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스마트시티의 세계적인 윤활유가 됐다. 바이러스 쇼크로 인해 전 세계가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한 거대한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1월 22일 이메일과 화상으로 크리스토퍼 체리 미국 테네시대학 환경·토목공학과 교수, 클라우즈 R. 쿤즈만 독일 도르트문트 공과대학 명예교수, 사미르 하지아 싱가포르 인시아드 경영전문대학원 기술·오퍼레이션 경영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은 방역을 위한 디지털화를 목표로 다양한 스마트시티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국의 지리·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요국의 사례를 전했다.

체리 교수는 스마트시티의 교통 인프라 구축 방안을, 쿤즈만 교수는 유럽 도시 정책과 공간 계획 등을, 하지아 교수는 스마트시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각각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시티: 10가지 가능성' 등 교수진이 작성한 논문을 참고해 내용을 보강했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시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크리스토퍼 체리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에게 도시 인프라가 얼마나 쇼크에 취약한 상태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촉매제가 됐다. 세계 학계에도 코로나19는 큰 충격이었다. 교통공학을 포함한 여러 학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오랜 기간 지진이나 기후 변화, 에너지 관련 경제적 쇼크, 테러리즘, 무력 분쟁 등에는 도시 차원에서 대비해왔다. 그러나 감염병에 대해선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고, 중국처럼 디지털 인프라와 규제가 구축된 도시와 안 된 도시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앞으로도 언제 갑자기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가 있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커졌다.”

클라우즈 R. 쿤즈만 “특히 디지털화가 중국·한국·미국보다 더 느리게 진행됐던 유럽에서 코로나19 이후 스마트시티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유럽연합(EU)위원회와 유럽 각국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위해 더 많은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관련 펀딩도 늘고 있다. 아시아가 도시 차원 방역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본 유럽 정부와 지자체에서 코로나19를 도시 개발 예산을 끌어오는 좋은 구실로 쓰고 있다.”


좋은 스마트시티 사례를 꼽는다면.

크리스토퍼 체리 “미국의 일부 도시는 코로나19 이후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량을 분석한 뒤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재정비했다. 이들은 교통 스마트시티답게 코로나19 이후 교통량이 많은 구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구간 등을 빠르게 분석해 일부 구간은 통행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오클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주요 관광지인 샌프란시스코 옆에 있는 오클랜드는 코로나19 이후 여행객 수가 줄자 교통 네트워크를 여행객이 아닌 일반 시민의 교통 패턴에 맞게 빠르게 재정비했다. 오클랜드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진 등 자연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는 교통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미르 하지아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코로나19 관련 방역과 감염자 경로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까지 모두 포용하는 스마트시티 방역 대책을 펼치고 있다. 시민 500만 명에게 무선 이어폰 크기의 블루투스 휴대용 동선 추적 장치 ‘토큰(Token)’을 배포해, 경로 추적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없거나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까지도 모두 스마트시티 데이터베이스로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월 22일 사미르 하지아(위) 인시아드 교수가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줌
1월 22일 사미르 하지아(위) 인시아드 교수가 ‘이코노미조선’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각국이 스마트시티 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유의하는 부분은.

크리스토퍼 체리 “미국은 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많은 인구가 좁은 공간에 과밀된 것이 아니라 넓은 지역에 걸쳐 각자의 공간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다른 도시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 인프라 자체를 안전하게 구축하는 것보다 집을 벗어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집에 있을 때처럼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다니는 문화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들은 내 자동차 안이니까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도시가 대중교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가용, 자전거 등 개인용 이동 수단을 활성화한 스마트시티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도 좋지만, 미국처럼 모두가 자가용을 활용한다고 해서 방역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스마트시티는 어느 한 교통수단에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미르 하지아 “스마트시티 기술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두가 오직 더 나은, 더 최신의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특히 내가 있는 경영전문대학원에서도 많은 학생과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은 시민의 사생활이 담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대한 시민의 동의를 얻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역시 지금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여러 논의를 민간과 학계, 시민단체와 정부가 함께하는 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즈 R. 쿤즈만 “민간과 협력을 중시한다. 독일의 경우 현재 스마트시티 관련 프로젝트는 정부보다도 오히려 몇몇 자동차 회사 등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독일 기업 지멘스는 오래전부터 독일의 남부 도시 뉘른베르크와 협력해 공기 청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관심을 표출해 왔다. 독일은 정부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했던 전체주의 정권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단독으로 데이터 등을 관리하는 스마트시티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개입에 대한 시민의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은 어떤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야 할까.

클라우즈 R. 쿤즈만 “중소 도시에 스마트시티의 미래가 있다. 이미 ‘스마트’한 도시를 더 최첨단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외곽 지역에 조금만 더 투자해 사람과 인프라를 분산시키는 것이 더 빨리, 더 많은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방법이다. 스마트시티는 결국 효율화가 목적이고,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수도 등 특정 도시에 대한 중앙집권화와 쏠림 현상이 심각한 국가다. 반면 독일은 대부분의 사람이 수도나 주요 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에 거주한다. 한국도 독일처럼 보다 더 균등한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방역과도 직결된다. 더 안전하게 모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도시를 서울·부산·인천뿐 아니라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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