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욱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UC 버클리 MBA, 전 조선일보 기자, 전 라이코스 대표,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 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임정욱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UC 버클리 MBA, 전 조선일보 기자, 전 라이코스 대표,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 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스타트업에 큰 기회다. 이들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촉발된 온라인, 비대면 비즈니스는 스타트업이 주력하는 분야다.” 지난 8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벤처캐피털(VC) TBT 사무실에서 만난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스타트업 창업이 더 많아지고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 전문가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라이코스 대표,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을 역임한 후 2013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았다.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시장·인재·투자 등을 강조하며, 창업가들을 지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TBT로 자리를 옮겼다.

‘이코노미조선’은 도전의 길을 걸어온 임 대표에게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과 도전 정신을 물었다.


최근 어떤 분야에서 도전 즉, 창업이 많이 일어나나.
“우선 창업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분야는 이커머스·물류·콘텐츠·헬스케어·음식·여행·핀테크·패션·모빌리티 등 다양하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창업이 활발하다. 과거 부품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형태의 창업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또 대기업에 종속된 관계라 대기업의 눈치를 봤는데 이런 분위기도 아니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하고 싶은 걸 한다. 스마트폰 등장과 기술의 발달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모든 영역에서 혁신할 수 있는 시대다.”

스타트업 창업이 늘고 있다는 건 투자할 곳이 많다는 것인데, VC로서 굉장히 좋은 환경 아닌가.
“그렇다. 실제로 벤처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VC 간 투자 경쟁도 벌어진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우리가 성장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했는데, 이제는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 있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투자자도 창업가에게 선택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투자 후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고 도와야 한다.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 창업가들의 면면을 봐왔는데, 어떤 이들이 도전에 나서나.
“도전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그래도 굳이 그들의 공통 경력을 찾자면 해외 유학파가 많다.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영향받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창업을 많이 한다. 맥킨지·BCG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 출신도 많다. 카이스트(KAIST) 등 연구 중심 대학 출신의 기술 창업도 늘고 있다. 과거 이들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패션·스타일 등 분야에서 여성 창업가가 많이 나오고 있고, 과거 30~40대에서 50대로 창업 연령이 올라가는 추세다.”

한국 사회에 스타트업 도전 정신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발전했다.
“한국은 새로운 걸 좋아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가졌다. 또 열심히 일하며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성공 사례가 연이어 나온 게 큰 역할을 했다. 쿠팡·배달의민족·마켓컬리·토스 등이 큰 성공을 이뤘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도전자, 창업가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붐이라고 말할 만하다.”


왼쪽부터 배달의민족, 쿠팡 등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왼쪽부터 배달의민족, 쿠팡 등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코로나19 시대 스타트업 시장과 도전 정신은 위축될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전반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힘든 시기에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회다. 온라인 등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비즈니스로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스타트업이 관심을 갖고 강점으로 여기는 분야였다. 자신들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오고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업은 이런 변화 적응에 느리다.
“조직이 작고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 스타트업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은 시장이 크고 확실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시장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변화에 상당히 수동적이다. 국내 새벽 배송 시장을 보면 잘 나타난다. 이 시장이 성장하자 신세계 등 대형 유통 업체가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전에 마켓컬리·쿠팡 등이 도전해서 만든 시장이다. 대기업이 왜 도전하지 못했겠나. 이미 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굳이 시장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또 대기업 담당 직원이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도 쉽지 않다. 잘못됐을 때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잃을 게 없고 두려운 것도 없다.”

흔히 한국 사회는 한 번 실패하면 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것 같다.
“사업을 하다 망했을 때 그 기업을 살려주는 개념으로 가면 안 된다. 실패한 창업가가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실패해도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스타트업 등 기업이 많은 게 중요하다. 오히려 완벽한 안전망이 있으면 열심히 일을 안 하게 된다. 경제 활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의 무분별한 투자, 지원도 문제가 있다. 모든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지속할 수 없다.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스타트업까지 살리려고 한다면 시장이 왜곡될 것이다.”

도전이 또 하나의 스펙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스타트업 창업을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펙 정도로 여긴다는 비판이다.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 쌓기’용 창업이라, 말도 안 된다. 단순히 창업 경력이 있다고 대기업이 좋은 평가를 할 것으로 생각하나. 조금만 검색하고 확인하면 어떤 창업을 했는지, 실제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의미 있는 창업을 했고 실제 성과를 내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바보는 아니다.”

도전하는 젊은 창업가에게 조언한다면.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항상 던져야 한다. 시장에 문제가 있고 변화가 생기면 왜 그런지, 그 문제를 어떻게 풀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비즈니스 기회는 어디서 포착할지 등을 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인맥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는 모든 걸 할 수 없다. 창업도 회사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사업 확장 과정에서 투자를 받는 것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해외 시장,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세를 읽는 눈을 길러야 한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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