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한상 연세대 인문학, 서울대 경영학 석사, 전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컨설턴트, 전 커니코리아 전략팀장
송한상
연세대 인문학, 서울대 경영학 석사, 전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컨설턴트, 전 커니코리아 전략팀장

대기업은 ‘젊고 빠른 조직’을 표방하며 30~40대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를 앞다퉈 선임하고 있다. 필자는 20여 년간 경영 컨설턴트로서 기업의 인사·조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매년 100명 이상의 임원을 만나왔다. 주목되는 점은 기업이 경영 전략에 따라 이에 부합하는 역량을 보유한 젊은 임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원이란 무엇인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신입사원 1000명 중에 단 7명만이 임원이 된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1.2년이다. 그렇게 어렵게 올라간 자리지만 화이절정(花二絶頂)이란 말도 나온다. 임원으로 승진하고, 재임 2년 차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번 기고문에서 기업이 임원 수는 줄이면서도 젊은 임원을 늘리는 전략적인 메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해 각 기업은 하드웨어인 사업적 변화와 함께 소프트웨어인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에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기업 환경은 ‘뷰카(VUCA)’라 불리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이 일상화했다. 기존에 영위하던 산업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에 영위하던 산업도 재창조되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의 에너지 계열 회사들은 탈탄소화를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공유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진이 자신의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다며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투자자·소비자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젊은 임원에게 새로움·혁신·변화 기대

젊은 임원에게 기업이 바라는 것은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변화·도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원 승진 공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 임원 승진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 중심으로, 기존 사업에 대한 성과주의 인사 배치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기업 환경에 대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있다. 젊은 임원진에 기존 사업 성장 외 신사업,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말 신규 임원 승진자의 30%를 미래 신사업과 신기술, 연구개발 부문에서 발탁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젊고 다양한 임원의 역할과 특성에 맞춰 이들에 대한 성과·평가·보상 제도 역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등 일률적인 임원직급도 수평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단기 성과 외에 장기 성과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 임원 발탁은 최근 각 기업의 주류가 된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를 추구하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을 자처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회사에서의 승진보다 재테크 혹은 창업에 관심이 많다. 기업은 젊은 임원을 선임하며 임포자(임원 포기자)가 된 밀레니얼 세대 임직원에게 누구든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젊은 임원이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석에서 한 젊은 임원은 “내가 회사의 아이돌 혹은 록스타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는 그룹에서 관심받게 된 측면도 있지만, 기업 이미지·브랜드로 소비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함께했다.


최근 대기업에서 30~40대 임원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젊은 임원에게 혁신·변화·새로움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서 30~40대 임원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젊은 임원에게 혁신·변화·새로움을 기대하고 있다.

젊은 임원 성공의 조건…‘위임하기’ ‘취약점 인정하기’

그렇다면 많은 젊은 리더들의 고민 그리고 이들이 초기에 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컨설팅 업무를 통해 만나본 젊은 임원은 ‘내 일을 직원들에게 위임하기’ ‘자신의 취약점 인정하기’ 두 가지만 지키면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임원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젊은 임원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본인의 일을 잘 수행해왔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후배가 본인의 일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이를 스스로 계속 챙기는 경우가 많다. 후배가 해온 업무 결과가 성에 안 차기 때문이다.

결국 임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이 정체되는 부작용이 반복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신규 임원들은 자신을 복제해 자신과 같은 사람을 조직 내에 만들고 그에게 자신의 업무를 위임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원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본인의 취약점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임원 스스로 약점을 인정할 때 역설적으로 조직원은 임원을 신뢰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또 이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직원들이 임원이 위기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또 어떻게 재도약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약점을 인정할 수 있는 대담한 리더가 있는 조직은 구성원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이를 딜로이트컨설팅은 회복 탄력성이 있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리더십’이라 부른다. 특히 기업이 젊은 리더를 선임한 이유가 무조건적인 성공적 결과보다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인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 갖고 비전을 전파하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2017년 이후 대기업의 임원 수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임원 1인당 주어진 역할은 커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퇴임한 한 임원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성공한 사기꾼이 있다. 한 명은 보이지 않는 믿음을 신도에게 전달하는 종교인이다. 또 한 명은 재무적 투자가에게 미래 투자 가치를 설명하는 벤처사업가다. 마지막은 경영자(리더)다. 경영자가 조직원에게 회사의 장기 비전과 미션이 현실 가능한 것처럼 말해야 조직원이 이를 믿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그 누구보다 헌신하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신규 임원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다.

송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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