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의 한 거리 음식 상인 앞에 놓인 QR코드.
2019년 5월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의 한 거리 음식 상인 앞에 놓인 QR코드.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를 내밀며 구걸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중국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일종인 모바일 결제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임을 상징하는 사례다. 이런 중국에서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앤트파이낸셜그룹(이하 앤트그룹)은 독보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앤트그룹은 본격적으로 대출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중국 당국의 집중적인 규제 칼날을 받게 됐다.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 불발과 중국 당국의 마윈에 대한 집중 견제 원인에는 앤트그룹 소액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앤트그룹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6월 말 기준 2300억달러(약 254조원)를 빌렸다. 이 중 앤트그룹의 자체 자금은 2%에 불과했고 증권화를 통해 조달한 금액도 10%에 그쳤다. WSJ는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이 중국 금융 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을 노출했다고 보고 있다”라며 “이는 위험 관리 능력이 빈약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위해 앤트그룹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채무불이행이 벌어졌을 때는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철퇴’로 중국 핀테크 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앤트그룹 핀테크 모델 따라하기에 나섰던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징둥의 금융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미 핀테크의 일종인 P2P(개인 간) 대출의 경우 중국에서 ‘짝퉁 핀테크’ 오명을 받으며 규제 강화 속에서 위축된 상태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보도에 따르면, 징둥은 앞서 자사의 핀테크 부문을 자회사인 JD디짓으로 분리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JD디짓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온라인 소액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장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2014년 출시된 JD디짓의 온라인 소비자 대출 상품 JD바이탸오와 온라인 현금 대출 상품 JD진탸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 JD디짓 총매출의 43%를 차지하는 주요 성장 동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온라인 소액대출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JD디짓이 IPO(기업공개) 기준을 준수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규제 초안에 따르면 핀테크 자회사가 협력 금융기관과 공동 대출을 시행할 경우 본사와 자회사가 부담해야 할 자금이 최소 30%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말 기준 JD디짓의 협력 금융기관과 공동 대출한 액수 중 JD디짓 및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알리페이와 함께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위챗페이를 보유한 텐센트의 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 금융 당국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듀오 폴리(두 회사의 시장 독점)’를 깨겠다는 것.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 점유율은 54.2%, 위챗페이는 39.5%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월 21일 결제 서비스 반독점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는 시장 지배적 지위의 기준이 담겼다. 초안에 따르면 △비은행 전자 결제 회사 한 곳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또는 세 곳의 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을 경우 독점으로 간주한다. 조만간 규제안이 실행되면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독점 위반 조사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핀테크 시장 춘추전국시대 열리나

중국 당국의 규제에 따라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양분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형 플레이어들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결제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광둥성 선전의 전자 결제 서비스 회사 쉰롄즈푸를 인수하기 위해 당국에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쉰롄즈푸는 화웨이의 경쟁사인 ZTE가 2013년 만든 회사다. 이듬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 결제 사업 허가를 받았다.

7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올해 1월 둬둬페이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1월 제삼자 결제 라이선스가 있는 푸페이퉁을 인수한 후 1년 만에 자체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도 올해 1월 모바일 결제 수단에 더우인페이를 추가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제삼자 결제 라이선스를 가진 우한허중이바오커지를 인수했다. 이미 징둥은 JD페이, 중국 1위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디디페이,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메이퇀뎬핑은 메이퇀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그동안 앤트그룹과 텐센트의 결제 서비스를 쓰며 지불하던 비용을 줄이고 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판공성(潘功胜) 인민은행 부행장은 1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핀테크란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금융이기 때문에 ‘동일 사업, 같은 규칙’이라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라며 “향후 신중한 규제를 통해 핀테크 개발을 장려하는 것과 금융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핀테크 규제 강화가 욱일승천하던 중국 핀테크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링이싱크탱크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전 세계에서 핀테크 특허 출원 1만8000건(누적 기준) 가운데 65%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plus point

중국은 핀테크 後규제, 한국은 先규제

한국에서 핀테크를 포함한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꼽힌다. 중국은 핀테크, 특히 제삼자 지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은행(비금융) 회사들에 먼저 업무 허가를 해주고 사후적인 규제를 가했다. 일례로 인민은행은 알리페이 서비스 출시 후 6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결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관리 지침과 최소 자본 여건 등의 라이선스 요건을 공표했다.

반면, 한국은 핀테크에 대해 매우 촘촘하게 사전적으로 규제한다. 대표적인 수단은 바로 인허가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중단에 따라 추진하던 자산관리 업무에 제동이 걸렸다. 마이데이터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끌어와 하나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산관리 등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1월 27일 발표한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 결과에서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인 앤트그룹의 서류 제출 미비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울러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 당국이 플랫폼 소액 후불 결제에 대한 적극 허용 기조를 세운 것과 달리 같은 사안을 제출한 대형 핀테크사 가운데 네이버파이낸셜만 서비스 출시를 확정해서다. 이르면 4월부터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충전 잔액이 모자라도 30만원까지 외상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게 서비스의 주요 내용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액 후불 결제 기능은 업계에서도 예민한 이슈인데 굳이 법 개정 전에 허용해주려고 한다면 같은 의향을 가진 여러 사업자에 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결국 한 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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