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콜레라 창궐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도시 인프라를 바꿔놓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현대식 하수도를 처음만들었고, 나폴레옹 3세는 오염된 공기를 분산시키기 위해 파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건설하고 건축과 위생 규제를 강화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덮친 지난해, 도시 풍경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드론을 통해 화물을 나르는 UPS 플라이트 포워드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드럭스토어(건강·미용 상품을 파는 가게) CVS에서 13만5000명 이상의 거주자가 있는 미국 최대 은퇴 커뮤니티로 처방약을 배달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스타십 딜리버리 로봇은 레스토랑들이 비대면 배달을 위해 바퀴로 굴러가는 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와 협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드론으로 코로나19 소독제를 뿌린다.

새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박람회 CES 2021 운영사인 CTA는 올해 6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꼽고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센서, 안면인식 같은 비대면 기술, 화상회의 등 원격 협업 도구, 스마트키오스크 등을 유망한 스마트시티 기술로 거론했다.

코로나19는 빙산처럼 거대한 도시 문제의 일면만 보여줬을 뿐이다. 폭설로 인한 교통 마비, 영하 20도의 극한 추위 등 재해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기원전 9000년 요르단강 서쪽 예리코로부터 아테네, 로마를 거쳐 현대의 영국 런던, 미국 뉴욕까지 도시는 진화했지만,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도시 인구 증가, 교통 체증, 인프라 양극화, 강력 범죄 등 에 직면했다. 도시가 새로운 ‘질병’의 토양이 되면서 혁신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5%가 사는 도시의 수용 한계가 무너지면서 효율적인 경제 활동과 안전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병들어 더 큰 재앙을 만드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도시에 사는 인구는 2010년 52%로 절반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50년엔 67%에 이를 전망이다.

도시의 과부하는 주거 공간의 제약뿐 아니라 물 부족과 하수 처리, 교통 체증, 의료·교육·보안 등 기본 서비스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를 동반한다. 스마트시티는 이 같은 도시 문제가 재앙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빅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등으로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듯, 인간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도시는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통해 성범죄, 교통 체증 해결

에콰도르 수도 키토(Quito)는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성추행 문제의 해결책을 스마트시티에서 찾았다. 키토는 여성을 겨냥한 범죄로 몸살을 앓았다. 2014년 대중교통에서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56.9%에 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건 ‘바할레 알 아코소(Bájale al Acoso)’라는 프로그램이다. ‘괴롭힘에서 벗어나다’라는 의미다. 키토는 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2017년 법률과 심리, 보안·사회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료 문자(SMS) 플랫폼을 교통 시스템에 적용했다.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문자를 센터에 보내면 즉각 버스에 이를 알려 ‘지금 버스 안에서 성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라는 방송을 내보는 것이다. 프로그램 시행 후 2018년 성추행을 겪은 여성은 22.4%로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 기피로 자전거 사용이 급격히 늘었지만 덴마크 코펜하겐은 일찌감치 도로 인프라를 개선해 자전거가 도시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와 자동차도로 사이에 폭 2.2m의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자전거 운전자들이 정지하는 동안 안장에서 내리지 않게 신호등에 발 받침대를 설치한 것이다. 덕분에 코펜하겐 시민의 45%는 매일 약 140만㎞의 거리를 자전거로 통근 또는 통학하고 있다. 매일 차를 운전하는 시민은 14%에 불과하다. 교통 체증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효과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해킹 등을 통해 스마트시티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지만 팬데믹은 스마트시티 산업의 급성장을 예고한다. 캐나다의 스마트시티 플랫폼 솔루션 제공 업체인 비시티(bciti)의 창업자 비비안 그래블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도전은 수요를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ING는 중국의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0.18% 수준인 1810억위안(약 30조8600억원)에 달했지만 2025년엔 0.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이 2020년 4108억달러(약 454조원)에서 2025년엔 두 배 수준인 8207억달러(약 907조원)로 불어날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있다. 글로벌 기술 연구·자문 회사인 테크나비오는 “선진국은 10년 동안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신흥국은 이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조선’은 산업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는 스마트시티를 조명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일본 아이즈와카마쓰·후쿠오카, 캐나다 토론토 등의 사례를 탐구했다. 유럽에서 스마트시티를 가장 먼저 실현한 바르셀로나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민주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를 진화시키고 있고, 일본 아이즈와카마쓰와 후쿠오카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는 스마트시티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다른 도시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사이버스페이스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계 캐나다 작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스마트시티 역시 미래 도시가 아닌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음을 팬데믹 사태가 부각시키고 있다.


plus point

포스트 코로나 시대, 韓 스마트시티 개발 박차

한국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스마트시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5-1 생활권 두 곳으로 각각 2019년 11월과 2020년 6월 착공했다. 세종의 경우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투자해 합강리 일원 274만1000㎡ 면적에 공유 자동차 기반 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

부산은 3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활용해 강서구 219만1000㎡ 일원에 수열에너지,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활용해 친환경 물 특화 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진혁·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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