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CJ제일제당은 국내 최대 식품 기업이다. 만두, 햇반, 다시다, 설탕, 스팸 등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자랑하는 품목만 20개가 넘는다. 회사는 개별 기준 지난해 12조7000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 중 55%는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올렸다. 2019년부터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의 효자 품목은 비비고만두. 매출의 65%가 해외에서 나온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화는 비비고만두에 머물지 않는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 각지에 스며든 네슬레 같은 글로벌 식품 기업이 되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CJ그룹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직원 가운데 임원이 5명 탄생했다. 그룹에서 80년대생 임원이 한 번에 5명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중 4명이 CJ제일제당 소속이다.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트렌드에 밝은 젊은 임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CJ그룹 인사 최연소 임원 3명 중 1명인 김숙진(40) CJ제일제당 신제품개발(NPD·New Product Development) 담당 상무대우를 1월 14일 서울 중구 회사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총괄하는 NPD팀은 CJ제일제당이 선보일 신제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혁신적인 상품을 발굴,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2의 비비고 발굴이 NPD팀의 미션이다. 

김 상무는 “그동안 회사의 전략과 방향, 절차의 초점이 국내에 맞춰졌다”며 “글로벌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계 기준에 맞는 혁신적인 제품은 물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부터는 CJ제일제당도 비비고만두급의 혁신제품을 1년에 한 개씩 출시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며 “1년 매출의 20% 이상이 신제품에서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이 햇반에 이어 혁신상품인 비비고만두를 탄생시키기까지 7~8년이 걸렸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CJ제일제당에서 NPD 담당의 역할은.
“네슬레, 코카콜라, P&G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글로벌 회사들은 1년 매출의 17%가 혁신적인 신제품에서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이 비중이 아직은 작다. 비비고만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를 넘어 질 좋은 제품을 어떤 포장·공정·조리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시할지, 소비자들이 충족하지 못한 욕구는 무엇인지를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주 업무다.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 속도를 어떻게 높일까가 최대 고민이다.”

왜 지금 시점에 임원으로 승진시켰을까.
“시대가 빠르게 변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사업전략, 생각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기존 임원들의 연륜과 함께 젊은 임원들이 균형을 맞춘다면, 회사는 미래에 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주목받을 만한 성과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비비고 브랜드의 국내외 출시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2020년 비비고가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실제로 지난해 목표를 이루니 꿈만 같았다. 육가공 팀장으로 일했을 당시에는 ‘더 건강한햄 브런치 시리즈’ ‘통 시리즈’로 햄·베이컨을 반찬이 아닌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식사로 먹는 문화를 확산시키려 노력했다. 에어프라이어 덕에 해당 제품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냉동팀을 맡았을 때는 기존 비비고왕교자와 다른 매력이 있는 비비고수제만두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냈다. 에어프라이어 인기에 선보인 핫도그·돈가스·치킨 시리즈는 ‘냉동식품은 눅눅하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해 잘 팔리고 있다.”

젊은 임원으로서의 장단점은.
“경험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은 선배와의 소통으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한다. 대신 변화나 새로운 도전에는 이점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나 스스로가 느끼는 압박도 있다.”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는 무엇인가.
“업무 역량을 말하기 전에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맛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강하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그 지역 맛집과 유명 가공식품은 다 먹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또 새로운 일과 변화에 거부감이 없다. 일에 몰입해 무언가 결정하면 전속력으로 뛰는 강한 추진력을 갖기 위해 집중한다. 연차가 낮을 때는 앞을 향해 돌진하는 성향이 너무 강해서 이슈를 놓치거나 팀으로 안 뛰고 혼자 뛰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팀을 이끌면서 속도가 조절됐다. 물론 팀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내) 속도가 빠르다고 느낄 것이다.”

호기심이 강한 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선후배, 임원 가리지 않고 곧바로 찾아가 질문을 건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말에는 내가 기여한 상품이 잘 팔리는지 궁금해 매장을 찾는 게 재미나고 짜릿하다. 사회생활을 마케팅 조사 업체 TNS코리아(현 칸타코리아)에서 시작했다. 당시 3개월마다 조사 제품과 국가, 산업이 바뀌었다. ‘5년간 조사, 분석 업무를 해보니 이제 직접 제품을 만드는 현장이 궁금하다’는 호기심에 CJ제일제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게 2011년 9월이다. 이직 후 2년마다 업무가 바뀌었지만, 오히려 호기심이 충족되는 재미가 컸다. 결국 호기심 덕에 커리어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함께 자리한 회사 관계자는 “상무님 별명이 ‘쑥(김숙진의 숙의 된소리)장군’이잖아요. 장군처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묻고 추진력이 강하다고요. 냉철할 때는 또 엄청나죠”라고 첨언했다. 김 상무는 좋아하는 일과 하는 일의 교집합이 맞아떨어지는 운 좋은 직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일의 비중이 너무 크지 않나.
“사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일과 개인 생활에 경계가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개인 시간에 일을 해도 즐거웠다. 52시간 근무제 이후에는 토요일은 무조건 업무를 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회사에서 꼭 해야 하는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게 됐다. 주말에는 넷플릭스, 독서, 공연, 갤러리 등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극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원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본인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마케터는 자기도 상품이므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스스로 전략을 짜라. 또 취향, 가치관 등에 자신만의 소신을 갖도록 해라. 마지막으로 평가의 잣대를 내부가 아닌 외부로 삼아라. 동년배의 마케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봐야 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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