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SK텔레콤의 구독미디어 담당(상무)이자 드림어스컴퍼니(옛 아이리버)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이름 뒤에 길게 붙은 소속·직책이 풍기는 이미지는 ‘고령 임원’에 가까웠다. 이 정도 무게감의 명함을 바라보는 사회 통념이 대개 그러하지 않나. 하지만 1월 13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만난 최소정(39) SK텔레콤담당은 상무라는 호칭이 어색할 정도로 앳된 얼굴의 소유자다. 1982년생인 최 담당은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선임한 신규 임원 10명 중 가장 어린 인물로 화제를 모았다.

최 담당은 탈(脫)통신을 선언한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한 축인 구독미디어를 총괄한다. 대표 서비스로는 영상 컬러링 서비스 ‘브이(V) 컬러링’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 음악 플랫폼 ‘플로’ 등이 있다. 모두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젊은 임원 최 담당은 어떤 전략과 마음가짐으로 격전의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을 “젊은 감각으로 즐겁게 일하지만, 목표를 높게 잡고 질주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람들의 전화 통화 횟수를 늘렸다. 지난해 9월 출시한 V 컬러링에는 호재였다. V 컬러링은 통화 연결이 될 때까지 수신자가 미리 설정해둔 영상을 발신자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상대방에 따라 각기 다른 영상을 설정해둘 수도 있다. 예컨대 내 경우에는 부모님이 내게 전화를 걸면 여섯 살 손자(최 담당 아들)의 재롱 영상이 등장한다. V 컬러링은 비대면 사회와 맞물리면서 출시 한 달 만에 3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웨이브 사용도 크게 늘었다. 반면 플로는 딱히 큰 변화가 없었다. 왜 그런가 분석하니, 사람들이 주로 출퇴근하면서 음악을 많이 듣기 때문이더라.”

구독 모델에서 미래를 찾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보통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을 생각하는데, 이동통신 서비스도 구독 모델의 한 갈래다. 여기에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얹어 시너지를 추가하는 것이다. 통신 사업자가 새 가치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영역이다.”

세 서비스 모두 트렌드에 민감한 부류다.
“그래서 나처럼 젊은 세대에게 맡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기서 젊다는 건 생물학적으로 젊은 것도 있겠지만, 세상 변화에 둔하지 않은, 감각의 젊음과도 뜻이 통한다. 나는 유행 흐름을 짚고 주 소비자층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다. 팀에서 V 컬러링에 들어갈 음악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리스트업하는데, 인기 아이돌의 새 앨범 발매 정보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이 분야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나.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자주 갔다. 미국 유학할 때는 마침 전 세계적으로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유행해 학교 친구들과 각종 EDM 페스티벌에 엄청나게 갔다. OTT도 웨이브를 맡고 있긴 하나 넷플릭스·티빙 등 타사 서비스도 다 쓴다. 모니터링 목적보다 그냥 보고 싶은 게 많아서다. 특정 장르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는 아니다. 이것저것 잡식성으로 다 보는 취향이다.”

최근에는 어떤 콘텐츠를 봤나.
“웹드라마 ‘연애혁명’,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인데 남편과 푹 빠져서 봤다. 원작인 웹툰도 찾아서 봤다.”

일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긍정적으로 일하지만, 필요하면 선도 넘는 스타일이다. 일례로, 자회사인 드림어스컴퍼니와 인연은 2018년 본사 뮤직전략팀장을 맡으면서 맺었다. 그때 사명은 아이리버였는데, 회사를 통째로 탈바꿈하는 수준의 쇄신 작업에 참여했다. 증자도 진행하고 필요한 인력도 데려왔다. 회사 하나를 새로 세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당시 내 마음가짐은 ‘위에서 하라니까 적당히 하자’가 아니었다. 내 돈으로 창업하는 사람처럼 덤볐다. 마치 드림어스컴퍼니가 잘 안 되면 내가 망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래서 윗선이나 타 부서에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내고 요구도 많이 했다. 때론 선을 넘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수했다. 다행히도 경영진이 지지해줘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일 욕심이 많은가 보다.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 최종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편이다. 신입사원 시절 사내 교육의 일부로 포부를 적은 일이 있다. 내가 뭐라고 썼는지 아나. ‘조 단위 이상 기여하겠다’고 썼다. 당돌한 포부인데, 그만큼 목표치를 높게 잡는 스타일이다. 남들이 기준을 70 정도로 잡을 때 100을 잡으면 적어도 80 이상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주인 의식을 꼭 가지려고 한다. ‘이건 내 일이다’ 여기고 리더처럼 생각하면 더 많은 게 보이고 높은 목표에 접근하기도 수월하더라.”

요즘은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태도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니까 그게 꼭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존중한다. 다만 대기업에서 리더로 성장하길 원하는 직원이라면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회사가 놀이터는 아니지 않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호흡은 어떻나.
“구성원도 대부분 젊은 편이다. 단체 대화방에서 바로바로 의견 나누면서 의사결정 과정은 최대한 짧게 가져간다. 팀원들도 그런 걸 선호한다. 현재 듣거나 보고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기도 한다.”

오늘은 직원들과 뭐를 공유했나.
“차은우(그룹 아스트로 멤버 겸 배우), 요즘 내가 매우 좋아한다(웃음).”

올해 사업 구상은.
“그간 V 컬러링 구독은 T전화 가입자여야만 가능했는데, 장벽을 무너뜨리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다른 이동통신사나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해 누구든 불편함 없이 V 컬러링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웨이브는 라이브러리가 많이 쌓였지만 넷플릭스 등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추천·검색 등의 측면에서 더 많은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로의 경우 음악 콘텐츠를 넘어서려고 한다. 요즘은 음악뿐 아니라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수요가 늘고 있다. 그에 맞춰 우리도 올해 1월부터 플로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장 니즈를 파악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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