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머스크의 미션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인류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웅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테슬라에는 일 잘하는 사람 모아놓고 치고받고 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아 회사 발전을 유지하는 문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중요한 점은 테슬라는 그런 문화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머스크가 ‘애플은 테슬라의 무덤’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테슬라에서 ‘단련된’ 사람들이 애플 등 다른 회사에서 좋은 기여를 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머스크로부터 배운 것은 용기”

유혜정 인턴기자

박성현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 학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및 컴퓨터공학 석·박사, 전 스페이스X 반도체 설계사 / 사진 리벨리온
박성현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 학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전자공학 및 컴퓨터공학 석·박사, 전 스페이스X 반도체 설계사 사진 리벨리온

“일론 머스크와 일하면서 배운 것? 용기다.”
창업 3개월을 맞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회사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에서 1년간 근무했다. 위성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인 스페이스X의 대표 프로젝트 ‘스타링크(Starlink)’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는 1월 4일 분당 정자동 리벨리온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일론 머스크로부터 ‘용기’를 배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페이스X에서 어떤 일을 했나.
“스타링크 통신망에 필요한 반도체 칩 설계를 담당했다. 정확히는 스페이스X만의 독보적 기술이었던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주문형 반도체) 설계를 했다. 이 반도체로 스타링크의 위성 간 통신이 빨라지고, 효율이 높아진다. 가격이 매우 비싸 ‘럭셔리 반도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일론 머스크는 가격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ASIC 능력치에 확신이 있었다.”

얻은 것은 무엇인가.
“용기를 얻었다. 스페이스X는 ‘화성을 점령하라(Occupy Mars)’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회사다. 보통 대기업 직원들은 회사의 미션에 붙잡혀 본인의 능력을 마음껏 못 펼치는데, 스페이스X 직원들은 절실하게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 ‘진짜’ 엔지니어였다. 그걸 보면서, ‘얘네는 로켓도 만드는데 내가 칩 하나를 못 만들겠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AI 반도체 회사 리벨리온을 창업할 수 있는 큰 용기가 생겼다.”

다른 장점은.
“인적 네트워크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함께 일했던 직원 중 연락이 닿는 사람들은 스페이스X를 떠나 우버와 JP모건에 있다. 그들의 회사는 어떤 ASIC를 찍어내는지 물어보며 정보를 공유한다.”

잃은 것은.
“스페이스X에서 유일하게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이다.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아서 가족 중심으로 생활하는 분들은 못 버티고 퇴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애초에 짧게 경력을 쌓기 위해 입사하는 사람이 많다.”

일론 머스크를 평가한다면.
“번아웃(탈진)이 없는 사람이다. 두세 번 봤을 때도 기술적인 얘기만 4시간씩 나눴다. 그만큼 열정이 어마어마한 사람이다. 대중은 머스크를 회사의 CEO로만 인식하지만, 그는 늘 우리에게 자신을 ‘칩 설계자(Chip Architect)’로 소개한다. 사내에서는 머스크도 같은 엔지니어다. 그는 부가가치 창출에 의미를 두지 않고, 기술 실현 가능 여부만을 고민했다.”

리벨리온은 어떤 회사인가.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현재까지 총 60억원 투자 유치를 받았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자는 다짐으로 창업했다. 개발은 다 완료한 상태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와 조율 중이다.”

김문관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